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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해 Mar 27. 2024

Warm is better than hot

[2024 theatre 이문세]를 다녀와서

지난 주말, 이문세 콘서트에 다녀왔어요.

신랑이 여태 한 번도 콘서트를 본 적 없다더라고요.

연극의 현장감을 좋아하니까 콘서트도 분명 좋아할 텐데-

안 그래도 작년에 이문세나 SG워너비 콘서트를 찾아봤었는데 때마침!

대로변에 걸린 현수막을 보자마자 예매 사이트에 들어갔지만 이미 전석 매진...ㅠ

수시로 취소표 뜬 거 있나 확인한 결과, 3층 맨 뒤에서 두 번째 줄 티켓을 겨우 주웠습니다.

그게 이미 한 달 전이었는데 그 뒤로도 더 좋은 자리는커녕 아예 2자리 연석 취소표는 구경도 못했어요.

 돈 주고도 못 사는 건 젊음뿐이 아니네?


뚜껑 있는 500ml 이내의 생수만 반입 가능해서 밖에서 사들고 간 이온음료는 공연장 밖에 맡겨야 했어요.

무대로 음료수를 던질 리는 없고, 의자나 바닥에 쏟을까 봐 그런 거겠죠?

오전에 안내 문자를 받았는데 '뚜껑이 있는', '최대 500ml'는 봤지만 '생수'를 놓친 제 탓이죠, 뭐.

빼앗기자마자 목이 말라(!!) 자판기에 생수를 사러 갔어요.

품절되지 않은 딱 한 칸이 남아있는 것도 감사하고, 바가지요금 없이 천 원인 것도 감사하고. 별일이죠?

그리고 플래시만 못 터뜨리게 하는 게 아니라 사진 촬영도 아예 금지였어요.

SNS 홍보 따위 필요 없다는 건가? 공연 내용이 유출되는 게 싫은 건가?

그보다는 사진 찍느라 집중 못하고 놓치는 일 없이, 공연을 온전히 즐기라는 뜻이겠거니...

뾰족뾰족 마음이 까칠한 상태였으면 모든 게 짜증 났을 텐데 보들보들 촉촉한 상태라 다 이해되더라고요.

안내요원분들이 친절하셔서 그랬을 수도 있고요. 내용만큼 형식도 중요하니까요.

 꿈보다 해몽? 


사실 당일 아침 댓바람부터 싸워서 과연 콘서트를 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어렵게 구한 거라 차마 포기할 수가 없더라고요.

혼자라도 가겠다는 마음 반, 싸워도 하루를 안 넘기니까 저녁때쯤엔 화해하겠지 하는 마음 반.

티켓 취소했으면 아까워서 어쩔 뻔했게요.

첫 곡부터 소름이 돋고 괜히 울컥하더라고요.

잠시 후, <옛사랑> 나올 때 신랑이 제 손을 가져가 자기 얼굴을 슥- 닦더라고요. 우는 거야???

요즘 눈물이 메말랐다더니...?

새로운 경험을 선물한 것 같아 많이 뿌듯했습니다.

 설마 전 여자 친구 떠올린 건 아니지?


워낙 뒷 좌석에서 본 데다 멀티비전도 없어서 문세 아저씨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어요.

그런데 비율 뭐람?

안 그래도 뱃살 없는 모습 보여주려고 열심히 운동했노라 언급하시더라고요.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위트 있는 농담은 이미 짜여진 각본이겠지 하면서도 좋았습니다.

가볍게 리듬을 타고 춤추는 모습에선 전혀 나이를 가늠할 수 없었고요.

댄서와 연주자들까지 한 호흡으로 프로페셔널했어요.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섹시하다는 건 부인할 수 없어요.

음악이 우리에겐 여가지만 그들에겐 일이잖아요.

그래서 스스로를 돌아보며 반성했습니다.

 나는 흠뻑 젖어들어 일을 즐기고 있는가?


신랑이 그날의 콘서트를 색깔로 표현한다면 무슨 색이겠냐고 묻더라고요.

언뜻 떠오른 건 보라!

신비로우면서 고급진 느낌이었거든요. 약간 몽환적이랄까.

그다음은 주황? 석양빛 물든 모습요.

제가 가 본 다른 콘서트에 비해 어른들이 많았어요.

평소에 길에서 보던 모습과 달리 설렘의 표정을 많이들 짓고 계셨고요.

커플끼리, 친구끼리, 모녀끼리 온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어우러져 떼창 하는 모습은 찬란했습니다.

<소녀> 가사가 '떠나지 않아요'인지 '떠나지 말아요'인지 헷갈리면 어때요. 우린 함께 즐겼는걸요.

비슷한 이유로 신랑도 주황색을 떠올렸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붉은 노을>에 세뇌된 건 아니겠지?


곧 새 앨범이 나온다고 해요.

'Warm is better than hot'

작년 연말에 타이틀곡을 선공개했다는데 그날 처음 들었습니다만 좋더라고요.

불타는 듯 뜨거운 열애의 시기가 지났다고 씁쓸해할 필요 있나요?

노랫말도 좋고, 손가락 튕기며 듣기 좋은 재즈 느낌의 멜로디도 좋아요.

근데 왜 자꾸 그 노랠 떠올리면서 <러브 액츄얼리> OST 'All you need is love'를 흥얼거리는지 모르겠네요.

 그래서 지금 들으러 갑니다^^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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