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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여행자 Sep 20. 2022

원시사랑

모든 존재들에게 숨어 있는 사랑마음

야옹!

총총 온니 눈이 참 사랑스러워.

뭘 쳐다봐도 온순한 느낌이 들어.


멍!

아구구 캬캬캬

야 내가 사랑마음이 넘치니까 그렇지.


야옹!

그럼 마음속에 사랑이 많이 들어있다는 거구만.

눈을 보면 알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하지.

사랑마음, 욕심마음, 분노마음, 질투마음, 시기마음, 용서마음.....

뼈와 살로 된 존재 속에서, 어딘가에 숨어 있는 이런 마음들이 문 열고 나오려는 거 같아.

그래서 눈을 마음의 문 이라고도 할 수 있나 봐.


하하

맞아.

우리 두발족들은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하거든.

보이는 게 싫거나 두려우면 창에 커튼을 치거나, 두꺼운 코팅을 하기도 해.

지구별여행에서 창문을 꽁꽁 잠그고 싶어질 때도 있긴 할 거야.

어떤 존재라도 혼자 있고 싶어질 때가 있잖아.

그런 때는 시원한 공기도, 밝은 빛도 다 필요 없다는 마음일 거야.

그러다가 시간이 마음을 치료해주면 창문을 열기 시작하게 돼.

총총이는 마음이 훤히 다 보여.

언제나 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 모든 존재와 소통하면서 지구별 여행을 즐기는 거 같아.


야옹!

미야 우 끼끼끼

온니는 바라는 게 아무것도 없이 주기만 하는 거 같아.

항상 반겨주고, 핥아주고, 매일매일 웃음을 주잖아.

아 그런데 먹는 거 보면 눈빛이 달라지기는 하더라고.

고기만 보면 눈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는 거 같아.


멍!

아구구 캬캬캬

야 그건 타고난 본능이라서, 내가 통제 불가능한 거 같아.


야옹!

나도 본능이 있어.

그런데 난 본능 통제를 하려고 매일 수련을 하고 있어.

온니가 가진 순수한 사랑도, 고기에 환장하는 것도 본능화 된 마음이야.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습관이... 성품이... 운명이 변한다고들 하잖아.

온니가 고기 보고 못 참는 것은 눈에서 뇌로 뇌에서 혀로 생각이 전달되어서 그래.

결국 침을 흘리는 본능이 나타나잖아.

나도 침을 흘리긴 하는데, 밖으로 새지는 않아.

다른 존재들과 조화를 이루려고 본능을 수련하니까 가능해지더라고.

본능을 통제하는 것이 좋다 나쁘다 하는 기준은 없어.

그냥 온니의 선택이야.


멍!

야 내가 무슨 사회적 동물이냐?

아니 한라산 아래 개종족들도 뭉쳐 댕기니까, 사회적 동물이긴 하다.

아무튼 내가 통제 안 되는 것 중에는 맛난 거 보면 침 흘리는 거 하고...

내가 준 것을 다시 달라고 하고 싶어질 때가 있어.

간식 같은 거 말이야.

줄 때는 조건 없이 주었는데, 내가 아쉬우니까 받고 싶어 지더라고.


야옹!

온니 그건 사랑이 아니야.

비즈니스야.

사랑이 아니라 장사인 거야.

내가 이거 줬으니, 너도 이거 줘하는 거야.

내 통에서 이만큼 빼서 너를 주었으니, 니 통에서 더 많이 빼서 나에게 줘야 해라고 하지.

많은 존재들은 원시사랑을 잘 몰라.

사랑한다고 해놓고 헤어질때는 자기가 준 물건들을 돌려달라고 하는 종족들도 있다고 하더라고.


멍!

원시사랑?

그게 뭔데?


야옹!

지구별에 아무런 인공물이 없었을 때 했던 사랑이라서 원시사랑 이라고 하는거야.

뼈다귀 간식도, 야옹이 통조림도, 온니 목줄도, 하하가 타는 자동차도.... 없었어.

마음사랑 시기였던 거야.

우리 엄마가 나를 지킬 때의 사랑 말이야.

그게 원래의 사랑이야.

옆집 꼬끼오가 내가 다가가면 삐약이를 날개에 넣고,  날 쪼으려고 노려보잖아.

자기 목숨을 걸고 새끼들을 지키는 원시사랑 이야.

계산이라는 것이 끼어들 틈이 없어. 

내 거가 빠져나가는 것은 개념치 않고, 그냥 마구마구 주기만 하는 거야.

아무것도 바라는 거 없이 주기만 하는 거지.

대가 없이 자기 목숨조차도 버리는 거야.


멍!

맞아. 우리 엄마도 나를 지킬 때 아무리 덩치 큰 존재가 와도 물러서지 않더라고.

등골에 털들이 수직으로 서면서, 세상 어떤 것에도 맞서겠다는 듯이 으르렁 했었어.


하하

우리 두발족들도 원시사랑이 있어.

모성애라고 하잖아.

그런데 다른 사랑은 계산을 안 할 수 없나 봐.

이쁜 거에 끌리는 거도 사실은 하나의 계산이잖아.


야옹!

맞아.

사랑에 시동이 걸리는 거야.

나도 처음엔 옆집 나비가 잘생겨서 꼬셨잖아.

그건 계산적이었던 거야.

그런데 모든 존재의 뼈와 살 속에는 원시사랑이 숨어 있어.

시간이 지나면서 정이 들면 순수한 사랑이 나오는거 같아.

바닷가 바람이 불어 모래가 날리면 까만 돌맹이가 나오는 것처럼...

내가 잡은 사냥감을 나비랑 같이 먹고싶고, 나비가 아프면 내가 더 아프더라고.

난 나비에게 아무것도 바라진 않잖아.


멍!

우리 엄마나, 병아리를 지키는 닭이나, 두발족의 모성애나 다 본능적인 거잖아.

신이 너무 바빠서 사랑 본능을 준거라 잖아.

이런 원시사랑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변하지도 않는 거 같아.


야옹!

당근이지.

이건 우주의 원리 중 하나잖아.

지구가 돌고 있고, 해와 달이 있고, 밤과 낮이 있고, 계절의 변화가 있으며, 중력의 법칙이 있고...

수많은 우주원리 중에 원시사랑이 있는 거야.


멍!

이프니 또 너무 멀리 간다.

오늘은 적당히 가자.


하하

그래도 이미 안드로메다는 지난 거 같다. 


야옹!

미야우 끼끼끼

내가 좀 빠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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