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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작가 Nov 27. 2023

나는 내 몸을 다룰 줄 아는 사람

6kg 감량에 들어간다! 다음주부터...

나는 내 몸을 다룰 줄 안다.

(라고 자만하며 산다.)

특히 대장 쪽은 유독 잘 다룬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내가 원할 때 방귀를 뀔 수 있고

(아이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게 이 기술의 비법이다.)

언제든 나를 변기에 앉혀만 놓으면 큰일을 볼 수 있다.

(아내가 가장 신기해하고 부러워하는 점이다.)


활력이 떨어지고 컨디션이 안 좋다 싶을 땐

반신욕을 하면 컨디션이 회복되고

감기기운이 있다 싶을 땐 꿀과 뜨거운 물,

콧구멍에 증기를 넣어주면 어느 정도 회복이 된다.

막걸리를 꾸준히 복용하며 유산균을 넣어주는 것도

나만의 건강유지 비결이라 할 수 있겠다.


몇 년에 한 번 정도, 이대로 두면 

몸이 진짜 아프겠다 싶을 때가 있는데

이럴 때도 미리 이상 징후를 느낀다.

허리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랄까?

그럴 땐 바로 병원에 간다. 

그러면 며칠 가지 않아 회복이 된다.


이런 내가 최근에 이상 징후를 느꼈다.

코와 목이 부어 밤잠을 설쳤다.

잘못 먹은 것도 없는데 계속 설사를 했다.

평소 같으면 반신욕과 콧구멍 증기 쐬기로

간단히 해결했을 일이었지만 이번 주말, 

플레이오프 진출이 걸린 중요한 경기가 있었다.

주말까지 베스트 컨디션을 만들어야 했다.


망설임 없이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콧구멍과 목구멍에 뭘 칙칙 뿌리니 살 것 같았다.

저 기구 하나만 집에 장만하면 

병원 갈 일이 없을 텐데...


아내도 심한 감기에 맥을 못 추고 있었고

둘째도 열이 올라 병원에 가니 독감이란다.

아내와 나도 독감이었을 확률이 높지만

나는 어느 정도 회복이 되고 있었다.

다시 막걸리를 마셔도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약을 먹는 동안 술은 절대 안 된다고 했다.

검색해 보니 항생제 복용 후 3일은 금주해야 한다,

죄다 술은 안 된다는 말 뿐이었지만

나는 기어코 내가 원하는 문구를 찾아냈다.


그러나 술을 꼭 마셔야 하는 상황이라면
약을 먹은 후 30분~2시간 이내에는
음주를 절대로 피하도록 한다.
가능하다면 적어도 음주 전후 8시간의 
간격을 두고 약을 복용하도록 한다.


그렇지~ 꼭 마셔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지~

아픈 이틀간 금주했으니 이만하면 됐다.

지금쯤 유산균으로 약을 바꿔도 되겠다 싶었다.

약이 아직 남았지만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기로~


간만에(?) 막걸리를 마시니 다 나은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컨디션 관리에 성공하고 주말 세 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집에서 또 승리의 축배를 들었다.


월요일 아침.

막걸리 마취가 풀리며 여기저기가 쑤셨다.

어제 마지막 경기를 완투하며 근육통이...

기록을 보니 혹사의 아이콘답게 투구수 119개였다.

이게 에이스의 숙명인가...


아침에 몸무게를 재보니 76kg.


"아~ 이제 살이 잘 안 빠지네~"


"맨날 그렇게 먹고 마시면서

뭘 기대하고 왜 맨날 체중계에 올라가는 거야?

이해할 수가 없네~"


"아빠, 저랑 내기한 거 기억하시죠?

올해 60kg대 못 만들면 안마 30분이에요.

저 안마해주고 싶어서 

 일부러 살 안 뺐다는 핑계 안 통해요~"


아내와 아들은 날 이상한 사람 취급하고,

체중감량에 당연히 실패할 거라 믿고 있지만

이들이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나는 내 몸을 다룰 줄 안다.


그리고 내겐 아직 한 달의 시간이 있다.

연말 모임과 회식으로 일정이 빡빡하지만

이것도 이겨내야지.

에이스라면 이것도 이겨낼 수 있지~


어디 보자...

일주일에 1.5kg만 빼도 4주면 6kg.

6kg 그까이꺼 한달이면 충분하겠네~

당장 오늘 회식인데 잘 됐구만.


*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내 몸을 아는 만큼

내가 어떤 놈인지 더 잘 알고 있다는 것~

아들과 '안마 30분 내기'로 그치길 잘했다.

(포기한 거 아님. 말이 그렇다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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