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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주리 Mar 02. 2023

사건 일기 7

<운동을 하려고요. 이번엔 진짜로.>

말랐을 때의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제 소수가 되었지만, 나는 마른 편이었다. 매일같이 축구를 하고, 축구를 하지 않더라도 뛰어노는 걸 좋아했다. 왜 그랬는지 이해는 되지 않지만 계단은 전부 올라가 봐야 직성이 풀렸고, 웬만하지 않은 거리도 걸어서 다녔다.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 운동하고는 멀어지기 시작했다. 살이 찌기 시작한 것을 깨달았던 건 고등학교 2학년. 나는 당시 친구들 중에서 가장 운동에 관심이 있던 Y를 불러 헬스를 다니자고 했다. Y는 오히려 좋다며 흔쾌히 나와 헬스장을 다니게 됐다.


헬스장이라고 해서 대단한 곳은 아니었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조그만 헬스장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곳에 고수들이 모여 있는 법... 젊은 시절 보디빌더였다는 관장님에게 PT 아닌 PT를 받아가며 운동을 했었다. 두 달 남짓한 시간 동안 Y는 신난 것처럼 운동을 했다.


입시를 시작하면서 헬스를 그만뒀다. 이런저런 이유가 겹친 것도 있다. 사실 밥 사 먹느라 헬스장 갈 돈도 없었던 것 같다. 모든 고3이 그렇듯,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간을 보냈다. 운동이고 뭐고, 살은 계속 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가 나와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통통해진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그리고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내 살은 전성기를 맞았다. 보통 기숙사 살거나 자취를 하면 가난하고 못 먹어서 문제인 경우가 많다는데... 내 자취생활은 인생에서 가장 풍족한 시간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식탐이 많아서 식사량은 그대로인데, 운동량이 현격하게 줄어들었으니 결과는 불 보듯 뻔한 것이었다.


대학생활 4년의 시간 동안 몸무게가 30kg이 넘게 늘어났다.


중간에 군대라도 갔으면 관리를 했을까...? 수많은 다이어트 시도가 무위로 그쳤던 것은 그냥 살이 찐 몸에 뇌가 최적화를 해서다. 이렇게 살이 쪘으면 힘든 게 맞아, 다이어트를 하는 건 어려운 게 맞아, 라면서.


졸업을 하고 나서 내 최우선 목표는 100kg에 육박하는 내 몸을 최대한 가볍게 만드는 것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맛있는 걸 많이 먹으면서 건강히 살고 싶으면, 운동을 해야만 했다. 한 번은 헌혈을 하러 갔는데, 내 고등학교 때 몸무게가 기록되어 있었다. 65kg였다. 생각보다 나는 살이 더 많이 쪘구나.


사회복무요원 생활을 하면서 80kg까지는 빠졌지만 그 뒤로는 진전이 없었다. 오히려 올라가기나 했지. 사실 운동을 그다지 열심히 하지도 않았다. 그냥 어느 정도 가만히 있으니까 빠지는 살이었다... 그러니까 적어도 나는 계속 먹어서 살이 쪘던 거지, 물만 마셔도 살이 찌는 체질은 아니었던 거다. 물만 마셔서 살이 찌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은.


학원을 수료하고 이력서를 보내며 집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내게 Y가 다시 운동을 하는 게 어떻냐고 물었다. 이전까지는 집 근처를 가볍게 뛰거나 걷고, 유튜브에서 홈 트레이닝 영상을 보면서 따라 하는 게 전부였다. Y는 친구들 사이에서 명실공히 피지컬 괴물이기에... 같이 운동을 하면 스스로도 동기부여가 될 것 같았다.


같이 운동을 하는 40여 분에 남짓한 시간 동안 진짜 지옥을 맛봤다. 공원을 뛰고 철봉을 하고 팔굽혀펴기를 하고... 정말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 Y는 PT선생님처럼 등을 밀어주거나 페이스를 조절해줬다. 정신없이 헐떡대는 나를 자꾸 응원해주니 없던 힘도 생겨나는 느낌이었다. 정말 고마우면서도...... (이하 생략)


돌아가는 길에 Y는 내일도 같이 운동하자며 웃었는데, 나는 웃을 기력조차 없을 정도였다. 나의 PT선생님... 살은 둘째치고 체력을 늘리고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할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살도 자연스럽게 빠지겠지. 혼자였다면 분명 며칠 못 가서 관두겠지만 Y랑 같이 하니까 오래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까 잘 부탁한다고.


왜, 어떤 빡빡이 형이 한 유명한 말도 있지 않은가.

"운동을 하러 나가는 사람은 항상 승리할 수밖에 없다.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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