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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움 Nov 19. 2019

잘 놀고 계신가요?

매직카펫 레터 2. 뉴필로소퍼 Vol4. 워라밸의 시대, 잘 논다는  것

매직카펫 매거진을 하면서 지금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일주일에 세네 번씩 퇴근 후의 시간을 야구 연습에 쏟는 사람, 3년 동안 쭉 보컬 연습을 받아온 사람, 취미를 생업처럼 한다는 핀잔을 들으면서도 묵묵히 계속하는 사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즐겁지 않은 시간까지 굳이 견뎌내며 자신의 활동을 이어가는 사람들이었어요. 일 아니면 자기 계발, 혹은 휴식 정도로 우리의 시간을 가름하는 것이 흔한 요즘, 이 사람들이 하는 활동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휴식이라기에도 어려운 것이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시간들이 더 많아 보였거든요.


그럼 이렇게 공을 들이며 이어가는 활동과 그것을 ‘잘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 힌트를 잡지<뉴필로소퍼 Vol.4 - 워라밸의 시대, 잘 논다는 것> 편을 통해 얻었어요.

일과 휴식이  아닌, 당신만의 활동이 있나요? (이미지 출처 : www.freepik.com)

일반적으로 ‘놀다’, ‘놀이’라는 단어들을 생각하면 일과 정반대인, 재미있으려고 하는 것들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 놀이는 휴식의 범주로 분류되고, 휴식은 일하는 시간을 위한 재충전의 도구로 기능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철학자 하위징아는 인간을 호모 루덴스, 즉 놀이하는 인간으로 설명했습니다. 휴식에 속한 범주가 아니라 ‘놀이’ 자체를  인간을 정의하는 중요한 요소로 본 것이죠. 매직카펫 라이더들은 이 놀이에 충실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이 잡지에서 저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글은 <가디언> 칼럼니스트이자 <행복중독자>의 저자인 올리버 버크먼의 칼럼이었어요. 그는 일과 자기 계발이 강조되는 삶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생산적이고 유용한 일에 모든 시간을 바치는 삶의 심각한 문제점은 단지 성공하지 못할 경우 지치고 낙담한다는 데 있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인생의 모든 경험이 오로지 수단으로 전락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살면 어떤 목적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순간에만 가치를 두게 된다. 결과적으로 끊임없이 현재로부터 멀어지고, 지금 서있는 곳에 온전히 존재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 그에게 놀이는 '그 자체를 위한 활동', 결과와 성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기 위한 활동'입니다. 또한 놀이는 '모종의 현실 도피, 즉 생산성과 성취를 위한 분투에서 벗어나 노력과 에너지가 들지 않는 소일거리’가 아니라고 선을 긋습니다.  


우리가 퇴근 후 저녁에 맥주 한 잔을 마시며 넷플릭스를 보는 행위가 딱 여기에 해당하겠죠. 저 역시 넷플릭스 몰아보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시간은 저에겐 휴식, 소일거리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놀이는 이와 다릅니다. 버크먼에게 놀이는 현실 도피가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현실을 마주하는 행위이고 ‘목표지향적’인 활동입니다.


예를 들어 잔디 깎기라는 일에 대해 마당의 줄무늬 잔디를 가지런히 다듬겠다는 새로운 목표와 그 성취, 그 과정에 집중하면서 기쁨을 느낄 수 있고 그건 재미와는 다른 것이라고 설명합니다.(이 예시는 버크먼이 인용하고 있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예요.)  


직장일이나 영어는 잘하려면 시간과 노력을 많이 쏟아부어야 한다는 걸 이미 아는데 꽃꽂이, 도자기 같은 취미는 내가 노력까지 하면서 할 필요가 뭐가 있어.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까 조금 하다가 노력을 많이 안 들이게 되고 그러다 보니 이거 조금 하다가 딴 것 하고. 저도 그랬어요. 뭘 해도 무료한 삶을 극복을 못해요.
- 세 번째 매직카펫 라이더 서수영 님
뭘 해도 어느 정도의 경지까지 가야 궁극적인 즐거움이 있다는 건 알아요.
- 첫 번째 매직카펫 라이더 이비함님


<뉴필로소퍼>에 실린 또 다른 칼럼에서는 캐나다의 철학자 버너드 슈츠가 내린 게임의 정의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극복할 필요 없는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도전하는 행위”(이때의 게임은 스포츠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의미) 수영님과 비함님의 말을 두고 생각해보자면 게임에 해당하는 이 정의를 보다 상위범주인 놀이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버크먼의 칼럼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놀이의 의미를 확장하고 그것을 삶에 적용시켜보려고 하는 점 때문이었어요.  

우리는 목표지향적인 과제에 '유희'가 스며들게 하고, 생산성에 즐거움을 부여함으로써 미래에 시간을 투자하면서도 현재를 음미하는 순간을 포기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잔디 깎기에도 유희를 녹여내어 놀이가 되게 할 수 있다면, 우리가 하는 다른 ‘목표지향적 과제’, 이를테면 회사에서의 프로젝트와 같은 일에도 충분히 유희의 힘을 불어넣을 수 있지 않을까요? 버크먼은 이 '통합적인 태도’에 있어 본인이 아직 초보단계지만 조짐은 좋다고도 덧붙입니다.


<뉴필로소퍼>의 글들은 저에게 매직카펫의 의미를 확장시켜 줄 수 있는 실마리이자 일과 저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도 다른 시각을 제공해주었습니다. 한 번쯤 실험해볼 만하지 않을까요?  


 이밖에도 잡지 특유의 흥미로운 기사들이 많이 담겨있습니다. 스포츠 역사에 있었던 다채로운 반칙들 같은. 혹시나 삶이 너무 무료하거나 일이 재미없어 고민인 분들이 있다면 이 잡지를 읽으면서 저처럼 일과 놀이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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