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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해리 Sep 11. 2023

한솥도시락 추억의 도시락 치킨마요 덮밥 이건 못 참지

그동안 나는 나이를 먹었다. 근데 한솥도시락 입맛은 변하지 않았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성장한다고 합니다. 김치가 익듯이 인생도 깊은 맛을 낸다는 거죠. 하지만 달라지지 않는 게 있어요. 그건 바로 저의 입맛이에요. 저는 한 해가 갈수록 나이가 들고 있어요. 나이가 들수록 취향도 변해요. 하지만 입맛은 그대로예요. 나는 나이가 드는데 입맛은 역시나 내가 좋아하는 걸 먹을 때가 좋더라고요.


나이대별 먹는 게 다른가요?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초등학교 앞에서 파는 컵 떡볶이도 맛있어요. 한 여름에는 문방구 한정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것도 좋아요. 굳이 프랜차이즈 매장까지 갈 필요도 없죠. 또 겨울에는 포장마차 음식도 얼마나 맛있게요? 


오늘 제가 제목에서 소개한 그 입맛도 변하지 않았더라고요. 비교적 최근에야 알았어요. 고등학교 야자시간 최고의 도시락 한솥도시락 이야기입니다. 


이거 왜 이렇게 맛있어?


고등학교 다닐 때 어떻게 급식을 하셨나요? 제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를 올라갈 때 랜덤 배정이었는데요, 중학생 때는 배식을 받았기 때문에 고등학교도 당연히 배식인 줄 알았어요. 은색 식판을 들고 반찬 2~3가지, 국, 밥까지 받으면 한 끼가 완성되는 배식이요. 


근데 아니었어요. 도시락을 먹었어요. 보통 저녁을 지나 야간자율학습을 했었는데요. 그때 배고픈 친구들은 학교 앞에서 파는 주먹밥을 사 먹으러 갔습니다. 근데 누구였더라? 기억은 잘 안 나는데 누가 컵밥을 먹고 있었어요. 충분한 밥 한 공기와 치킨조각, 마요네즈, 양념소스로 버무려진 컵밥. 


그때 한 입을 얻어먹은 게 한솥도시락과 인연이 시작되었어요. '야! 이거 왜 이렇게 맛있어?'


도시락은 한솥도시락


이후 개인적으로 도시락을 사 먹을 일도, 그럴 만한 돈도 없었지만 도시락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도시락이 바로 한솥도시락 이었어요. 물론 제가 먹고 싶다고 해서 똑같이 먹는 건 아니지만 말이죠.


그래도 친구들이랑 먹고 싶은 것 얘기만 나오면 내 입에서는 한솥도시락이 항상 TOP 5 음식 중 하나였어요. '야! 한솥도시락 맛있지 않냐?' 그게 저에게는 큰 센세이션이었나 봅니다. 


근데 한솥도시락 이야기를 하면 어리다고 취급을 받아..


질풍노도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대학을 갔습니다. 학교에서 놀다 보면 친구들과 밤을 새우는 날도 있죠. 그러면 무엇을 먹을지 중요한 주제가 되죠. 먹는 건 중요하니까. 


근데 확실히 대학생이 되고 나서 먹는 음식도 달라진 건지(?) 이상하게 한솥도시락 이야기를 하면 '그건 좀 그렇지 않냐?' 이런 반응이어서 쉽사리 한솥도시락 얘기를 하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저는 정말 좋아해서 한솥도시락을 왜 그렇게 보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혼자서는 종종 먹었습니다. 한솥도시락 특유의 맛이 좋았거든요. 


잊고 지냈어요. 그런데 그 노란색 로고가 그렇게 반갑더라


요즘 배달 어플을 켜면 도시락도 종류가 다양합니다. 몇 번 도시락을 시켜서 먹은 적 있지만 무언가 잔뜩 차려진 느낌이라 아예 각 잡고 포멀 하게 먹는 느낌이 강하더라고요. 저에게 도시락 하면 가벼운 마음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느낌이 최고인 것 같아요. 


가끔 길 가다 보면 한솥도시락 노란색 로고 간판이 보여요. 근데 배달이나 픽업이 트렌드이다 보니까 매장 안에서 먹을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도시락 주문하면 픽업해서 가든지 아니면 배달하든지. 


며칠 전이었습니다. 오후에 볼 일이 보고서 시계를 보니까 그때가 5시 40분였던 걸로 기억해요. 생각해 보니까 그날은 한 끼도 먹지 않았더라고요. 깜빡한 거예요. 이런 일은 흔합니다. 


뭐 좀 먹어야겠다 싶어서 좀 걸었습니다. 근데 퇴근시간이 가까워지니까 대부분 식당이 술판으로 변했어요. 당시 제가 있었던 곳이 오피스 상권이라 당연하겠죠. 사람들도 점점 웨이팅 하기 시작했고요. 술자리 가운데 테이블 하나 잡고서 혼밥을 하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좀 더 걸었습니다. 


골목에 골목을 거쳐 식당가를 벗어나고 있었어요. 익숙한 노란색 간판이 보였어요. 자세히 보니까 한솥도시락 이었어요. 안을 들여다보니 럭키! 먹고 갈 수 있는 테이블도 3개씩이나 있었어요. 고등학교 야자시간 감성도 생각나고 암튼 웃으면서 매장을 들어갔습니다. 


이렇게 메뉴가 다양했었나?


요즘 매장에는 정말 많이 보이더라고요. 키오스크가 있었어요. 키오스크에서 메뉴를 주문하는데 이렇게 메뉴가 많았나 싶었습니다. 한솥도시락 치킨마요덮밥 메뉴가 인상이 깊어서 그랬을까요? 이날 메뉴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어요. 


주문하고 자리에 가니까 메뉴판이 있어서 찍어봤습니다. 아래에 첨부할게요. 


프리미엄 시리즈, 모둠 시리즈, 소기고시 시리즈, 김치 부대찌개 정식 시리즈, 치킨마요, 마요 시리즈, 카레 시리즈, 덮밥 시리즈, 비빔밥 시리즈, 프리미엄 찌개 시리즈, 치킨 시리즈, 볶음밥 시리즈, 스낵 시리즈, 디저트 시리즈, 실속반찬, 추가토핑, 어린이 세트, 커피, 프리즈 드라이 국 등. 한솥도시락 기본 메뉴!


한솥 청양 사골 계란국, 한솥 사골 계란국, 한솥 매콤 해물 된장국, 한솥 황태 해장국, 한솥 미소 된장국, 한솥 완도 미역국, 신라면, 진라면 (순한 맛 / 매운 맛), 참깨라면, 오징어 짬뽕, 너구리, 육개장, 스낵면, 김치사발면 컵라면 사이드 메뉴!


이 외에도 탄산음료까지 다 구비되어 있고요. 정말 부족한 메뉴가 없어 보였어요. 한솥도시락 최고!!


나는 그동안 나이가 먹었는데 내 입맛은 그대로, 참 신기하죠?


이날 제가 시킨 메뉴는 한솥도시락 메가 치킨마요 덮밥 + 소시지 토핑 + 곱빼기였습니다. 많이 먹었죠? 배고프기도 했고 옛 생각이 많이 나서 돈쭐내고 왔습니다. 


저는 키오스크 옆자리에 앉아 있었고, 홀에는 매장 인근 대학교 학생처럼 보이는 1분이 있었습니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한솥도시락 매장을 방문해서 그럴까요? 치킨마요 덮밥을 먹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답니다. 


일단 식사는 저에게 전혀 부족하지 않았고, 오히려 적정량보다 조금 더 포만감이 있는 느낌이었어요. 모녀처럼 보이는 매장 주인분과 직원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조용히 식사를 하고 계시던 1분 테이블까지. 정말 조용한 분위기에서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뭐랄까 SNS 사람들에게 유명한 음식을 먹는 것도 좋아하는데, 이렇게 친숙한 느낌의 로컬 음식처럼 느껴지는 한솥도시락 브랜드도 좋아합니다. 지금보다 어릴 때에는 여행을 가거나, 어느 타 지역에 가면 그 지역에서 유명한 음식을 꼭 먹어야 된다는 일종의 숙제 같은 게 있었어요. 


근데 모든 사람이 좋다고 해서 나에게도 좋은 식당이나 음식은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먹는다 이런 행위에서 보면 평소에 먹는 음식 같은 로컬 느낌의 식당에서 식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심지어 시끌벅적 식당에서 정신없이 먹고 나와야 하는 바쁨도 없고요. 식사하는 여유도 느낄 수 있지요. 나에게 잘 맞는 음식이 최고의 음식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는 매년 나이를 먹으면서 생각도, 취향도, 성격도 조금씩 바뀌는 것 같은데, 한솥도시락 입맛은 그렇게 많이 변하지 않아서 신기했어요. 


집에 오는 길에 한솥도시락 매장을 찾아보니까 지금도 우리 주변에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때 그 시절 아무리 먹어도 배고플 때 출출한 배를 움켜잡고 우리가 좋아하던 한솥도시락 입니다. 

저는 30대가 되었지만 아무래도 10년 뒤가 되어도 한솥도시락 메뉴를 좋아할 것 같습니다.


어릴 적에는 달달한 맛에 먹었다면, 이제는 점점 사라지는 로컬 느낌의 브랜드를 찾아서 먹지 않을까 싶어요. 

10년 뒤에도 한솥도시락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언젠가 이런 도시락을 먹는데 눈칫밥도 줄어들면 좋겠습니다. 서울 중심가 쇼핑 & 오피스 상권에서 이날 저에게는 최고의 식사였거든요.



한솥도시락 매장 키오스크 , 문 옆에는 팸플릿도 있었다.


매장 매대에는 최고의 사이드 메뉴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었다.


한솥도시락 메뉴가 이렇게 많았었나..? (럭키!)


한솥도시락 메가 치킨마요 덮밥 , 아직 마요네즈 소스를 넣지 않았다.

한솥도시락 메가 치킨 덮밥 상태.


마요네즈 소스가 치킨과 어울린다는 깨달음은 고등학생 때 한솥도시락 컵밥에서 얻은 건 아닐까?

한솥도시락 메가 치킨마요 덥밥 , 그때 내가 좋아했던 입맛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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