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밤의 소음, 감각의 틈에서

습작의 창고

by 나바드

밤의 소음, 감각의 틈에서


KakaoTalk_Photo_2025-05-22-03-03-14.jpeg 빈센트 반 고흐 '밤의 카페 테라스' 어쩌면 내가 지금 보는 내 방 안의 모습일지도


최근 들어, 개인적인 일들로 인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것보다 더 큰 자책으로 되돌아와 마음을 무겁게 눌렀다. 감정은 곧 몸으로 이어졌고, 요즘의 나는 스트레스라는 것이 단지 심리적 현상이 아니라, 생리적 침식이라는 걸 실감하며 살아가고 있다. 내 안의 무언가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나를 삼켜 들어가는 느낌. 숨을 고르려 해도, 자리를 펴고 누워도,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나는 아마 열 알이 넘는 약을 삼켰을 것이다. 안정제, 수면제, 진통제, 그 외에 무기력과 긴장을 눌러주는 작은 화학 분자들. 그러나 약기운마저도 쉽게 나를 재우지 못한다. 조용한 밤, 나는 초침이 틱틱거리는 소리를 듣고, 그 소리 너머로 내 심장이 박동하는 미세한 진동을 감지한다. 나의 혈액이 몸속에서 이동하는 흐름까지도, 어쩐지 들리는 것만 같다. 이건 피로가 아니라, 감각이 아프다는 감정. 너무도 섬세하게, 너무도 구체적으로 몸의 안쪽이 깨어있는 감각이다.

이럴 때면 자주 떠오르는 이름들이 있다.


빈센트 반 고흐.
기형도.
이상.
다자이 오사무.


나는 문득 궁금해진다.
이들도 나처럼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선이 낮고, 회복탄력성이 느린 사람들이었을까?
이들도 밤마다, 수면과 각성의 모호한 경계에서 수천 번씩 자신을 밀어냈다가 되돌려놓으며 괴로워했을까?
그들도 나처럼, 이 고요한 밤의 소음 초침의 떨림, 혈관의 흐름, 심장의 반동―에 귀를 기울이며, 잠들지 못한 채 시간을 견디고 있었을까?


그들은 각기 다른 시대를 살았고, 다른 언어로 글을 썼으며,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나는 어쩐지 그들의 방 안에도 나와 비슷한 정적이 흘렀을 거라고 믿고 싶어진다. 단단한 어둠 속에서 조용히 눈을 뜬 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은 고통을 다독이던 그 시간들. 결국 나를 가장 이해해줄 수 있는 존재들은, 이 지구 어딘가에서 살아있는 이가 아니라, 이미 저편으로 건너간 그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

그 생각 하나로, 나는 오늘도 내 감각을 견딘다.
지독히 무거운 침묵을 품은 채, 다시 새벽을 지나간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힙이라는 이름의 뒷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