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꼭 해 보고 싶은 일들
최근에 사무실 막내와 둘이 술을 한잔 하던 날이었다, 막내가 내게 물었다.
“주임님은 시각장애인이 아니었다면 뭘 제일 해 보고 싶으세요?”
“하고 싶은 거야 많지, 혼자 여행 가기, 사진 찍기, 그림 그리기, 운전하기 등등. 그중에서 운전을 제일 해 보고 싶어. 그건 내가 죽을 때까지 할 수 없는 일이니까.”
막내가 침울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괜히 이런 거 물어봐서 죄송해요, 전 아직도 운전이 너무 무섭고 하기 싫고,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일이거든요. 저에게 이렇게 두렵고 싫은 어떤 무언가가 누군가에겐 너무도 간절한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 없었어요.
전, 주임님 보면서 늘 멋지고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주임님, 제가 언젠가 운전이 익숙해지고, 자신감이 생겼을 때 제가 운전하는 차 타고 우리 같이 여행 가요.”
“그 그래, 그대가 운전이 엄청 능숙해지는 그날 같이 여행 가자.”라며 웃어 보였다. 내색할 수 없었지만 가슴이 뭉클했다.
나는 다정다감한 성격이 아니다.
알뜰살뜰 챙겨주는 성격도 아니고, 마음을 쓰고 또 써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다.
순박하고 진솔한 이 친구에게 나도 자꾸 정이 간다, 내 곁에 좋은 사람이 한 명 더 늘어나 오늘도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