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거의모든것의리뷰 Jan 15. 2024

을의 연애

연애는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마음의 크기가 다르다. 을의 연애는 마음의 크기가 큰 데서 오는 더 주고 싶은 마음이 강한 배려심 넘치는 사람의 연애이다. 더 좋아하고 더 사랑하기 때문에 더 많이 표현하고 더 많이 준다. 크리스마스에, 기념일에 선물을 주고받는다고 하더라도 그 가격이 달라지면 마음의 크기가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일로 서로 다투게 되더라도 마음이 더 큰 사람이 더 빨리 화해를 위해 매달리고 먼저 잘못했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이 본인만큼 크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직 마음의 크기가 줄어들기엔 한참은 멀었기에 어쩔 수 없이 불리한 관계를 이어가게 된다. 흔히 생각하는 을의 연애는, 한쪽이 다른 한쪽에 비한 불리한 계약조건을 갖고 있는 확연한 입장 차이를 갖고 있다. 

모든 관계에서 을의 연애인 경우도 있겠지만, 사실 을의 연애라고 하기 애매한 것들이 우리 주위에는 더 많다. 마음의 크기가 아니라 마음의 비중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두 연인 간의 어떤 것에 대한 마음의 비중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쌓아둔 세상에 대한 관점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음식에 대해 진심일 수도 있다. 맛있는 음식에 대한 사랑으로 자신의 연인과 맛있는 음식을 찾고, 인스타에 올라온 맛집을 태그하고, 자신이 아껴왔던 맛집 리스트를 공유하고 찾아가고 맛보는 것이 연애에 있어서 가장 큰 행복일지도 모른다. 반면 다른 사람은 음식에 대한 큰 흥미가 없을 수도 있다. 연애에 있어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생각을 못 할 수 있다. 이 음식을 대한 마음의 차이는 어느 한쪽만 맛집을 찾고, 추천하고, 시도하는 방향으로 이어지며 누군가의 서운함을 불러일으킨다. 

누군가는 운동을 하면서 가장 큰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다. 연애를 하기 전에도, 연애 후에도 운동을 꾸준히 하며 동호회나 작은 모임에 가입해 운동을 즐기며 그를 같이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운동하는 것을 싫어한다. 특별한 이유는 없더라도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를 안 좋아하고 차라리 그 시간에 게임을 하길 원한다. 이 또한 누군가의 서운함을 어떻게든 만들어낸다. 

설령 마음의 크기가 똑같더라도, 그 마음속의 비중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우리는, 서운한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본인에게 더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어느 때 어느 순간 서로가 을의 연애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관계가 항상 일정하진 않더라도, 항상 한쪽이 더 좋아하지는 않을 수 있더라도 특정 순간에 누군가의 마음이 다른 누군가보다 더 크기 마련이다. 그 비중을 알아가고, 이해해 주면 조금 더 성숙한, 어른스러운 연애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첫 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