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의 창고
밤바다에도 별이 비친다는 것을, 다시 느꼈습니다.
요즘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색채학의 용어로 말하자면, 채도와 명도가 모두 낮은 풍경입니다.
색이 사라진 듯 탁하고 흐린 시야, 무채색의 세계.
마음속까지 그 흐림이 번져, 세상은 마치 오래된 사진처럼 빛을 잃었습니다.
약을 삼키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으면, 몸이 바닥 아래로, 지하로, 어디까지인지도 모를 깊은 곳으로 꺼져 들어가는 듯한 감각이 듭니다. 숨을 쉬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지는 밤이 많았습니다.
그런 나에게, 요즘은 밤바다를 마주하는 일조차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낮 동안 내가 견뎌낸 세상의 이미지를 밤바다가 되감기 하듯 되살리고, 그것이 더 거칠고 더 위협적으로 재생되는 느낌이 들어서, 감히 그 앞에 서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오늘, 나에게는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인간관계가 좁은 나에게, 십 년이 넘도록 안부를 물어주며 마음을 나누는 누나 같은 동기,
툴툴거리며 잔소리를 하지만 그 안에 따뜻한 걱정이 담긴, 나의 선배
나는 행운이라는 말을 함부로 믿지 않지만,
만약 행운이라는 것이 조각이라면,
내 삶에 들어온 네 개의 조각이 있다면,
그중 몇몇은 그들입니다.
받기만 했던 사람, 기대기만 했던 사람.
그런 내가 그들 덕분에 지금까지 버텨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작지만 단단한 믿음이 있습니다.
언젠가,
그들에게 온 마음을 담아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고맙다”라고, “정말 고맙다”라고,
“미안하고, 무엇보다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라고.
오늘, 나의 동기이자 친구이며, 나의 선배이자 벗인 두 사람이 부부가 되어 내 앞에 왔습니다.
그들과 함께 본 밤바다는 더 이상 무섭지 않았습니다. 그 바다에는 무수히 많은 별과 빛이 떠 있었고,
우리의 지난 십 년간의 이야기처럼 환하고 따뜻했습니다.
오늘 저녁,
모처럼 내 삶의 채도와 명도가 조금은 높아진,
그런 밤이었습니다.
얼른 다섯 명 다 같이 보는 날을 꿈꾸며 오늘 밤은 잠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