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8번 다단조 '비창', 작품 13. 2악장. Adagio cantabile.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연주
배경 & 설명
28살. 풋풋한 28살의 독일의 한 음악가 젊은이는 원인 모를 귓병을 얻었고 서서히 자신의 귀가 들리지 않는 것을 깨달은 젊은이는 고통스러워하고 방황하고 있었다.
음악가를 업으로 삼은 이에게 귓병은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 하물며 28살의 젊은 나이에.
그런 힘든 시기에 이 젊은이는 자신의 8번째 피아노 소나타를 완성한다.
피아노 소나타 8번. 흔히 마음이 몹시 슬픔이라는 뜻의 비창(悲愴)으로 부제로 우리에게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비창은 '오역'이고 비장(悲壯, 슬픔을 억눌러 장한)이 맞다. 그러나 비창이라는 부제가 널리 알려져 있기에 부득이하게 비창이라고 하겠다.
1악장부터 3악장까지 전 악장이 유명하지만 오늘은 특히 더 유명한 2악장을 가져와봤다.
곡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
Adagio cantabile. 느리고 노래하듯이라는 뜻의 지시어를 가진 2악장은 1악장과 3악장에서 나오는 불안함과 엄숙함과는 달리 편안하고 아름다운 멜로디를 그려내고 있다.
자유로운 론도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기서 론도 형식을 설명하자면, 보통 A-B-A-C-A의 도식을 가지고 있으며 A주제가 나오면 다른 분위기의 B주제가 나오고 다시 원래 A주제로 돌아갔다가 A와 B와는 다른 분위기의 C라는 주제가 나오고, 다시 A로 돌아가는 형식을 말한다. 간단히 말하면 하나의 주제(A)를 반복하는데 그 사이사이에 새로운 주제(B, C...)를 끼워 넣어 음악을 다채롭게 만드는 형식이다.
나의 평
순수음악이기에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겠지만 개인적인 해석으로는, 점점 귀가 멀어가던 불안감과 슬픔을 이 2악장을 통해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 위로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필자는 가을이 되면 유독 브람스와 같이 베토벤의 이 비창 소나타가 떠오른다. 베토벤은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 그래서 그런지 항상 그의 삶을 표현할 때 '고독'이라는 두 글자가 항상 따라다닌다. 베토벤도 이 곡을 쓸 때는 고독함과 귓병으로 인한 고통과 좌절이 베토벤을 괴롭혔겠지만, 이 2악장을 듣는 우리에게는 고독함과 고통보다는 위로와 따스함을 안겨준다.
보통 이런 느리고 아름다운 곡은 늦은 밤에 창문을 열고 창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들으면 그때만큼 인생에서 행복한 순간이 없다. 한 번 시도해 보면 좋겠다. 바람을 느끼며 눈을 감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어느 누구라도 그 순간엔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