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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꽃향기 Oct 27. 2024

물놀이에 숨겨진 슬픈 이야기

좌충우돌 초등 교실 이야기



2024년 10월, 총 6회의 수영 교육이 있었다.  30도를 웃돌던 기온이 9월 말쯤 갑자기 떨어져 많이 걱정했었다. 다행히도 10월 낮기온은 23~24도를 유지해 주었다.



수영 교육이 정확히 언제부터 교육과정에 포함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2018년 3학년 담임 당시 한 차례 수영 교육의 경험이 있었고,  올해가 두 번째 해이다. 2020년에서 2022년까지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수영 교육이 중단됐었다. 현재까지는 3, 4학년 체육 교육과정에 수영 실기 수업이 포함되어 있다.



  아이들에게는 특별하고 설레는 경험이겠지만 학교를 벗어나는 활동인 만큼 주의할 점도, 신경 쓸 점도 참 많다. 수영 교육 계획 및 시간표 조정 등의 복잡하고 번거로운 일들은 모두 학년 부장님이 도맡아 해 주시기 때문에 나는 우리 반 아이들만 지도하면 된다. 하지만 야외로 나가는 활동은 언제나 버겁고 부담스럽다.  수영 교육에 필요한 준비물 안내, 안전교육은 일주일 전부터 마르고 닳도록 반복했다. 아이들에게는 긍정적인 이야기만 해 주고 싶었지만, 다치거나 위급한 상황의 일을 모두 예측해서 단속에 단속을 거듭했다.



20대에 수영을 배웠다. 처음엔 물이 너무 무서워 배움의 속도가 참 더뎠다. 자유형, 배영, 접영, 평영 모두 흉내는 낼 수 있다. 접영과 평영의 경우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는 게 문제지만 말이다.  이번 수영교육의 주는  생존 수영이다. 나는 생존 수영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아이들의 배움을 지켜보면서 꼼꼼히 메모했다. 처음엔 안전교육 자료로 활용하자 생각하며 기록을 시작했는데, 의도치 않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여자 코치님, 남자 코치님 두 분이 교육을 진행해 주셨다. 나는 각자의 사정으로 수영 교육에 참여하지 못하는 아이들과 함께하며 생존 수영 수업을 참관했다.






수영 교육 일지



<1일 차>


준비체조 실시

→ 풀장 밖에서 발차기 연습

(풀장 밖에 앉아서 다리만 물속에 넣은 상태로)

→ 코치님들은 다리 자세를 교정해 주심.

→ 물안경 쓰기

→ 검지 입에 대고 "움" (숨 참기) 소리 내기

→ 유아 풀장 입수

→ 풀장 벽에 손대고 머리 물속에 넣었다 빼며 움파

→ 밖으로 나와 다리만 물속에 넣고 발차기 연습

→ 5분 동안 풀장 안에서 자유 시간 - 물과 친해지기



 특이 사항

  유아 풀장이었는데도 무섭다며 수업을 중단하고 나온 아이 있음. 감기에 걸릴 수 있어서 샤워 후 옷을 입게 함.






<2일 차>


준비 체조 실시

→ 발차기 연습 + 다리 자세 교정

→ 풀장 가장자리에 앉아 허벅지 두드리기

→ 물안경 쓰기, 물안경 점검

→ 유아 풀장에 입수 + 움파 연습

→ 일반 풀장으로 이동

    일반 풀장에서 벽 잡고 발차기 연습



특이 사항

지난 시간에 무섭다며 수업을 중단한  아이 다시 수업 참관 전환 요청함.  감기에 걸릴 수 있어서 샤워 후 옷을 입게 하고 수업 참관 시작.








<3일 차>


준비 운동 실시

→ 발차기 연습

→ 구명조끼 입기 연습


 잠겨있는 버클을 푼다 →조끼를 입는다 →버클을 채운다  →양 옆에 있는 가슴 조임 줄을 서로 당겨준다 →조끼 등 쪽 아래에 있는 생명줄 두 줄을 다리 사이로 통과시켜 앞쪽으로 가져온다 →조끼 앞면  양 아래쪽에 있는 고정대에 생명줄을 끼운다. 이때 생명줄을 고정대 아래서 맨 위로(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빼고  다시 아래쪽으로 방향 바꿔 끼운 후 고정한다. (가방 줄을 고정대에 끼워 풀리지 않도록 하는 원리와 같음)



→ 구명조끼 벗기 연습

  생명줄을 푼다  가슴 조임 줄 고정대를 앞으로 당겨 끈을 느슨하게 한다버클 세 개를  푼다 →조끼를 벗는다.


→ 구명조끼 입고 입수

 "바다에 빠졌을 때는 수영복도, 수모도 없다"

 "구조대 올 때까지 기다린다"

  반복적으로 말씀해 주신다. 아이들은 따라 한다.



하늘 보고 혼자  떠 있기 연습 →코치님은 아이들을 끌어 주시며 일렬로 팔짱을 끼게 지도 →아이들 15명이 팔짱을 끼고 한 줄이 됨 →이때 코치님은 아이들을 끌면서 물속에서 이동하는 상황 연출 (아이들은 물놀이한다고 느끼는 듯 까르르 웃어댔다) →가끔씩 파도를 일으켜 몸이 떠내려가는 상황 연출(역시 아이들은 즐거워함) →한 줄로 나란히 모여 있던 아이들이 원을 만들도록 도와주신다. →모두 하늘을 바라보고 물 위에 떠 있는 상태 + 원 대형으로 팔짱을 끼고 있다. →코치님은 계속 파도 상황을 연출한다.


 수업 종료 후 구명조끼 벗기




특이 사항

아이들은 조끼 입고 벗기에 우왕좌왕이다. 코치님들이 계속 바른 방법을 지도해 주신다.  입수하지 않고 참관한 아동은 6명, 코치님의 안내에  따라 나는  6명 아이들의 구명조끼 입고 벗기 연습을 도와주었다. 코치님께서 참관 아이들 구명조끼 착용 상태 역시 점검해 주셨는데,  생명줄 고정 방법을 지적받았다. 코치님 안내에 따라 다시 수정 후 생명줄을 고정시켰다.  무한 반복 연습. 버클 끼우기, 생명줄 고정에 어려움을 느낀다.  



 아이들이 수영 교육을 놀이처럼 인지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주책맞게 내 눈에선 왜 그리 눈물이 흐르는지. 2014년, 그날의 소식이 떠올라서겠지.






<4일 차>


준비 운동

→ 유아풀장에서 발차기 연습  

→ 엎드려 발차기 연습  (발차기 자세 교정)

→ 구명조끼 착용 (전날보다 속도 빨라졌다. 코치님의 안내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입수하는 방법 연습

두 손으로 구명조끼의 윗부분-쇄골 바로 아랫부분-을 꽉 잡는다. (구명조끼를 잡지 않으면 입수했을 때 조끼가 벗겨질 수 있음)

입수 방법 두 가지 연습  

두 다리를 함께 구부렸다가 위로 점프하듯 입수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듯이 입수

오른발 한쪽만 위로 들고 (허벅지와 종아리 90도 각도 유지)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듯 입수


→입수 후 계속 발차기

→배영으로 이동하기


→일반 풀장으로 옮겨 연습  - 입수 후  풀장의 1/3 정도까지 헤엄치기

 →서너 차례 반복



 특이 사항

일반 풀장으로 옮긴 후,  입수를 망설이는 아이들 몇 명이 보인다. 코치님들과 친구들의 응원에 힘입어 용기를 내어본다. 입수 후 헤엄칠 때 역시 힘겨워한다. 코치님이 조끼를 잡아주시며 발차기를 유도하신다. 오늘 중간에 무섭다고 나온 아이는 없었음.  역시 응원의 힘은 대단하다.








<5일 차>


준비운동

→구명조끼 착용

→앉아서 발차기(자세 교정)

→엎드려 발차기 (자세 교정)

→일반 풀장으로 바로 이동

→두 발로 점프해서 입수 + 헤엄치기

→한 발로 걸어 들어가듯 입수 - 배영으로 헤엄치기

→4일 차와 동일, 단 입수 후 풀장의 끝에서 끝까지 헤엄침



 특이 사항

4일 차보다는 적응된 모습, 마찬가지로 중간에 나온 아이들은 없었다. 헤엄치다가 힘에 겨워 멈추는 모습. 배영으로 헤엄을 쳐서 오기 때문에 뒤에서 앞질러 온 친구들과 부딪히기도 한다. 계속 가지 않으면 부딪힐 수 있음을 경험한다. 어느 정도 적응한 모습이다. 다른 반 친구들은 입수를 두려워하는 친구들이 2~3명 더 있었다고 한다. 직접 비교는 할 수 없다. 감기나 중이염으로 처음부터 참관을 선택한 아이들이 이미 많이 있었기에.  좋은 기회인데 몸이 안 좋은 아이들이 많아 안타깝다.







<6일 차>


5일 차와 동일

마지막 시간이라 약간의 자유 시간이 주어짐.

친구들과 헤엄치는 아이, 움파 연습을 하는 아이, 하늘 보고 누워있는 아이 다양한 모습으로 자유시간을 만끽한다. 코치님들은 옆에서 아이들을 지켜봐 주신다.



특이 사항

없음

수영 교육 종료. 사고 없이 무탈하게 마무리되었다. 다행이다.







코치님들이 유난히 강조하는 부분이 있었다. 아마도 아이들이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겠지.



발차기 바르게 하기

구명조끼 착용 시 서로 도와주기

입수하고 헤엄칠 때 구명조끼 두 손으로 계속 잡고 입기

입수하자마자 바로 헤엄치기 (몸이 바로 뒤집힐 수 있음)



 예상대로  아이들은 일반 풀장에서의 교육을  무서워했고,  힘들어했다. 수업 중간에 무섭다고 나온 아이는 3일 차부터는  아이들의 응원을 받으며, 코치님들의 도움을 받으며 실기 수업에  참여했지만 6일 차에는 몸이 좋지 않아 처음부터 참관을 선택했다. 이 부분에선 많이 아쉬웠다. 어차피 물에 대한 공포는 물과 익숙해짐으로 없앨  수 있을 텐데. 친구들 여럿이 옆에 있고, 코치님도 두 분이나 계셨고, 안전 요원이나 내가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상황은 아이의 삶에 드문 일일 텐데 말이다. 이번 기회에 조금이라도 물과 친숙해지길 바랐는데  속상했다.



 2018년에는  몇 명의 아이들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힘이 들었었다. 하늘 보고 물에 떠있는 친구 얼굴에 물을 붓는다든지, 일부러 물에 빠뜨린다든지의  행동으로 분위기를 흐렸었다. 올해는 아이들이 온전히 수업에 집중해 주어서 다행이었다.



 2014년 4월 그날의 일로 생존 수영 교육이 교육과정에 들어오게 되었다. 아이들이 구명조끼를 입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바다에 떠 있지 못했기 때문에 사고가 난 것이 아니었는데. 이유가 무엇이었든 현재는 교육 과정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고, 그에 따라 3, 4학년 2년 동안 생존 수영 교육을 받게 되었다. 이 과정에 대해 나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없을 것 같다. 교육의 부재 탓이 아니었다고 변명할 수도 없고, 지금 나의 아이들이 이 교육을 받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6일 차 일지대로 10월 한 달 동안 나의 아이들이 수영교육에 참여한 내용만 기록할 수 있을 뿐이다.  



 





 출퇴근 길에 만나는 신호등, 횡단보도, 학교의 출입구를 지켜주시는 보안관님, 놀이터 바닥의 우레탄 소재, 교실 창문의 안전 바, 호신용 호루라기, 또 뭐가 있으려나? 지금 내 주변에서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은 또 어디서부터 시작이 되었을까? KF94 마스크, 손 세정제에서부터 상하수도 시설, 우리가 복용할 수 있는 약, 나열하려면 끝도 없겠지. 분명 그 안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슬픈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시간 역시 나도 모르게 슬픈 이야기가 쌓여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미래의 어느 순간을 살고 있는 누군가는 무언가를 당연하게 누리게 될 것이다. 수영 교육을 받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주책맞게 눈물도 훔치면서,  아이들에게 구명조끼를 입을 일이 없기를 바라도 보면서, 또 내가 누리는 것들을 생각해 보면서 보낸 10월이었다.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그냥 또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밖에는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다. 내가 알지 못하는 혹은 의식하지 못하는 그 모든 슬픈 이야기를 가끔은 떠올려 보면서 조금이라도 성실하게,  열심히,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보자 다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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