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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꽃향기 Oct 06. 2024

★104★4-02

그녀의 진료 일기 01

  

★104★4는 내용이 길어 3편에 걸쳐 연재합니다.




2024년 10월 1일 화요일



 병원 예약 시간은 9시 25분이었다. 휴일 오전이니 차가 좀 덜 막힐 거라 예상을 하고 8시 40분쯤 엄마와 만나기로 했다. 집에서 출발하면서 엄마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녀의 진료 일기 01



01. 병원에 도착하다.



 8시 40분, 그녀가 차에 탄다. 차는 병원으로 향한다. 예상대로 도로 상황은 원활했다. 막힘이 없었고, 내비게이션이 안내한 시각에 정확히 병원 앞에 도착했다. 안과는 규모가 꽤 큰 편이다. 수술로도 유명해서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온다고 했다. 10층 높이의 건물이고, 건물 안에 주차 타워를 갖추고 있다. 병원 건물 안으로 들어서서 차를 세우면 직원들이 주차를 해 주신다.



 9시 8분 병원에 도착했다. 그녀가 차에서 내려서 병원으로 들어간다. 나는 주차장으로 들어가 직원의 안내에 따라 차를 세워 놓았다. 직원에게 주차증을 건네받는다. 나도  병원으로 들어간다.  






02. 진료를 위해 접수를 하다.



 1층 접수처에 도착해서 그녀를 찾는다. 사람이 많아서 그녀가 한눈에 보이지 않는다.  한참만에 의자에 앉아 있는 그녀를 찾았다. 그녀 옆으로 가서 앉는다.



 그녀의 손에는 번호표가 들려 있다. 이 모든 게 익숙한 듯 자신의 번호가 몇 번 창구에서 뜨는지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나 역시 그녀와 함께 전광판을 바라본다.


 "띵동"


 1142번, 전광판에 그녀의 번호가 떴다. 창구의 직원이 그녀의 번호를 한 번 더 부른다. 그녀가 5번 창구로 가서 직원과 대화를 나눈다. 익숙한 듯 이동한다. 나도 그녀를 따라간다.     






03. 신관 4층으로 이동하다.



 본관에서 신관으로 넘어가니 안내 요원이 있다. 어디에 가시냐고 묻는다. 그녀는 접수증을 안내 요원에게 내민다. 안내 요원은 엘리베이터를 가리킨다. 어르신들이 많은 병원이라 그런지 곳곳에 안내 요원이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녀가 4층을 누른다. 엘리베이터의 숫자판을 보니 유난히 눈에 띄는 층이 있다.

 '9층, 10층 연구센터'

  큰 병원인 줄은 알았지만 수술실에, 입원실에, 연구 센터까지 있는 줄은 몰랐다.  전문 병원에서 그녀가 진료받을 수 있어서 감사할 뿐이다.






04. 4층 망막센터에 머무르다.



04-1 첫 번째 검사를 받다.



 4층에서 내린다. 망막센터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엘리베이터를 기준으로 4층은 두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한 구역은 검사실, 다른 한 구역은 진료실이다. 그녀는 검사실 쪽으로 향한다.



 그녀가 검사실 앞 바구니 안에 접수증을 올려놓는다.  전광판에 1142번이 뜬다. 그녀가 간호사 앞으로 다가간다. 그녀의 생년월일을 묻는다.


" ★104★4 "

 

 그녀가 눈 검사 기계에 얼굴을 댄다. 간호사 역시 반대쪽에 눈을 댄다. 기계를 사이에 두고 그녀와 간호사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간호사가 그녀에게 이야기를 한다. 나는 제법 그녀와 떨어진 곳에 앉아 있어서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검사가  끝났는지 그녀가 내쪽으로 다가온다.

 




 


04-2 눈에 안약을 넣다.



 그녀가 나를 지나친다. 엘리베이터 반대쪽 진료실로 향한다. 나도 그녀를 따라간다. 그녀가 접수증을 3번 진료실 앞 바구니에 넣는다. 그녀가 잠시 의자에  앉아 대기한다. 잠시 후 간호사가 그녀의 접수증을 확인한다.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그녀가 대답하며 간호사에게 다가간다. 간호사가 그녀에게 생년월일을 묻는다.


" ★104★4 "


 그녀가 다시 의자에 돌아와 앉는다. 간호사가 그녀의 뒤를 따른다.

 "안약을 넣어 드릴 건데 뿌옇게 보일 겁니다."

 '저 안약 때문이구나, 그때 그녀가 나를 못 알아봤던 이유가!'

 간호사의 말을 들으며 한 번 더 안심한다.



 그날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올 것이 왔구나!' 가슴이 철렁했었다. 아는 누군가를 못 알아보고, 집을 못 찾고 그런 증상인 줄 알았다. 오늘 그녀와 동행한 덕분에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약간의 근심마저 모두 벗어던졌다. 이 시간이 참 감사하다.




 


04-3 두 번째 검사를 위해 대기하다.



 그녀가 다시 반대편에 있는 검사실로 이동한다. 나도 그녀를 따라 이동한다. 그녀는 들고 온 접수증을 "검사실"이라고 쓰인 제법 어두운 방 앞 바구니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다시 의자에 앉는다.



 그녀는 내가 옆에 붙어서 따라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혼자 다닐 수 있는데 누군가 옆에 붙어 있으면 글자도 모르고, 의사소통도 제대로 안 되는 어르신처럼 느껴진단다. 그래서 늘 나에게 한쪽에 앉아 있어 달라고 말한다. 나는 그녀의 생각을 존중하고, 그녀의 말에 따른다. 그냥 멀찌감치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다.



 그녀가 계속 앉아있다.  어두운 검사실을 바라보고 있는 환자들이 많다. 대부분 나이가 많은 어르신이다. 검사실 벽 전광판에 대기하고 있는 환자들의 이름과 나이가 표시되어 있었다.

 "정**(F/83)"

 그녀의 정보도 표시되어 있다. 그녀의 정보를 전광판으로 마주하니 참으로 어색하다. 제법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그녀만 바라보고 있던 나도 고개를 돌려 4층 전체 분위기를 파악해 본다.




 다른 검사실 방 앞엔 혼자 오신 듯한 어르신, 모녀 사이로 보이는 환자와 보호자가 앉아있다. 모녀는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혼자 오신 듯 보이는 어르신은 휴대전화를 바라보고 있다. 검사실을 안내받고 이동하는 어르신도 보인다. 거동이 불편하신지 이동 속도가 매우 느리다. 휠체어에 탄 어르신 한 분이 검사실 쪽으로 오고 있다. 아들로 보이는 보호자가 휠체어를 밀고 있다. 몸이 많이 편찮으신지 혈색이 좋지 않고 힘이 하나도 없어 보인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04-4 어두운 방으로 들어가다.



 잠시 후 간호사가 일곱 명의 환자 이름을 부른다. 그녀의 이름도 있었다. 간호사는 어두운 검사실로 환자들을 안내한다. 간호사는 환자마다 생년월일을 묻는다.


" ★104★4 "


 검사실 안쪽 의자에 대기하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잠시 후 환자들이 우르르 나온다. 먼저 검사를 받은 환자들인 듯하다. 잠시 후 그녀가 나온다. 검사실 바로 앞쪽 의자에서 대기한다. 검사가 끝난 건지, 어두운 방 대기 장소가 답답했던 건지 알 수가 없다. 잠시 후 그녀가 다시 어두운 방으로 들어간다. 몇 분이 지났을까? 환자들이 하나둘씩 검사실 밖으로 나온다. 그녀는 세 번째로 나왔다. 표정이 밝다.


 그녀는 간호사에게  접수증을  받는다. 그리고  내게  다가온다.

 "지난번엔 0.8, 0.4가 나왔는데, 이번엔 0.8, 0.6이 나왔어!"

 당당한 목소리다. 지난번보다 검사 결과가 좋다는 이야기다. 나도 한시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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