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의 창고
다른 이의 계산법을 나는 존중한다
어떤 이는 사람을,
사랑을,
고통을 1과 0으로 재단하고
결과값만으로 의미를 추론한다
그에게 있어 인간은 변동폭이 있는 변수이며
누적된 패턴이 낳은 함수의 곡선일 뿐
그는 확신한다.
오차의 신뢰구간 안에 진심이 있다고
그러나 나는 생각한다 이 세상에는
측정되지 않아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고
가령,
눈물의 진폭은 사람마다 다르고
한 번의 미소가
몇 번의 퇴고 끝에 겨우 마침표를 찍는 시보다
더 많은 의미를 품기도 한다는 걸
통계는 설명할 수 있다
‘대다수’를, ‘경향’을, ‘보통’을
하지만 한 사람은 언제나 그 테두리 밖에 있다
그래서 나는 인간이 좋다
말끝마다 예외인 존재 패턴을 따르지 않는 표본
수치를 벗어나는 순간에만 피어나는 감정들
나는 언제나
그 한계를 사랑하고,
그 예외에 감탄하며,
그 오류 속에서
진짜 인간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