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의 창고
한 잔의 커피처럼, 기억은 식으면서 깊어진다.
기억은 오래된 카페 구석처럼 빛이 잘 들지 않는다.
처음엔 분명했는데, 시간이 흐르면 맛이 변한다.
쓴 줄 알았던 기억은 어느새 달콤하다.
그때 그렇게 아팠던 장면이,
왜 이토록 따뜻하게 남아 있는 걸까.
기억은 사실보다 예쁘다
사실은 울고 있었는데,
지금 떠올리면 웃고 있었다.
그 사람의 마지막 말이
날 찔렀던 칼날 같았는데,
어느 순간,
예의 바른 인사처럼 들린다.
기억은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우리는 기꺼이 속아준다.
살기 위해서,
견디기 위해서.
시간은 조용한 편집자다
시간은 고치지 않는다.
그저 덮을 뿐이다.
기억은 그렇게 덮이며
다시 쓰인다.
슬픔은 덜 슬퍼지고,
상처는 사연이 되고,
어긋난 관계는 하나의 시절이 된다.
편집된 기억 속에서
우리는 그나마
조금 괜찮은 사람이 된다.
기억을 조작해 드립니다
누가 내게 묻는다.
“그때, 진짜 행복했어?”
나는 웃으며 말한다.
“응, 아마도.”
커피처럼, 기억도
식을수록 향이 진해진다.
처음에는 쓰고,
마지막엔 부드럽다.
기억은 그렇게 조용히,
우리를 다시 인간답게 만든다.
모난 부분을 깎고,
불편한 진실에 가벼운 설탕을 뿌린다.
그리고 나지막이 속삭인다.
“괜찮았잖아.
그렇게 나쁘진 않았어.”
당신의 기억은 지금도 조용히 조작되고 있습니다.
부디, 그 따뜻한 편집에 안겨 쉬어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