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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여행자 Jul 18. 2023

내 머릿 속의 "No Man"

일단 요가 매트를 깔면

친구: 주말에 미술관 갈래?

나: (‘미술관은 혼자 가는 게 제일 좋지만 친구랑 가면 또 색다른 재미가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미술관 좋지, 문화생활도 좀 하면서 살아야지, 완전 좋아 가자!


엄마: 엄마 친구 딸내미 결혼인데 혼자 가기 싫네, 다다음주 토요일에 같이 가주면 좋겠다.

나: (‘지인 결혼식도 귀찮은데 황금같은 내주말 모르는 사람 결혼식에 가야하다니’ 하고 생각하다가 피로연에서 쓸쓸히 밥먹을 엄마 모습을 상상하며) 어..가자가자!  


동료 직원: 혹시 이번주 당직 바꿔줄 수 있어요? 중요한 가족 행사가 있어서…

나: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지난 달 당직을 바꿔준 동료인데 은혜를 배반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저 일정좀 확인해 보고 뭐 없으면 당연히 바꿔드려야죠.


학교 다닐 때도 무언가를 같이 하자는 친구들의 제안을 거절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사실 내가 먼저 제안하는 편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점점 ‘Yes man’이 되어가고 있다. 조직은 ‘Yes man’ 을 좋아한다. ‘Yes’는 긍정, 진취, 적극성 등 좋은 평가로 직결된다. 가끔은 ‘no’를 외치고 싶어도 결국 ‘yes’를 외치는 이유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웃는 얼굴로 ‘yes’로 화답하고 있지만, 유독 ‘no’라고 답변하기 참 쉬운 상대가 있다. 바로 내 자신이다.


아침:  ‘어제 늦게 자서 피곤한데 오늘 하루 운동 거르지 뭐,’

업무시간: ‘여기까지 했으면 됐지 뭐’

저녁: (크로스핏 오늘의 운동(WOD)이 밧줄타기인 것을 보고) ‘괜히 하다가 다쳐, 하지 말자’’


내 자신에게 습관적으로 외치는 ‘no’를 인지하지도 못할 즈음 자각의 기회가 있었다. 2022년 여름, 멕시코 칸쿤 근처 마야 부족들이 거주하는 Puerto Morelos 지역의 정글에 위치한 아쉬람(Ashram)에서 한 달 동안 생활하면서 200시간 동안 요가 강사 (YTT: Yoga Teacher Training) 과정에 참여했다. 과정이 막바지에 이를 무렵, 한 학생이 선생님께 질문을 했다. “컨디션이 정말 안 좋을때에는 수련을 하루 건너 뛰어도 되죠?” 선생님은 중독을 피하기 위해 하루에 한 번만 수련하고, 일주일에 하루는 쉬어야 하며, 추가적으로 보름달이 뜰 무렵 하루(moon day)는 추가적으로 쉬어야한다고 강조해 왔기에 선생님의 답변은 의외였다.


“아니, 정신은 어떻게 해서라도 하지 않을 이유를 찾을 겁니다. 머릿 속의 이야기를 듣지 마세요. 중요한 건 시작이죠. 일단 매트를 깔아보세요 (The mind will always find a reason to not practice. Don’t listen to your mind, the point is to start). 수리야나마스카라 A, B (아쉬탕가 요가의 첫 두 동작)를 했는데도 도저히 못하겠으면 그 때가서 그만두면 됩니다. 근데 대부분의 수련자들은 수리야나마스카라 A, B를 했으면 아마 끝까지 수련을 할 겁니다.”   


200시간 요가수련 과정에 참여중인 필자(오른쪽)

요가 선생님의 조언은 어찌 보면 ‘시작이 반이다’ 같은 뻔한 말일 수도 있다. 시작이 반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안다. 헬스장도 일단 가면 런닝머신 10분이라도 하게 돼 있고 5km 목표를 잡고 조깅을 시작하면 1km는 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하지 말아야 할 이유,’ ‘안 해도 되는 이유’ 100개를 뛰어넘는 ‘하고 싶은 이유,’ ‘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는 것이다. 마침내 하고 나서야 느낄 수 있는 행복감과 성취감, 개운함을 반복적으로 경험해야 머릿속의 No Man을 물리치고 박차고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매일 아침 요가 매트를 까는 건 분명 쉽지 않다.


 ‘오늘 하루만 건너뛸까?’


오늘도 내 머릿속의 No man이 존재감을 드러낼 때마다 사바사나(savasana, 아쉬탕가 요가의 마지막 순서로 온몸의 긴장을 풀고 누워있는 자세) 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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