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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여행자 Oct 12. 2022

가장 큰 공부는?

제주 시골 바닷가의 댕댕이와 양양이의 소확행 173

멍멍!

이프나 여기 냄새난다.

꼭 니가 쉬한 거 같아.


야옹!

미야우 끼끼끼

뭐야.

총총 온니 내가 거기다 쉬 하는 거 봤어?


멍멍!

야 꼭 봐야 아냐?

내 코가 뭔 코냐?


하하!

개코

바람에 섞인 냄새를 종류별로 구분할 수도 있잖아.

밥 한 그릇 먹을 시간에,  네발로 전속력으로 달려서 갈 수 있는 먼 거리에 있는 냄새도 알더라고.

총총이 코는 알아줘야 해.

아무튼 너네 종족은 냄새 하나만큼은 엄청난 진화를 한 거 같아.

우리 종족이 아무리 냄새 박사 학위를 따도 그 부분은 너네 종족을 못 따라 가는 게 확실해.


멍멍!

아구구 캬캬캬

봐라. 하하도 내 냄새의 정확성과 감지력을 인정하잖아.

니가 싼 게 맞지?


야옹!

미야우 끼끼끼

안 쌌다는 게 아니라...

아이 쪽팔리잖아.

요즘 살짝 추워져서 풀밭 가기가 싫어서 그랬어.

나뭇가지를 많이 꺾어 놨길래, 꼭 거기가 거기 같잖아.

내가 당하고 보니 내가 한 것이 조금 나쁜 짓 같으면 인정하기가 쉽지 않네.


멍멍!

증거가 분명한데도 인정하기가 쉽지 않아.

나도 엉뚱한 데에 쉬하고 나서 여러 번 시치미 떼 봤는데, 마음이 편치 않더라고.


하하!

그러게, 마음이 편해지려면 내가 한 것은 했다고 인정하는 것이 지혜잖아.

요즘은 우리 두발족들도 분명한 증거가 있는데도, 그냥 아닌척하고 살더라고.

예전에 어떤 고수가 그랬잖아, 큰 공부 중에 공부는 남의 허물을 내가 뒤집어쓰는 거라고.


야옹!

맞네.

내가 한 것도 인정하기 어려운데, 남이 저질러 놓은 허물을 내 거라고 하다니...

그걸 실행할 수 있는 존재는 정말 고수일 거야.


멍멍!

아 그럼 방금 이 쉬 냄새 내가 싼 거야.


하하!

야 그건 고수이고 싶어서 억지로 하는 거잖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누가 보든지 안보든지 해야 고수라니까.


멍멍!

아구구 캬캬캬

이프나 그럼 다음에 너 쉬하고 안 한 체 하고 있어.

나보고 했다고 우겨봐.


야옹!

미야우 끼끼끼

그럼 총총 온니 그때는 잊어버리고 화를 버럭 낼걸.

내가 하지도 않은 일을 뒤집어썼다고 펄떡펄떡 뛸 거 같은데.


하하!

그때 봐야겠다.

과연 총총이가 고수가 될 수 있는지 없는지.


멍멍!

야옹!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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