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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해리 Aug 12. 2023

15. 단순하게 산다, 가볍게 산다

진지한 인생 가벼운 움직임, 오늘 역시 단순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산다는 건 무엇일까요? 사람마다 다르겠죠? 저는 오늘 단순하게 산다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단순하게 산다는 것을 깊게 생각하게 된 건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단순하게 산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저는 그게 물건을 덜 사고, 물건을 덜 가지는 걸 말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여겼어요. 저는 어떤 것이든 많이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좋아했거든요. 도라에몽처럼 뚝딱-하면 원할 때, 무엇이든 손에 쥘 수 있는 기분이 인생을 가득 채운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전 직장인 항공사에서 배운 것 중 한 가지는,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에 따라 삶의 형태들이 있다는 것이었어요. 입사 1년 차 출근지 인천국제공항에서, 그때 다양한 국적을 가진 손님을 관찰해 보니, 며칠이든 세계 어느 곳이든 자신의 인생을 꾸리는 데 의외로 많은 짐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단기 여행, 장기 여행, 비즈니스 출장 어떤 형태든 자신의 인생 중 단 며칠이라도 '새로운 세상'으로 자신의 인생을 옮겨가는 것은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당시에는 그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습니다. 


공항 아닌 사무실 발령 이후 수년간 근무하고 퇴사하였고, 결국 사업의 길로 접어들었을 때 무심코 공항근무했던 시절이 떠올랐어요. 어떤 조직을 나와서 자신의 일을 하겠다는 마음을 가지는 것은 '빙산의 일각'의 시작 일 뿐, 실제로 그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선택을 마주하게 됩니다. 신중한 검토를 필요로 하고, 어떤 일인지에 따라 결정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어떤 일이든 아래와 같은 프레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더 가질까? vs 유지할까? vs 줄일까?


인생이 그렇듯이 위 3가지 중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든 장단점이 있습니다. 단순하게 예를 들어보면 사무실 임대한다면 장점은 나만의 작업공간이 생기는 것이고, 단점은 고정지출이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또 이런 장점과 단점이 고정적이지 않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장점이 단점이 되고, 단점이 장점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령, 매출이 잘 나오고 고정지출을 감당할 수 있다면 사무실 임대비는 부담되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매출이 안 나오면 사무실 임대비는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겪어봐야지만 아는 다른 예시들도, 많은데 이게 메인은 아니니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무슨 일이든 장점과 단점이 있고,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것들을 기억하고 나면, 어떤 결정 앞에서 나에게 엄청난 자유가 따르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한 번은, 과거 언젠가 재고를 가지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재고를 데려올 때에는 '나는 무조건 잘 될 거야' 이런 생각이었는데요, 몇 개월이 지나서 알게 되었죠. 내가 실수했구나. 재고가 고객에게 나가면 좋지만 (생각처럼 안 풀리면) 재고는 '악성 재고'가 될 수 있구나. 


악성 재고라는 걸 알았을 때 해보고 싶었던 것이 있었어요. 그런데 재고에 들어간 자본이 있으니까, 재고에 묶인 돈이 아니었다면 바로 시작했을 것을. (재고에 돈이 들어가 있어서) '도전'하는 것을 한번 더 재고하고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결국은 못 하였습니다. 제가 내린 결정이었고 변명할 여지도 없었습니다. 저의 실수였어요.


이런 경험을 해보니까, '단순하게 산다는 건' 물건을 덜 가지는 정도 이상 큰 의미를 가질 수 있겠다 싶었어요. 단순하게 산다는 건 내 인생을 움직이려고 할 때 무겁지 않다는 것을, 가볍게 산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도 있겠더라고요. 과거가 미래의 발목을 잡지 않는다는 것. 이렇게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사실 어제 새로운 브런치 매거진을 시작했어요. 브런치 매거진 < 고독한 미식가 가성비 1인 혼밥러 > 인데요. 어제 올린 첫 번째 글에서 취지를 밝혔지만, 그와 별개로 '먹는다는 것 역시 단순함이 있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가성비 1인 혼밥이라고 해서, '싸구려 음식을 먹는다' 이런 느낌을 원하지 않습니다.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양의 음식을 먹어서, 너무 몸이 무거워지지 않도록 & 속이 불편해서 다른 일들을 못 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가성비 1인 식사'라는 느낌도 있습니다. 돈이 없어서 먹고 싶은 걸 못 먹는 게 아니라, 가격만 아니라 인생 측면에서 단순함이라는 가성비를 추구하고 싶습니다. 먹는 것이 너무 많이 인생을 지배하지 않도록.


https://brunch.co.kr/magazine/lonebuthappyeat


악성 재고, 폭식, 무리한 소비 등 여러 경험들을 해보니까 단순하게 산다는 것, 가볍게 산다 모토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생은 진지하게, 움직임은 가볍게. 분리수거하는 토요일, 역시 단순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버리고 또 버려도 무언가 계속 나오네요)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사람처럼 언제든 새로운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업에서도 사람관계에서도 인생에서도.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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