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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병아리 Oct 17. 2023

서른아홉이란

마흔을 준비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나 또한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미리 예고나 허락 없이 집으로 갑자기 찾아오는 것을 특히나 싫어한다. 그 대상이 가족들일 지라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언젠가부터 연례행사처럼 여름과 겨울이 오면 여지없이 심하게 몸살을 앓는다.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이 불청객을 이번 여름이라고 피해 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1년에 두 번으로 정해져 있던 암묵적인 약속을 깨고, 한 조각의 예고도 없이 멋대로 불쑥불쑥 침범을 해 온다는 것이 문제다.

     

  계절의 변화를 머리보다 몸이 먼저 느끼게 되는 나이, 흰머리의 개수가 눈에 띄게 늘어가는 나이, 아무리 먹어도 나오지 않던 뱃살이 이제는 나잇살로 자리 잡아가는 나이.

  기억보다 기록에 힘에 더 의지해야 하는 나이, 시작보다 두려움이 한 발 앞서가는 나이.


  ‘그럴 때가 있었는데, 그때 참 좋았는데...’

  드물게 떠오르던 생각들이 잦은 간격으로 뭉실뭉실 피어나는 나이.

  연기처럼 길게 새어 나오는 푸른 한숨을 뒤로하고 마흔을 준비해야 하는 나이.     

  그래서 서른아홉이란, 어쩌면 열아홉 때보다 더 외롭고 스물아홉 때보다 더 서글픈 그런 나이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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