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에 없던 일이 생기다
★104★4는 내용이 길어 3편에 걸쳐 연재합니다.
내일이 공휴일이어서 매우 설렌다. 일에 집중을 하고 싶은데,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 있다. 내일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글도 좀 쓰고, 여름옷도 정리하고, 가을옷도 몇 벌 꺼내 놓고, 집정리도 하고. 생각해 보니 할 일이 너무 많다.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 생각이 복잡해진다. 휴대폰에 팝업 창이 떠 있다.
아, 엄마가 김밥을 싸셨구나. 엄마의 메시지를 받자마자 마음이 요동친다. 집에 가서 해야 할 일을 머릿속에서 짜 맞춰 본다. 계획보다 시간이 늦춰진다.
"김밥만 빨리 갖고 나오면 괜찮을 것 같은데!"
퇴근하는 길에 친정에 들렀다. 사실 바로 옆동네라 시간이 그리 많이 걸리지는 않는다. 변수가 있다면 예상보다 시간이 한없이 늘어진다는 것이다. 계획된 일이었다면 크게 상관은 없지만 오늘처럼 갑자기 오는 연락엔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 J유형인 나는 이런 상황에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는 편이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내 의지가 아닌 무언가에 의해 계획이 틀어질 때 그렇다.
역시나 엄마의 김밥은 맛있었다. 엄마는 막내딸에게 이런저런 말씀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친구들 이야기, 시장 풍경, 미친 배추 가격 이야기. 엄마의 이야기 주머니는 늘 차고 넘친다.
"엄마, 그 이야기 지난번에도 하셨잖아요!"
엄마는 나의 말이 들리지 않나 보다. 마치 처음 들려주는 것인 양 참 재미나게도 하신다.
"어두워지기 전에 어서 가라!"
생각보다는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니가 옆집에 살긴 하지만 혼자 계신 엄마를 두고 집으로 향하는 길은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먹먹한 느낌이 든다.
"엄마, 내일 뭐 하세요? 휴일인데!"
돌아서는 발걸음이 아쉬워서 한마디 건넸다.
"내일 안과 예약 되어 있어."
"내일 공휴일인데도 병원 진료하나 봐요?"
"갑자기 생긴 공휴일이라 그냥 진료한더더라."
엄마에게는 녹내장이 있다. 그래서 6개월마다 한 번씩 정기 검진을 받으신다. 두 가지 검사를 받으셔야 하는데, 한 번에 한 가지 검사만 받을 수 있어서 3개월마다 한 번씩 병원에 가신다. 병원은 제법 규모가 크고, 집에서 좀 먼 곳에 위치해 있다.
2년 전이었을까? 역 근처 횡단보도에서 엄마와 마주쳤는데 나를 알아보지 못하셨다. "엄마! 엄마" 아무리 외쳐도 대답이 없으셨다. 그때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안과 진료 후 집으로 돌아오시는 길이었는데 검진 전 눈에 넣는 약이 원인이라고 하셨다. 약을 넣으면 세상이 뿌옇게 보인다고 하셨다.
내일 안과를 가셔야 한다는 사실이 내 맘속에 무겁게 자리 잡았다.
"엄마, 같이 갈까요?"
"내일 바쁘다며? 괜찮아!"
나의 맘이 요동친다. 내일 시간 활용만 잘하면 이번 주가 무난하게 지나갈 것 같았는데, 게다가 10월 3일은 가까운 곳에 나들이도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엄마, 같이 가요. 대신 병원만 갔다가 바로 집에 와요. 그러면 될 것 같아요!"
엄마와 시간 약속을 정하고 집으로 향했다.
'병원만 다녀와서 할 일을 하면 될 거야!'
★104★4-02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