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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꺼돌아빠 Dec 18. 2021

나에게 아들이 생겼어요

꺼돌 탄생

무럭무럭 자라는 아들을 보면서 좋은 선물을 해주고 싶은 마음에 매일 자라는 아들을 보며 느낀 생각들을 글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첫 편으로 꺼돌이의 탄생 이야기를 적어 볼까 한다.



1. 태몽

2020년 5월의 어느 날의 아이폰 메모에서


두껍두껍 날개달린 작은 붉은?파란?두꺼비 알에서 공사장 같은곳에서 땅을 파는데 알이 있었는데 알을 꺼내니까 날개달린 두꺼비가 날아옴

어느 날 문득 꿈을 꾸었는데, 범상치 않은 꿈이어서 바로 핸드폰에 메모를 해두었다.


가끔 꿈을 꾸고 번호나 어떤 특이한 점이 있으면 메모로 무의식 중에 남겨 놓는 편인데 이게 내 아들의 태몽이 었을 줄이야?


지금 곰곰이 생각해보니, 두꺼비는 아들 / 공사장에서 알을 파낸 건 누군가 숨겨놓은 보물 같은 아이를 찾아서 우리 가족으로 만들 그런 운명이었던 걸까?


그때는 아직 확실하게 애기가 생겼다고 할 순 없었지만 어느 정도 예감을 하게 해 준 계기였다.


나는 그 후로 와이프에게 조심하라고 얘기를 했지만 맥주도 한잔 하고 열심히 운동도 하는 모습을 보며 내심 그래 진짜 애기가 생겼겠어?? 이렇게 한 번에??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와이프의 임신 테스트기에서 2줄이 뜨는 걸 본 순간 예감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와이프도 놀라고 나도 놀라고.. 너의 태명은 꺼비다!!




2. 엄마의 배속에서

매일매일 배가 불러오는 와이프의 모습을 보며, 여러 가지 생리적인 현상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새로운 생명이 만들어지고 커가는 게 정말 쉬운 일은 아니구나 라고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아내가 입덧이 한참 심할때는 너무 토를 많이해서 병원에 가서 수액을 맞은 적도 있었고 먹는것도 가려 먹어야 하고 그러면서 일도 해야 하고 잠은 또 많이 자야 하고 엄마는 할게 참 많은데 아빠는 그런 엄마의 고생을 100% 이해 할 순 없어서 옆에 같이 있어 주는게 최선 이었다.


그 당시 서울에서 수원으로 출퇴근을 하느라 임신 초반에 곁에서 많이 있어주지 못한 게 미안했다.

그래도 수원에서 고생을 많이 했었고 힘든시간 이었지만 우리에게 찾아온 꺼돌이의 존재 덕분에 잘 참고 다닐수 있었다.


열심히 휴가도 내고 병원에도 같이 따라다니면서 꺼비의 크는 모습을 같이 지켜볼 수 있었고, 별 탈 없이 아기가 건강히 잘 자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꺼비의 모습을 매일 상상하며 하루하루를 부부 둘만의 마지막 시간을 즐겁게 보냈던 것 같다.


꺼돌이가 잘 있는지 궁금해서 심장소리를 듣는 기계로 엄마 배를 열심히 문질렀던 때도 열심히 뛰는 심장소리에 감동이 느껴질 때도 초음파 검사를 통해 움직이는 뱃속의 꺼돌을 볼때도 언제나 꺼돌이의 힘찬 생명의 기운을 느끼며 뱃속의 아이를 밖에서 볼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임신 후반 와이프는 문득 나에게 뭔가 먹고 싶은 음식이나 이런걸 사오라고 시키지 않은것을 후회 한다고 이야기 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그런 경험을 한번쯤 해보고 싶었는데 .. 우리 꺼돌이는 그때 부터 효자 였던 걸까?^^


처음 임테기를 통해서 꺼비의 존재를 알게 되고, 병원에서 처음 조그마한 아기집을 봤을 때, 조금 후 아기의 심장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새로운 생명의 존재를 이렇게 마주 한다는 게 참 별일 아닌 듯 하지만 엄청나게 소중하고 감사한 일이란걸 알게 되었다.


뱃속의 아이와 함께 조금씩 엄마 아빠로서의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되고 내 아이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싹 트면서 앞으로 다가올 육아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게 아닐까?




3. 탄생의 순간

10개월의 시간이 흘러 , 임신 38주 이제는 정말 와이프의 배가 불룩 불룩 해졌을 때 병원에서 많이 걸으셔야 한다고 애기가 아직 나오려면 멀었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그래도 아직은 시간이 있구나 라며 마음을 놓았던 그때.. 꺼비는 나올 준비를 하고 있었나 보다 ㅎㅎ


병원에 다녀온 다음날 와이프와 장도 보고 반찬도 해놓고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갑자기 피가 비친다며 피 뭍은 화장지를 와이프가 보여줬을 때만 해도 나는 "그래도 바로 나오는 건 아니니깐" 이라며 속으로 아직은 시간이 있네~ 정도로만 생각을 했었다.


평소에도 걱정이 많은 와이프는 바로 병원 분만실에 전화를 했고, 병원에서는 혹시 모르면 한번 오라는 정도의 이야기를 해줬다. 짐을 간단하게 챙겨서 금방 돌아오겠지만 혹시?라는 생각으로 병원을 갔고, 생전 처음 보는 분만실 앞에서 한참을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진료가 길어지고..


속으로 걱정이 되는 그때 들어오라는 간호사 분의 말을 듣고 피안에 양수가 있을 수도 있어서 검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양수가 맞으면 아기를 낳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순간 가슴이 덜컥하기도 했다. 이렇게 애기가 나온다고?

검사 결과 양수가 맞았고, 입원 준비를 하며 가족 분만실에서 대기를 하게 되었다. 와이프는 급격하게 컨디션이 안 좋아지고, 진통도 조금씩 오는 듯했다.

어렵게 뵙게 된 의사 선생님은 양수가 나왔으니 오늘내일 중으로는 분만을 하게 될 거라고, 저녁을 못 드셨으면 드시고 기다리라고 말씀해주셨다.


그 길로 밖에 나가서 죽을 사 와서 와이프랑 조금 먹고 있는데, 갑자기 등장한 간호사 선생님이 왜 식사하시냐면서 약간 화를 내시는 거였다. 의사 선생님이 먹으라고 했다고 해도 , 자기한테 확인을 받고 먹었어야 한다면서..

와이프는 가족분만실에서 계속 태동을 측정하고 있었는데 점점 애기 상태가 안 좋아지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진통은 점점 심해지고, 숨을 깊게 들이쉬어야 애기한테 산소가 간다는 말에 열심히 와이프랑 심호흡도 하고 있었지만 아기의 상태는 점점 안 좋아지고 있었나 보다.


결국 늦은 시간 의사 선생님이 호출되었고, 수술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실 거냐고 결정을 하라고 이야기를 하셨다. 와이프는 기다렸다는 듯 수술을 해달라고 했고 정신없이 여러 동의서에 사인하고 수술 준비에 들어갔다. 어어어 하다 보니 어느새 수술실 앞에서 앉아 있는 내가 있었고 새벽 1시가 넘은 적막과 고요한 수술실 앞에서 양가 부모님들께 연락하고 제발 아무 일 없이 우리 꺼비와 와이프가 나오길 빌었다.


수술을 하게 되어서 애기의 탄생 순간을 지켜볼 수 없었고 , 의사 선생님이 애기가 잘 나오면 카톡 영상 통화를 해주신다고 했었는데 뭔가 인터넷이 문제 인지 잘 연결이 안 되어서 ㅜㅜ 나중에 촬영된 영상만을 봤는데 직접 봤으면 뭔가 막 눈물도 나고 그랬을 것 같은데 현실은 정말 정신없었다.

수술이 잘 끝났다는 간호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기다리길 몇 분 아기가 먼저 나왔다. 나로서는 처음 보는 꺼돌의 모습이었다. 뭔가 우렁차게 우는 꺼비를 상상했는데 굉장히 힘들어 보였고 그래도 눈도 잘 뜨고 있고 손발이 잘 있는지 성별 이런 거는 간호사 선생님과 같이 확인했다. 꺼돌은 그렇게 바로 신생아실로 직행하고 나는 남아서 의사 선생님의 수술 관련된 설명을 들었다.


우리에게는 평범한 하루였지만 , 교회를 믿느냐는 의사 선생님에 말에 그날 하루는 정말 운수 좋은 날이 되어 버렸다. 태반 조기 박리라는 생소한 단어와 함께 태반이 떨어져 나오고 있어서 아기가 힘들어했을 거고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하셨다.

자기도 의사 생활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어서 정말 운이 좋았다 다행이다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이 그 당시에는 그저 건강한 아내와 아이를 보며 다행이다라는 생각만 했지만, 안 좋은 케이스들의 사례를 보고 어찌나 나중엔 속이 상하던지..

와이프랑 즐겨보던 슬의생이라는 드라마에도 나온 응급 케이스였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을 땐..


그렇게 수술을 끝내고 나온 와이프를 보게 되었고, 어찌나 덜덜덜 떨고 있던지 수술이 정말 쉽지 않구나..

그래도 장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전쟁을 같이 치른 전우애가 이런 느낌일까? 정말 고생 많이 했겠구나.. 꺼비와 아내 모두 힘든 전쟁 같은 출산 과정을 겪고 지금은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며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도와주신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언젠가 와이프나 꺼비에게 화낼 일이 생기면 그때의 그 순간을 한번 더 떠올려 봐야겠다.

사랑하는 소중한 우리 가족 우리 꺼비 우리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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