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비는 3500원입니다.
오늘은 힘들다는 말이 절로 나는 아침이었다.
잠잘 때 머리맡에 둔 홈키파가 문제였는지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난게 문제였는지
몸에 힘을 주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흐느적 춤을 추는 오징어가 될 것 같았다.
머리를 말리며 출근길에 아샷추를 꼭 사먹어야지
결심했다.
그냥 아메리카노를 먹기엔 쓴 맛만 느껴질 것 같은 숭늉같이 밍밍한 상태였고,
라떼는 부드럽지만 입안에 오래남고,
시원하게 쪽 들이킬 수 있으면서도 달달함이 한 두 스푼 추가된 아샷추는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었다.
카페에서 갓 나온 아샷추를 들고 후다닥 들어가
텀블러에 옮겼다.
음료를 오래 두고 먹는 사람으로서 얼음과 당도가 유지되는 텀블러는 무엇보다 실용적인 아이템이 아닐 수 없다.
한숨 고른후 한 입 쪽 들이키니 목을 타고 질서정연하게 구석구석 내려가는 액체에 장기들이 하나씩 눈을 뜨는 기분이다.
저절로 맛을 음미하며 생각했다.
‘아 그래도 생각나는 무언가가 있어서 다행이다.’
몸에 힘이 없을 때 수혈하는 아샷추처럼
스트레스 받을 때 배달시키는 엽떡처럼
난 오늘 3500원으로 치료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