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동부에 입성하다
새벽 네 시.
에드먼튼 공항 인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셔틀버스를 탔다. 솔직히, 너무 피곤해서 ‘그냥 공항에 바로 주차하지..’라는 마음이 들었지만, 그게 훨씬 저렴하다는 남편의 강력한 의견에 따랐다. 그런데 셔틀이 차 앞에서 공항 앞으로 편리하게 연결되어 오히려 걸어서 이동하는 시간이 더 적었다. 사람이 서 있는 곳으로 와서 픽업하는 셔틀이라니. ^^;
여섯 시 반. 드디어 삼 년여 만에 비행기를 탔다. 캐나다 국내선이지만, 그래도 비행기는 비행기. 두근두근. 비행기 덕후인 아들은 평소보다 더 흥분한 상태로 비행기에 탑승해 옆자리에 앉은 나에게 자신이 아는 정보를 모두 꺼내 두려고 했지만, 나는 탑승 오 분 후에 기절하듯 잠이 들어 도착 오 분 전까지 계속 잤다! (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잠들어서 다행이다. 기계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어렵다…^^;;)
네 시간 남짓 비행기를 탔지만 우리가 토론토에 도착한 시간은 벌써 낮 한 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에드먼튼과의 두 시간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같은 나라에서 시차라니. 캐나다의 넓은 면적이 체감되는 순간이다.
일단 숙소에 들러 짐을 두고 움직이기로 했다. 우버 택시를 불러 다운타운의 호텔로 이동하는데, 캐나다에 와서 지낸 4년 동안 본 전체 고층빌딩 수보다 훨씬 더 많은 빌딩들과, 끊임없는 자동차의 행렬들이 보였다. 게다가 날쌔게(?) 좌우로 요리조리 다니는 자동차들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아서 나도 모르게 불안해 살며시 손잡이를 잡았다.
늘~캐나다 시골에 살고 있다고 표현하지만, 실제로 캐나다에서 가장 큰 도시라는 토론토를 가 보니 그 차이에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분명, 한국에서 수도권에 살며 서울이 낯선 사람은 아니었는데.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캐나다 인구밀도가 엄청 낮다는데. 그 와중에도 여기 다 모여 있었구만!
짐을 숙소에 두고 점심도 먹을 겸 토론토 대학 근처의 코리아 타운에 갔다. 다른 곳에 새로운 코리아타운이 생겼다고 하는데, 우리는 숙소 근처인 올드 한인타운으로 갔다.(여행 끝날 때까지 두 번 더 가게 됨.^^;;). 한국어 간판이 도로 양쪽을 메우고, 한국 말과 영어가 뒤섞여 들리는 한인 타운은, 익숙함에 대한 편안함과 동시에 캐나다 속 한국을 보는 것 같은 낯선 느낌을 받았다. 두어 달에 한 번씩 가는 에드먼튼에도 한국 식품점이나 음식점이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구역 전체에 한국 간판이 죽~들어선 광경은 아니었기 때문에, 오고 가는 인파 속의 다양한 외국인들을 보는 재미는 꽤 쏠쏠했다. 한국 문화의 인기를 조금은 체감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
다음날 오전에는 우리가 토론토를 여행지로 선택한 여러 이유들 중에서도 제법 중요한 일정인 ‘여권 갱신’을 하기 위해 토론토 영사관을 찾았다. 캐나다에는 오타와 대사관, 밴쿠버와 토론토에 각각 영사관 한 곳 씩이 있어서 여권 업무를 위해서 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어쨌든 비행기를 타고 방문해야 한다.
아직 몇 달 유효기간 여유가 있었지만, 아이들 방학기간에 여행도 하며 겸사겸사 미리 갱신하고 싶어 온 가족이 신청을 했다.(6개월 보다 더 많이 남은 유효기간에도 가능했다.) 사전에 이런저런 정보를 알아보고 준비했지만, 실전은 또 다른 법. 우왕좌왕하고, 새 여권을 받기 위한 우편 봉투를 더 사러 갑자기 우체국으로 달려가야 했다. (그 사이 변화가 있었던 건지, 미리 알아보았던 밴쿠버 영사관과는 좀 다른 시스템으로 1인당 1 봉투가 필요했다.)
한국에서 신청했을 때와는 다른 상황에, 어리바리 서류를 고쳐 쓰기도 여러 번. 영문으로 써야 할지, 아이들 신청서는 누구 이름으로 써야 하는지, 아이들이 직접 왔는데 대리인을 써야 하는지 의문의 연속이었다. 게다가 사진 찍는 기계 앞에 앉아 기계에게 계속 질책(?)을 당하며 여권에 적합한 사진을 구하는 일도 진땀이 났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영어로 캐나다 기관에서 민원을 해결할 때보다 더 긴장했던 것 같다.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라서 그랬을까?
아마도 뒤에 기다리는 민원인이 더 있었다면 우린 거의 사색이 되어 더 당황했을 테다. 하지만 다행하게도 월요일 오전이어서 그랬는지 민원실은 한산했고, 여권 담당 직원분께서 이런저런 사정을 다 봐주시고, 꼼꼼하게 하나하나 알려주셔서 무사히 신청을 마칠 수 있었다. (이 글을 보실 확률은 거의 없으시겠지만, 다시 너무 감사합니다!)
모든 업무를 마치고 무사히(?) 영사관을 나오는 순간. 우리는 서로 마주 보며 긴~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고. 끝났다.
드디어!
이제 본격적인 관광객 모드로 전환할 시간.
솔직히 몸도, 마음도 이미 너무나 지쳐있어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이제 오 일 동안은 누구도 운전을 할 필요도, 우버 택시를 잡아 탈 필요도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자! 이제 출발! 은 아직 아니고…
일단, 방전된 나를 위해 커피부터 충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