북미 금리 인상의 나비효과가 직격탄이 되다.
아이들 방학을 맞이하여 본격적으로 늦잠을 즐기려던 어느 날 아침.
회사에 출근하면 무슨 일이 있기 전에는 연락이 없는 남편에게 갑자기 전화가 왔다. 불길하다. 이유도 없이 전화를 받기 전부터 벌써 가슴이 벌렁벌렁하다.
집주인이 집을 팔려고 내놓는다고 하네.
허거덕.
작년 7월에 이사하기 전 인스펙션을 할 때, 집주인이 ‘뭐 고칠거나 원하는 거 있니?’하고 물었을 때 유일한 조건으로 ‘집 팔지 않을 거지?’ 하며 다짐을 받았건만.(작년에도 같은 이유로 이사를 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아무 소용이 없었다. 집주인이 내 집을 팔겠다 하고 이미 계약 만료일이 두 달 남은 시점에 뭐라고 하겠는가.
하지만, 또다시 살고 있는 집을 구매자 들에게 오픈해서 보여주고, 동시에 살 집을 찾아 헤매고, 이삿짐센터도 없이 우리가 직접 짐을 싸서 이사하는 전쟁 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게다가 이번엔 계약기간 두 달 안에 그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작년 이맘때를 떠올리며 ‘참 힘들었지.’ 추억하다가 급작스럽게 맞이한 소식에 며칠 동안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잠도 오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원망스러운 집주인이지만, 그에게도 사정은 있었다. 렌트를 준 집이 두어 채 더 있었는데, 미국에서 시작된 금리 인상으로 월세를 받아서는 은행 빚을 감당하기가 어려웠던 거다. 우리는 월세를 조금 더 올려주겠다고도 해봤지만, 결국 팔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연락이 왔다. 뉴스로 흘려 들었던 북미 금리 인상이 주는 나비효과가 우리에게까지 밀려들다니!
놀란 마음을 부여잡고 작년, 비슷한 시기에 렌트를 구하기 어려웠던 기억에 부랴부랴 여러 부동산 사이트와 페이스북 등등을 검색해 렌트를 물색했다. 7,8월은 본격적인 이곳 캐나다 Fort. St. John 이사철이니까 집들이 좀 나와있겠거니 했는데 웬걸. 팔려는 집들은 수두룩하게 나와있는데 막상 렌트는 역시나 그 수가 적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생각해보면, 당장 우리가 살던 집도 렌트하우스였지만 ‘for sale’ 집이 되었지 않은가! 게다가 지역 특성상 oil&gas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만큼 렌트 수요는 꾸준히 많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줄어드니, 당연히 비 정상적으로 렌트비는 비싸지고, 한 집을 지상층/지하층으로 나누어 각각 렌트를 주는 형태도 등장했다. (심지어 같은 현관을 공유하기도 한다. ^^;;)
마음이 급해진 우리는 ‘좋은 집’은 포기하고 ‘적당한 집’의 기준도 대폭 낮추고 부랴부랴 찾아 나섰다. 그 와중에도 기가 막혔던 건, 마음에 안 들지만 급하니까 보고 결정하자고 마음먹은 집마저도 부동산과 시간 조율하는 도중에 미리 다른 사람이 선금을 걸어 보지도 못하게 된 경우마저 생긴 거다. 그 막막함이란! 말로는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
결론은.
집을 일주일 만에 정하고 다시 오일 만에 이사했다.
어떻게 구했는가 정리해 보면.
수요일
1. 부동산 페이스북을 찾아 집을 물색하고,
목요일~월요일
2. 부동산에 연락해서 집 볼 시간을 잡았지만 이 전 세입자와 소통이 안되어 못 보고, 대신 다른 집을 보고,
화요일
3. 내부는 보지도 못한 집을 선금을 걸어 우선권을 확보하고.(여기 말로 deposit을 내고 pending 한다고 표현함.)
목요일
4. 이 전 세입자가 이사하고 청소하는 날(캐나다는 이사 나가는 사람이 청소하고 인스펙션 함) 오전에 집을 보고 같은 날 또 집을 보러 오기로 한 사람들이 있다기에 그냥 그 자리에서 계약하기로 하고 바로 부동산으로 가서 계약함.
금요일
5. 이삿짐을 옮길 트럭 예약함.
일요일~화요일
6. 이사. 끝.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사람 일이라더니, 이사를 한 다음 주말은 우리 휴가일이었다. 예약해 놓은 일정들로 마음이 복잡했는데, 어쨌든 우리의 다사다난한 이사는 휴가 전에 가까스로 마무리되었다!
2022년판 미국발 금리 인상은 아마도 기억 속에 각인이 될 듯하다. 왜냐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그야말로,
Why not?!(왜 아니겠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