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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해리 Jun 04. 2023

8. 시작을 미루지 말기로 해요

시작을 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 때문에 시작을 미루지 말아요. 우리.

정신을 차려보니 6월 1일이었습니다. 작년 말에는 한 달, 한 주, 하루 이렇게 열심히 보내면 올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 열심히 살았고 조금 정신을 차리고 보니 6월 1일이었습니다. 6월 1일. 올해. 시작부터 지금까지 절반이 지났습니다. 가족을 한번 더 챙긴다는 생각은 시간이 있을 때마다 노력을 하였고, 밥 값을 하자는 것에는 조금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루고 싶은 것이 많고 올해 안에 나를 위해 해야 하는 것도 많습니다. 근데 벌써 6월 1일입니다. 이미 6월 1일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쨌든 6월 1일이었습니다.


토요일 새벽 2시 잠자리에 누워서 눈을 감았고, 새벽 3시 여전히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이럴 때에는 나 자신에게 허락할 수 있는 일종의 자유가 있습니다. 잠이 오지 않을 때 자지 않아도 되는 자유. 그러다가 잠이 조금 올 때쯤에는 다음 날의 시작을 원하는 대로 정할 수 있는 자유. 그 자유에 책을 읽어봅니다. 


눈에 안 들어옵니다. 그래서 그 새벽에 침실을 정리합니다. 버리고 싶은 것은 버리고 정리하고 싶은 것은 정리하고. 다시 작은 의자에 앉아서 책을 봅니다. 5월의 끝과 6월의 시작을 넘으며 참 많은 것을 배우고 그 가운데에서 쉽지 않은 교훈을 배운 한 주였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30대 중반이었습니다. 요즘 자주 하는 생각 실타래 하나를 마무리 짓기로 합니다. 그 새벽에.


내가 좋아했던 책. 내가 20대 후반을 함께 보낸 책. 그 저자와 사는 장소, 만나는 사람, 하는 일이 모두 다르고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그때와 다른 점은 책 너머 보이지 않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죠.


20분의 독서. 그 끝에서 인스타그램 피드 하나를 올렸습니다. 제가 지은 제목은 "독백", 부제목은 "시작을 미루지 말기로 해요" 였습니다. (물론 피드에서 제목과 부제목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 공감해 주시는 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 이야기로 브런치스토리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그 새벽에. 겁도 없이 나에게 던진 질문은 이랬어요.


"왜 잠이 안 올까?" 

"왜 그냥 새벽이라고 부르는 새벽을"

"왜 스스로 불면의 시간으로 이름을 붙이는 거야?"


이런 얘기를 하면 친구들은 지루하다고 잠에 들 것입니다. 다시 말해 외부에서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입니다. 종종 이런 질문을 던지면 그 답을 해야 하는 의무 또한 저에게 있었습니다. 그 새벽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궁시렁저시렁. 나 혼자 묻고 나 혼자 답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패턴은 "만약 그랬다면" "나에게 이것이 저것이 부족해서 이따위 인생을 살 수밖에 없다" 이었습니다. 말의 뒷면에는 시작을 미루는 현실 자기합리화 주의자 모습이 있었습니다. 근데 지난 몇몇 사람들을 만나보면 이 얘기가 나만의 이야기는 아니라서 인스타그램 피드를 남기게 된 것입니다.


때에 따라서는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 어떤 누군가가 정말 원망스럽기도 하고. 어쩔 때에는 내가 이것이 없고 저것이 없기 때문에 '우웩!' 한 마디 괴성과 함께 다 던져버리고 도망가고 싶은. "만약 그랬다면" 증상에 파생되는 증상이 있습니다. 


정보가 많은 시대라고? 유튜브 무료영상, 유명 강사, 유명 멘토들이 말해주는 것에서는 절대 알 수 없는 그런 현실에서 포기하고 싶도록 만드는 것이기도 합니다. 특히 몸과 마음이 가장 취약한 타이밍에, 이런 생각은 물 밀듯이 훅 들어옵니다. 이 때는 부족한 것이 먼저 보이고 "나는 안 된다" 라는 생각이, 새벽을 지나 좀 있다가 맞이하는 아침을 일찍이 불행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불을 정수리 위까지 덮고, 핸드폰 알람도 꺼버리고, 잠이 들면 그다음 날이 그냥 순식간에 지나가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아주 일상적인 일들을 하려고 해도 무기력이 밀려오고 이미 감정선이 무너져서 별다른 자극을 못 느끼고,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이 들어서 무엇 좀 해보려면 안 되는 이유부터 떠오르는 것입니다. 생각하기 싫어도, 벗어나야 한다고 다짐해도, 안 되는 이유 99가지가 자꾸 떠올라서 삶의 질도 확 낮아지고. 또 그런 것이 몸과 마음에서 느껴집니다. 저도 경험해 봐서, 저 역시 이런 상황이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정말 가진 게 없는 감독 지망생이 한 명 있었어요. 투자자는커녕, 문자 그대로 가진 게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저예산 영화를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배우가 뭐예요. 소품은 또 있나요? 돈이 없는걸요. 그런데 이 감독지망생은 '돈이 없다' (안 되는 이유) 보다는, '이건 여기서 빌리면 되고' '저건 이 분에게 부탁하고' (되는 이유) 식으로 당시로서는 말이 안 되는 저예산 영화 (저예산 영화가 생소하고) 만듭니다. 근데 그게 대박이 난 거예요. 


그 사실을 받아들였을 때는, 감독 지망생은 온데간데없고 어느새 진짜 감독이 되어 버렸습니다. 만약 이런 게 한번뿐이라면 '운이 좋았구나' 싶겠어요. 하지만 그 감독은 당시의 상식과 어울리지 않는 방식으로 영화를 여러 번 성공시켰습니다. 시간이 흘러 어떤 인터뷰에서 그 감독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한계는 자유를 만든다. 


그 한계. 지금 내가 잠을 자지 못하는 이유.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때는 새벽이었습니다. 어쩌면 50미터 안팎에 있는 이웃집도 같은 이유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한계.. 하나씩 풀어 보자고요. 물론 이 한계가 동일한 원인을 가지는 것도 아니고, 제가 하는 말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미리 말씀을 드립니다. 


이 한계를, 그러니까 우리가 "만약 그랬다면" 처럼 현재 우리가 부족하다고 여기는 것, 결핍을 미화하고 건 아닙니다. 절대요. 다만 여기서는 그 결핍을 다르게 풀어보자는 것입니다. 우리가 잠을 못 이루게 만드는 것이 뭐가 있을까요? 2가지만 뽑아서 말해 볼게요. 돈과 인맥이 있을 거예요.



첫 번째. 돈


돈이야 많으면 좋죠. 돈, 돈, 그놈의 망할 돈을 좋아하지 않는 분도 있나요?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도 있어요. 지금 우리 각자가, (돈을 필요로 한다고 여기는) 지금 하고 계시는 일에 돈이 있으면 좋을 거예요.


근데 돈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다고 해서 나의 어떤 시작을 막아서는 그것. 다시 말해서 '나는 돈이 없어서 그건 시작하지 못한다' 이렇게 스스로 한계를 만들 필요가 있을까요?


돈이 있다가 없기도 하고, 돈이 없다고 있기도 합니다. 살다 보면 긍정회로가 필요하죠? 이렇게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아주 잔인할 정도로 솔직하게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그러면 내가 돈이 있었다면 그 일을 바로 시작했을까?' 


이건 저의 경우인데요. 돈이 있었다면 돈이 있다는 이유로 첫 결과부터 완벽하게 만들고야 말겠다고. 망할 품질을 높인다고. 시간을 더 뜸 들일 것 같습니다. 지금은 안돼!! 나중에! 좀만 더! 아 지금 안 된다니까? 뭐 이렇게 말이죠.



두 번째. 인맥


초중고에 이어 대학교까지 총 16년. 군대 만기 전역. 정규직 직장 생활까지. 인맥이 있다면 '좋다' '싫다' 사고방식을 떠나서 거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만큼 그 인맥이, 그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려고 할 때 그런 인맥이 없다면? 


아, 여기서 말하는 인맥은 정말 친분이 있고, 그 친분을 넘어서, 금전적으로 사업적으로 일적으로 무엇이든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분들을 말해요. 근데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가고자 하는 그것에 그런 사람이 없다면?


물론 돈과 마찬가지로 이것 역시 있으면 좋겠죠. 근데 끝까지 머리를 짜내도 그런 분이 없다면 이렇게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만약 지금 인맥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시작할 수 있을까?' 


이것 역시 처절하고 내면 깊숙이 숨길 것이 없는 본능을 원합니다. 음 인맥이 있다면 오히려 이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인맥에게만 의지하고 본인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경우예요. 마치 그 사람이 내가 필요한 모든 것을 알아서 해줄 것이라고. 가만히 앉아있으면 고기도 구워주고 나의 앞접시에 고기와 맛난 반찬을 담아주는 것이라고. 늦잠을 자고 일어나면 식탁에 앉기만 한다면 따듯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내 밥까지 차려주기를 은근히 바라는 것이죠. 


나는 아니라고요? 저야 그걸 확인할 도리가 없지만, 그런지 아닌지는 나 자신만이 잘 알고 있겠죠. 더 이상 묻지 않을테니 자비 없이 스스로 솔직해 보시길 바랍니다.


자, 위 두 가지 경우 모두 극단적이긴 해요. 그런데 눈을 감아도 방에 불을 꺼도, 잠을 못 이루는 새벽을 만드는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못한다고 생각하는 이유, 반대로 생각해 보면 오.히.려! 그 한계가 자유를 만들고, 안 되는 이유만 생각하면 오지도 않는 기회에 한탄만 하지 않고 지금 당장 꿀잠을 잘 수 있고, 당장 자립적으로 시작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만약 있었더라면 우리가 생각하는 순기능만 있다? 원하는대로 그 순기능들이 무조건 작동한다. 아니죠... 오히려 그것이 있더라도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할 수 있으며, 돈과 인맥이 기대와 달리 반대로 작동할 수 있음을 안다면. 오늘 바로 시작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나누고 싶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어떤 의미에서는 좋지 않을 수 있음을 안다면. 보다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말했다고 해서요. 항상 이렇게 일해라, 절해라, 이러는 건 절대 아닙니다. 잠이 안 와서 책 좀 들었더니만, 머릿속에서 번쩍이는 것들이 있어서 요즘 느끼는 것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어쩜 이렇게 하늘은 더 파란건지

오늘따라 왜 바람은 또 완벽한지


아이유 님께서 부른 "좋은 날" 첫 소절입니다. 

시작하기 "좋은 날"이요? 오늘이에요. 오늘이라고요. 오늘!


내년에도 이 글이 동기부여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때는 너무 당연해서 이 글이 필요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시작을 미루지 말기로 해요.

시작을 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 때문에 시작을 미루지 말아요. 우리.



내가 시작을 미룬다고 해서

시간 역시 멈춰서 기다려주는 건 아니더라고요.




출처: 인스타그램 @ harry_lib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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