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발 아무것도 먹지 말자, 굳은 결심을 안고 집안으로 들어선다.
거실에 외로이 앉아있는 맥주캔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안방에 들어가 문을 닫는다.
오매불망 나를 기다리고 있던 맥주캔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어깨를 움츠리고 뒤돌아 앉는다.
옷을 갈아입고 살며시 배달 어플을 켜 본다.
“보기만 해야지, 잠깐 구경만 하는 거야.”
‘눈물우동, 카레떡볶이...’ 보기만 해도 입안 가득 침이 고인다.
나도 모르게 어느새 내 손가락은 음식을 차례차례 장바구니에 담고 있다.
‘안 돼 정신 차려! 작심 하루는 아니잖아.’
퍼뜩 정신이 들어 휴대폰을 베개 위에 내팽개 친다.
고요한 방 안에 무슨 소리가 들린 것 같아 숨을 가다듬고 귀를 기울인다.
“스트레스 풀기에는 매운 음식 만한 게 없다고,
배달비 6,000원을 감수할 만큼 나만 원했었잖아,
카레떡볶이 누나와 너에게 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근데 사람이 어쩜 그래?
사랑이 어떻게 이렇게 쉽게 변하니.”
새빨간 옷을 입은 눈물가락국수가 길게 뻗은 다리 위로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손길 한 번만 준다면
자꾸자꾸 손이 가지 않고는 못 견디도록
너의 마음을 되돌릴 자신이 있는데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데
도대체 왜 나는 봐주질 않는 거니.”
새우깡이 봉지 속에서 애처롭게 아우성을 친다.
‘제발 그만! 미안해 얘들아 오늘은 내가 미안.’
째깍째깍, 우렁차게 울려대는 배꼽시계를 부여잡고 억지로 잠을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