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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해리 May 20. 2023

7.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30대 중반 가뭄에 콩 나듯 사랑 시작? 내 인생도 조금씩 달라진다  

이틀 전 밤 11시 30분 책상 스탠드 조명만 비추는 방에서 마지막 남은 마라톤 조깅 발톱이 빠졌습니다. 2022년 10월 마라톤 풀코스 참가하고 나서 시커멓게 멍든 발톱이 왼발을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가뭄에 콩 나듯 일정하지 않은 주기로 발톱들이 빠지더니 몇 주전부터 마지막으로 남은 마라톤 조깅 발톱이 달랑 달랑 불안하게 달려 있었거든요. 근데 이틀 전 야심한 밤에 빠진 거예요. 그 날은 잊지 못할 것입니다. 마라톤 조깅 발톱 우행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도 있지만 30대 중반 가뭄에 콩 나듯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한 터닝 포인트거든요.



그 이틀 전보다 조금 더 이전으로 시간을 되돌리면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잤습니다. 꼴이 말이 아니었어요. 왼발에는 마라톤 조깅 발톱이 매달려 있는데 억지로 떼지 말라는 의사 조언대로 테이핑 붕대로 '억지로' 잡아 두고.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얼굴은 반쪽이었거든요. 한 마디로 심하게 앓았습니다.


나이 30대 중반. 잠이 오지 않는 새벽 억지로 누웠다가 일어나기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지난날 조금 더 부지런했으면. 그리고 미래에 있을 수 있는 걱정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되어 있었습니다. 여간 힘든 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대상이 없는 글쓰기를 하는만큼 허공에 팔만 허우적거리는 기분이었습니다. 많은 것이 원망스럽고,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몸과 마음이 한스러웠습니다. 출발점과 도착점만 보이는 학교 운동회 계주에서 어린 아이 시선으로 열심히 땅을 딛고 달리는데 나만 뒤쳐져 있는 기분에 성공도, 실패도 아닌 홀로 남겨져서, 겹겹이 쌓인 외로움을 혼자 감내해야 하는 느낌이랄까. 출구 없는 아픔은 며칠이고 지속되었습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과거 어떤 클라이언트 감정 쓰레기통을 자처하며 40분간 유선통화를 붙잡고 놓치못하였던 일부터. 사무실에 있는 그 많은 사람들 사이를 당당한 걸음걸이로 지나쳐 '퇴사 하겠습니다' 말하던 날부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집 밖 공터로 달려나가 3초간 단내나는 고통스러운 발성을 했던 날부터. 나는 밖에서 나만의 답을 찾겠다고 호기롭게 20대를 시작했던 날부터. 중간 기말고사에 올인하겠다며 20대에서나 가능할 법한 추억을 뒤로 하였던 비가 내렸던 그 날부터 (수업 끝나고 그곳에 가보니까 이미 그분은 떠나고 없었지만 때마침 비도 그쳤었다). 


'타임리프' 라고 하죠? 과거 또는 미래로의 시간 여행. 그 아픈 기간동안 마음껏 하였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그의 선한 스승 에인션트 원에게 첫 가르침을 받을 때처럼 정신없이 진땀을 흘렸습니다. 정확한 시간에 대한 인지도 어려웠던 그 기간이 지나서 다시 하나씩 느끼게 되었을 때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이 있습니다.



"나는 살아있다"

"살아 남아줘서 고맙다"


매일 아침 시작은 감사한 점 3가지 찾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벌써 2가지가 채워졌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한가지는 나도 모르게 몸속 깊은 곳에서 튀어나왔습니다. 


"나는 더 이상 나를 방치하지 않겠다"



그날 어떤 책을 읽었는데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정확한 문장은 아니겠지만 기억에 따르면, '사업을 하기 위해 나를 다루는 게 아니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 사업을 한다' 이런 내용이 있었는데요. 나도 모르는 사이, 주객이 전도되어서 사업을 위해 내가 존재하는 것처럼 살고 있더라고요. 내가 행복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한것인데 말이죠. 


이 말이 곧 이제 힐링, 욜로, 오늘만 살자. 이런 식으로 풀이되는 건 아니지만 언제나 사업을 함에 있어서 나자신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말이죠. 

바쁘다는 핑계로 끼니를 대충 떼우고, 배터리처럼 24시간 365일 팽팽 돌아가야 한다고 카페인을 물 마시듯이 마시고, 사업 이외 나머지 것들은 사치이며 쳐다볼 가치도 없다는 강박증. 그건 나의 러닝메이트가 될 수는 없었습니다.


회사 다닐 때야 조직 안에서 병가든 휴가든 연차든 나의 몸과 마음 피로도 관리를 해주는 시스템이 있을 수 있어도. 지금은 내가 나를 챙기지 않으면 그 누구도 나를 챙겨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이런 작은 깨달음을 가지고 며칠을 보내니까. '내가 행복하기 위해 사업을 한다' 라는 의미가 고객이든 파트너든 누군가 행복을 가로챈다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충분히 공존할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 행복하고 클라이언트 역시 행복하다. 이건 마치 나를 사랑해야 남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오히려 제가 몸과 마음 모두 안정을 가지니까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의 품질 역시 올라갔습니다.


이런 경험 데이터를 가지고 개인 차원 뿐만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 역시 반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장 놀음 사장 코스프레 하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품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어쩔 수 없이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미 먼지만 뽀얗게 쌓인 걸레를 쥐어짜듯이 일하지 말고, 답도 안 나오는 사무실 책상에 앉아있지 말고. 이세상 모든 것에서 배우자. 그래서 평소부터 쌓여 있던 궁금증을 안고, 우리나라 남쪽에 위치한 어떤 장소를 다녀왔습니다. 당일치기로 다시 올라오는 길에서 이런 방식도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의심에서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죠.



내가 고객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내가 나 자신이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이것부터 해보자. 복잡하지 않습니다. 간단합니다. 좋은 것을 먹고 좋은 것을 듣고 좋은 것을 느끼자. 나 자신에게 주입하는 것도 좋아야, 내가 만들어내는 것도 좋을 게 아닌가. 



- 스트레스 받는다고 아주 맵고 아주 짜고. 먹는 순간은 좋지만 사실 건강을 망치는 것을 멀리하자

- 다른 사람 하소연은 들어줄 수 있다. 하지만 맨날 그런다면 나는 나를 위해서 거절할 수 있다

- 싸다고, 당장 구입할 수 있다고. 더 좋은 것을 곧 고를 수 있는데 차선의 좋은 것을 덥썩 잡지 말자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돈이 아주 많이 들어가는 것부터 시작해서, '돈'이 한 푼도 들어가지 않는 것까지 다양합니다. 돈이 안 들어간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고, 돈을 써야 한다고 해서 사치스러운 것도 아닙니다. 이런 방법을 찾을 때에도 나에게 맞는 방법, 창의적인 방법이 필요하겠습니다.



누군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30대 중반부터는 사실 인생이 어느 정도 정해져서 크게 인생을 바꾸는 건 어렵다. 그때부터는 그냥 앞으로 나있는 길에 맞춰서 살아라. 그 분도 생각이 있으니까 그말씀을 하셨으리라 봅니다. 하지만 가뭄에 콩 나듯이 30여년 제대로 못하였던 것들이 올해 30대 중반에서 새롭게 시작되려고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나는 그랬습니다. 나를 사랑하려면, 내면에서 어떤 심오한 화학작용과 유사과학에 의해서 어떤 섭리에 가까운 것을 알아가면서 나를 사랑하게 되는 것이라고요. 누군가 관계를 만들어가려고 했지만 깨졌을 때에도, 누군가의 핑계일 수도 있지만 '너 자신부터 사랑해봐' 조언이 남의 나라 얘기인 줄 알았습니다. 어느 화사로운 날, 어둠에 있는 골목으로 숨어들었을 때도 '나부터 사랑하자'라는 말이 쓰레기 조언이라고 생각했죠.


아닙니다. 유사과학? 호르몬 신경체계 화학 메커니즘에 의한 신체 작용?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파오는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의외로 접근 방법은 단순했습니다. 좋은 것을 보고 좋은 것을 듣고 좋은 것을 느끼자.



그러면 된다. 30대 중반 미혼인 제가 이제는, 사업을 위해서 개인을 위해서 그렇게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나는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

나는 나를 가혹하게 다루지 않기로 했다.

나는 나에 대해 완벽주의 성향을 내려놓는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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