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키다리 아저씨

"저는 아저씨를 '키다리 아저씨'라고 부르겠습니다."

by Xomln

성장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성장이라는 말을 들으면 '더 나아지는 것' 혹은 '이전보다 발전하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진정한 성장은 단순히 실력이 늘거나 목표를 이루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성장에는 반드시 변화와 깨달음이 따라야 한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조금씩 어제보다 나은 사람이 되어간다. 그리고 그 변화는 때때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소설 <키다리 아저씨>는 익명의 후원자가 고아원에서 자란 제루샤 애벗(주디)이라는 소녀를 대학에 보내주면서 시작된다. 대학 생활 보고라는 딱딱해 보이는 목적으로 시작한 편지이지만, 주디는 후원자에게 '키다리 아저씨'라는 별칭을 지어주며, 재치 있고 발랄한 말투와 더불어 진솔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며 그와 가까워져 간다. 편지의 내용과 이야기의 전체적인 진행은 다소 단순한 편이라, 독자의 입장에서 키다리 아저씨의 정체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책 전반에 녹아있는 주디의 가치관과 익명의 후원자라는 신선한 소재, 그리고 그 두 사람의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가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든다.

주디는 엉뚱하고 발랄한 소녀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깊은 통찰력과 성숙한 가치관을 지닌 인물이다. 그녀가 편지를 통해 전한 이야기 중 가장 와닿았던 말은 삶에 관한 다짐이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살아가는 게 아니라, 경주를 해요. 오직 저 멀리 지평선에 놓여 있는 결승점에 도달하려고 안간힘으로 달리는 거예요. 그렇게 한참 달리다 보면 숨이 턱까지 차서 헐떡거리게 되고, 그러면 아름답고 평화로운 전원 속을 지나오면서도 그 풍경을 다 놓치고 말아요. 결승점에 이르러서야 깨닫죠. 자신들은 늙고 지쳐버렸다는 것을, 그리고 결승점에 도달하느냐 마냐는 중요하지 않았다는 것을요. 저는 길가에 앉아 소소한 행복을 많이 쌓기로 했어요.”

이 구절을 읽으며 나는 우리가 얼마나 빠르게 앞만 보고 달려가는지를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 끝없는 경쟁 속에서 성공이라는 결승점만을 바라보며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삶, 어쩌면 우리는 진정한 행복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마치 정해진 목표에 도달하면 완전한 행복이 찾아올 것처럼 믿고 있지만, 정작 그 목표를 이루고 나면 또 다른 목표를 찾아 뛰어갈 뿐이다. 결승점이 아닌 길가를 보고 살아가는 주디처럼 행복을 단순하다고 정의하는 것이 어쩌면 행복에 가장 가까워지는 길일지도 모른다.

키다리 아저씨, 저비스 펜들턴은 처음에는 "커다란 장님 거미"처럼 차갑고 무섭게 묘사되지만, 주디의 편지를 통해 그녀에게 점점 마음을 열고, 그녀에 대해 궁금해한다. 그가 룸메이트의 삼촌이라는 핑계로 주디에게 접근하는 모습이나 주디가 머물고 있던 별장에 불쑥 찾아가는 모습, 답장이 안 오는 것에 서운해하는 주디에게 꽃을 보내 달래는 모습은 저비스의 따뜻함과 인간적인 매력이 드러난다. 특히 주디가 자신의 정체를 알지 못해, 자신을 욕하는 편지를 읽게 된 그의 모습은 웃음과 동시에 왠지 모를 낭만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의 킬링포인트라고 한다면,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꼽을 수 있다. 편지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주디가 저비스를 "키다리 아저씨"와 "저비스 도련님"이라는 두 가지 모습으로 동시에 사랑하게 되는 과정은 오히려 순수하고 낭만적으로 다가온다. 그토록 궁금해했던 키다리 아저씨의 정체가 저비스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주디가 느꼈을 감정과 그런 주디를 바라보는 저비스의 마음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독자는 설렘과 감동을 느낀다.

<키다리 아저씨>는 주디의 행복과 사랑을 공유하며 진정한 성장에 대한 의미를 전달한다. 고아원에서 자란 주디는 세상을 호기심과 열정이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본다. 또한 그녀는 대학이라는 새로운 곳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끊임없이 성장해 나간다. 처음에는 대학 수업조차 버거워하던 그녀가 점차 대학 생활에 적응해 나가고, 룸메이트들과의 갈등을 통해 관계에 대해 배우고, 사랑을 통해 성숙해지는 모습은 누구보다도 배울 점이 있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주디는 단순히 키다리 아저씨의 도움을 받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능동적인 주인공으로서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법한 동화 같은 사랑과 주디의 성장, 그리고 편지의 마지막까지 서려있는 그녀의 밝고 따뜻한 에너지는 독자들의 마음에도 따뜻한 온기를 남긴다. 책을 덮은 후에도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아름다운 추억 한 조각을 선물 받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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