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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병아리 Sep 15. 2023

할  말은 합시다

무례한 사람에게는 무례하게...

  베란다 공간이 마땅치 않아 방 하나에 옷을 널어놓고 제습기를 돌려 옷을 말리며 생활을 해오다 한 번은 관리실에서 연락이 왔다. 기계소음 때문에 아래층에서 항의가 들어왔다는 것이다.

  전 집에서도 그전 집에서도 소음 때문에 연락이 온 적은 없었기에 당황스러웠다. 그래, 집의 구조와 바닥의 체질은 모든 집이 다르니 아래층으로 진동이 전달될 수도 있겠구나.

관리실 소장님과 함께 찾아온 아래층 아주머니께 죄송하다 주말에만 기계를 돌리겠다 말씀드렸다.

  그 이후로 주말에만 빨래를 했다. 두꺼운 놀이매트를 바닥에 놓고 다시 수건을 몇 겹 깐 뒤, 그 위에 제습기를 올려놓고 사용했다.

그런데 일주일 전 관리실에서 부재중 전화가 2통이나 찍혀 있었다.

  “부재중 전화가 찍혀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아 네, 아래층에서 연락이 왔는데 가끔 쿵쿵하는 소음이 들린다. 그러셔서요. 그분이 전화번호를 남기셨는데 그쪽으로 전화 한 통만 해 달라 그러시네요.”

 

 순간 머리 위로 불덩어리가 ‘번쩍’ 하고 올라왔다.

  “제가요? 제가 왜 전화를 해야 하죠?”

  “하실 말씀이 있다고…”

  ‘주의하겠습니다.’ 할까 하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시각장애인 혼자 사는 집이라고 이 사람들이 나를 대놓고 무시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족이 같이 사는 것도 아니고 애가 있는 것도 아닌데, 혼자 사는 집에서 시끄럽게 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저는 위층 애기들이 10시, 11시까지 뛰어다녀도 한 번도 올라가서 얘기한 적 없습니다. 가끔 손님이 방문하면 혼자 있을 때보다 소음이 발생하겠지만 그런 것까지 일일이 항의하고 들자면 아파트에서 못 살죠 그렇지 않나요?”

  “네, 그건 그렇죠.”

  “혼자 지내는 거 소장님도 잘 아시고 그분도 예전에 보고 가셔서 잘 아실 텐데 왜 그렇게 말씀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왜 전화를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래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이만 끊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너무 화가 나 애꿎은 관리실 소장님께 폭포수처럼 마구 쏘아붙이고 전화를 끊었다.     

  주 6일 근무에 집에 있을 때는 컴퓨터로 글을 쓰거나 이어폰으로 책이나 드라마를 듣는 것이 내 일과의 전부이다. 손님들이 오는 횟수도 한 달에 두어 번에 불과한데 정말이지 해도 해도 너무하다 싶었다. 우리 위층에서 뛰는 소리가 아래층까지 전달된 건 아닐까, 억울해서 손까지 떨려 왔다.

  그런데 ‘주의 좀 해 주세요’도 아닌 전화를 하라니 나이 40이 다 돼 가는 나를 혼이라도 내겠다는 것인가, 무례하기 짝이 없었다. 어이가 없어지다 못해 몸 밖으로 날아가 버릴 지경이었다.     

  이후로도 저녁에 가구를 옮겼냐는 둥, 아침에 유리 깨지는 소리가 났다는 둥, 새벽 시간이고 아침 시간이고 할 것 없이 잠을 깨우는 인터폰을 울려 대며 급기야는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말까지 했다..

  참다못해 나도 인터폰에 대고 소리를 빽 질렀다.

  “신고하세요, 신고하시라고요. 제가 한 거 아니라고 몇 번을 얘기해요, 정 그렇게 시끄러우시면 증거를 가져오세요. 소음측정기로 제대로 측정해서 확실한 증거를 가져오시라고요, 자꾸 이렇게 근거 없이 괴롭히시면 저도 신고할 겁니다.”

  그리고는 인터폰 전원을 아예 꺼 버렸다.     

  그 누구에게라도 잘못한 일이 있으면 사과를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내가 약자라 하여 부당한 일에도 무조건 싫은 소리를 들어야 하고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나를 지킬 사람은 나뿐이다. 앞으로도 부당한 것에는 ‘부당하다’ 억울한 일에는 ‘억울하다’ 주눅 들지 않고 큰 소리로 당당하게 외치며 할 말은 하고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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