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 병아리 Aug 23. 2023

김밥과 단무지, 둘 중 쉬운 것은?

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야 하는 이유

  문득 초등학교 저학년 때 학교에서 젓가락질을 배우던 때가 생각난다.

  처음에는 새우깡부터 시작해 어느 정도 젓가락질이 익숙해지면, 조리퐁, 콩 순으로 점점 작은 것을 집는 형식으로 난이도를 높여 갔다.


  “열심히 하는 사람은 원하는 과자를 더 많이 먹을 수 있겠지?”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나는 모범생이 아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팽팽 놀기만 하는 날라리도 아니다. 그런데 어쩐지 심술이 났다, 이상하게 그때는 젓가락질 배우기가 그렇게 재미없고 하기 싫었다.


  ‘칫, 안 먹고 말지 뭐’

  속으로 생각하며 선생님이 보실 때에는 말 잘 듣는 착한 학생처럼 새우깡을 냠냠 집어 먹고, 선생님이 잠깐 자리를 비우기라도 하시면 조리퐁을 한주먹씩 집어 먹으며 묘한 통쾌감 같은 것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젓가락질을 잘하지 못한다, 연필을 쥐듯 동그랗게 젓가락을 움켜쥐고 사용한다.

  아직도 엄마는 내가 밥 먹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말씀하신다. 손가락 하나로 왔다 갔다 움직이면서 젓가락질을 하라고, 그게 왜 안 되냐고...


  유명한 가요 속 노래가사에도 나오지 않나?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을 먹나요, 잘 못 해도 서툴러도 밥 잘 먹어요, 나는 나 예 요 상관 말아 요 요 요~”

  그래, 어찌 됐건 밥만 잘 먹으면 돼지 뭐.

  그래도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알려주실 때, 말 잘 듣고 조금 더 열심히 할걸... 하는 생각은 든다. 


  어느 정도 반찬을 잘 집어먹는 나도 젓가락질하기에 정말 힘든 음식들이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그 음식 두 가지는 바로 김밥과 단무지다.

  보기 좋고 먹기 좋게 줄지어 늘어선 예쁜 김밥과, 마찬가지로 가지런히 놓여 있는 납작한 단무지 군단.

  젓가락질 좀 한다 하는 시각장애인들도 납작한 단무지와 터져버린 김밥 앞에서는 여지없이 화가 솟아 오고 만다, 궁금하신 분들은 눈 감고 한 번씩 체험해 보는 것을 권한다 ^_^

  그래서 나는 편하지 않은 식사자리에서는 절대 김밥이나 중국음식을 먹지 않는다. 

  

  ps: 점심때 중국음식을 먹다 단무지에게 화가 나서 몇 자 적어 보고 싶었습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라디오 사연 당첨! 선물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