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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해리 Aug 22. 2023

17. 악당 빌런과의 한바탕, 승자는

지식에 의존하는 사람 단편 다큐

단발머리에 절도 있는 행동, 압도하는 카리스마. 해리슨 포드 배우 악연은 뺏고 빼앗는 전쟁에서 시작되었으리라. 최후의 승자는 오직 1명. 이리나 스팔코 대 인디아나 존스 싸움은 치열합니다. 옥신각신 서로 물고 뜯습니다. 결국 위너는 해리슨 포드 역 인디아나 존스. 기승전결 탄탄한 스토리는 영화 주인공을 살리고, 해피엔딩으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2008년 개봉한 < 인디아나존스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 영화 스토리입니다. 흥미로운 건, 15년 가까이 지나고 인디아나 존스 주인공 메인의 해피엔딩은 예전처럼 흥미를 주지 못한다는 거예요. 오히려 < 인디아나존스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 영화 말미에서 사라진 이리나 스팔코가 구미를 당기는 주인공이에요. 주인공이어도 해피엔딩은 아닐 수 있습니다.


망상은 < 인디아나존스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 영화를 재조명합니다. 무대 뒤 거미줄 쳐진 스포트라이트를 다시 올리고, 먼지가 쌓인 무대지만 배우를 다시 올려 보냅니다. 빛바랜 관중석 의자는 무대를 향하도록 하고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극장 문은 열어둡니다. 자, 이리나 스팔코 영화를 시작하겠습니다.


< 인디아나존스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 영화에서 이리나가 외계인에게 요구한 건 '지식'이었습니다. 외계인은 모종의 거래를 통해 이리나 소원을 들어주죠. 하지만 이리나는 그 지식을 감당하지 못합니다. 죽음, 실종, 화학변형 (고체, 액체, 기체가 서로 변하고 변하는 것처럼)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대부분 사람은 이리나가 죽는 걸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만약 이리나가 지식이 아닌 다른 대답을 냈다면 영화는 어떻게 전개되었을까요? '살려만 주세요' 크리스털 해골 왕국에서 생존합니다. 미스테리한, 믿거나 말거나 하는 장소에서 탈출합니다. 이리나는 2가지 선택지를 갖게 됩니다. 하나는 최고의 만담꾼, 이야기 보따리상이 되어서 '크리스털 해골 왕국에서의 모험' 주제로 자신의 과거를 팔고 다닐 수 있습니다. 아니면 어떤 큰 깨달음을 얻고 죽을 때까지 은둔하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세상의 시선을 피해 인적이 드문 곳에서 살아가죠. 그리고 자신의 경험담은 직계후손처럼 극소수 사람에게만 전설처럼 전해지겠죠. 크리스털 해골 왕국에서 생존한 이리나는 어떻게 살아갈까요?


오늘 아침은 강남 어딘가에서 하루를 시작하였습니다. 이른 아침 카페를 왔습니다. 다양한 사람 목소리가 귓가를 가득 매웁니다. 멀지 않은 테이블에서 대화가 재미있습니다. 두 분이었는데 한 분은 주로 거의 대부분 말하시고 나머지 한 분은 주로 듣는 역할을 하고 계셨습니다. 주로 말하는 역할을 맡으신 분 말씀이 재미있습니다. 한국말도 능수능란하게 하시는 한국분이신데 대화의 80%는 영어가 섞인 한국말을 구사하셨습니다. 어릴 적이 떠올랐습니다. 하는 말은 알고 보면 똑같은데, 이상하게 '미국의, 브라이언, 제임스, 0000 대학교 왓슨도 이렇게 얘기했다'라고 말하면 설득되는 걸 목격하였습니다.


영화 '작전' 브라이언최가 생각납니다.



Scene 1.


(브라이언최를 소개해주면서)

인사해, 여긴 그...뭐? 브라이? 야 브라이 니 이름 뭐야

"브라이언 초이"

초이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시발...

최 브라이언이라고.. 펀드매니저고, 싸가지는 바가지고..

야 브라이! 인사해..



Scene 2.


(현수를 보면서)

최 : 헤이 후즈 뻐커지? 아임 낫 우드워너 뻐킷 스트레인져

종규 : 뻐큐다 시발놈아. 그냥 조선말 해 새끼야 니가 양키새끼야?

 


'노란머리 외국인이 지구 반대편에서 이렇게저렇게 얘기를 했다!'


이렇게 얘기하면 왜 설득하기 쉬웠을까요? 시차 때문인지 아니면 내 귀에 들리기까지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몰라도, 그 외국인이 했던 말 중에서 철 지난 소리도 많더라.. 아니면 이미 자신은 다른 걸 하고 있다던가..



'제가 이 지식을 풀면 저는 안 좋은 게 더 많아요' 이어서 '그래도 욕먹을 각오하고 알고 있는 지식을 모두 알려 드리겠습니다' 결의에 차서 말합니다. 감칠맛 나는 카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안 누르고는 못 배기는 영상이 참 많습니다. 아니 얼마나 고급이길래 당신만 알아요? 저도 알려주세요. 


한참 지식을 추구했을 때 누가 그랬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누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식 또한 음식처럼 유효기간이 있다. 지식을 세상에 푼 사람은 이미 그 지식으로 해 먹을 수 있는 건 다 해 먹고, 이제는 그 지식을 풀어버려서 (아직은 그 지식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을 물갈이해버리고 시장을 일부러 망친다'라며 '그 사람은 이미 다른 새로운 곳으로 옮겨갔어' 속사정을 드러냈어요. 그리고 '죽은 지식의 시장에 진입한 사람은 곧 한계를 마주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갈증을 느끼며, 결국 정보의 공급자에게 수요를 느낀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 시점에서 정보의 공급자는 다음 단계로 이어지는, 대체로 '또다른' 수익을 만들어 줄 구조를 이미 세팅한 상태인 경우가 많죠. (이미 내 귀에 들어올 때까지 오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 역시 알게 되었을 수도 있고요)


최근 도서 업계에서 품절되어서 매우 진귀했던 책들이 다시 나오고 있습니다. 수요와 공급 원칙에 따라, 한때 그 책 한 권이 50만 원을 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책은 한정되어 있고 공급은 소수였으니까요. 지식으로서, 정보로서의 가치는 공급이 많아지면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지식의 공급자보다 수요자 입장에서 < 인디아나존스 : 크리스털 해골의 왕국 > 이리나 스팔코 대령이 생각났습니다. 최대의 지식 수요자, 지식에 의존하는 사람이었으니까요. 그 지식을 알면 세상을 지배할 수 있겠다고 이리나 대령을 추측할 수밖에 없을 정도였습니다. 지식도 업고, 생존한 이리나 대령은 크리스털 해골 왕국을 다시 찾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크리스털 해골에게 배운 지식에서 한계를 느끼고, '또다른' 지식에 갈증을 느끼면서 말이죠. '나에게 새로운 답을 달라, 이 해골아!' 아니지, 공손하게 '저에게 새로운 답을 주세요, 선생님!' 존경의 의미를 담은 호칭을 썼을 수도 있겠네요.


저 역시 지식의 공급자는 아닙니다. 오히려 현생을 살아가는 '지식의 수요자'에 가깝습니다. 매일 문제를 마주할 수밖에 없는 인생이고, 나만의 답을 얻으려면 대가로 많은 걸 지불해야 합니다. 어느 날 실패의 밑바닥까지 갔다가 정상에 다시 오르신 경험이 있는 분과 대화를 하다가 문득 어떤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지식도 영원하지 않다면, 현실을 살고 있으니까 지식을 갈구하면서 하나 더 해야 하는 게 아닐까? 바로 지식보다 더 큰 것을 세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건 재테크 방법도 아니요, 부자가 되는 방법도 아니지만 하나의 원칙에 해당되는 것이지 않을까?' '나는 원칙에 해당되는 어떤 것을 가지고 있는가?'


답이 없는 문제입니다. 지식은 필요하거든요. 또 다른 사람에게 배우기 전에 이 경험, 저 경험을 해보라고 경험을 지식보다 더 중요하다고 내세우는 것도 리스크가 있는 것 같습니다. 경험은 해보면 해볼수록 좋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에는 분명 '경험하지 않으면' '피해갈 수 있다면' 피해가는 게 상책인 경험도 있으니까요. 한 가지 경험치가 있어서 확실하게 믿는 건, (남들이 하라고 해서 하는 지식보다) 나만의 원칙에 해당되는 것이 많을 때 흔들림 없이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는 깨달음 정도입니다. 그래서 저 역시 매일 내가 지식에 너무 의존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물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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