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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작가 Nov 24. 2023

누가 내 인생에 관심이 있을까?

누군가 나를 지켜본다는 것

얼마 전, 야심차게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야심차게 폐기했다.

평생을 반복하고 있는 짓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만들고 찢기를 반복한다.


이번엔 다를 것이라는 각오로 목표를 적었다.

매년 실패가 거듭되다 보니

이번엔 실행 가능한 목표들을 나열했다.

푸시업 1개 이상, 풀업 1개 이상,

영어책 한 챕터, 한 문장이라도 글쓰기...

성공하면 O, 실패하면 X

일주일 단위 체크리스트 만들고 점수를 내보기로.

실행 불가능이 불가능해 보였다. 이번엔 됐다!

이걸 못하면 그게 사람이냐!


하지만... 난 사람도 아니었던 건가? 

아직까지 일주일을 채워본 적이 없다.

동그라미 개수의 문제가 아니라

일주일이 가기 전 종이를 찢어버리는 게 문제였다.


난 분명 이룰 수 있는 목표만 적었는데

이것도 이루지 못한 내 자신이 부끄럽고,

게을러서 체크를 안 한 것도 한심했다.

누가 보는 체크리스트도 아닌데

X도 싫고 빈칸도 싫었다. 인정하기 싫었다.

이건 진짜 내 모습이 아니야!

다음 주부터 제대로 한다! 찢고 다시 하자!

그리곤 한동안 또 잊고 산다. 

그러다 또 다짐병이 도지면 같은 짓을 시작한다.

이게 뭔 바보 같은 짓인지...


누군가 나를 지켜본다는 것. 무서운 일이다.

하지만 그 누군가의 시선이 

나를 다잡고 잘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부모와 선생님이, 

운동선수들에게 코치가 필요한 이유다.

다른 걸 다 떠나 나를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생각보다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체크리스트를 찢고 반성하며

내가 나를 지켜본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나만 보는 체크리스트인데 왜 이리 불편한 거지?

내가 나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거다.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거다.


난 SNS를 잘 하지 않는다.

첫 책을 내고 홍보차 페북, 인스타를 개설했지만 

몇 번 글을 올리고는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뒀다.

별거 아닌 일상을 올리는 것도 싫었고

자랑질하는 것 같아 신경도 쓰였고

내 일상이 공개되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무엇보다 게을렀고, 시간이 아깝기도 했다.

(그렇다고 시간을 아끼며 살지도 않으면서...)

누가 내 인생에 관심이 있을까도 싶고

관심받아서 뭐 하나도 싶고...


오늘 죽어 있었던 SNS에 다시 접속했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사진과 영상을 올렸다.

누가 보든 말든, 누가 뭐라 하든

내가 나를 보기 위해서라도.


내가 사는 모습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내가 변화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아직 기능도 모르고 뭐가 뭔지 모르지만

이게 언젠가 내게 지렛대가 되어줄 것도 같다.


누가 내 인생에 관심이 있냐고?


내가!


나부터 관심을 갖고

어디 잘 살고 있나 지켜보겠다.


* 김민섭 작가에 필이 꽂혀 또 설레발 시작.

이번엔 얼마나 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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