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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순이 Jul 15. 2024

산모교육과 경품행사

현재 다니고 있는 산부인과 병원에서 산모교실 참가자 모집 문자를 보내왔는데, 읽어보니 관심이 가서 신청 후 참여하게 되었다. 산부인과 병원에서 주최하는 행사는 아니고, 병원이 본 행사의 협력업체로 참가하는 거였다. 아무튼 문자에 첨부된 링크를 타고 신청서를 작성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참가 확정 문자가 왔고, 행사 날짜와 시간에 맞춰서 행사장에 방문했다. 총 35명의 산모들이 신청했고, 개중 32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오후 1시부터 3시 40분까지 진행됐다. 1시부터 2시까지가 1부 행사인 산모 교육, 2시부터 3시까지가 쉬는 시간 및 협력업체탐방, 그리고 3시부터 3시 40분까지가 2부 행사인 경품 추첨 이벤트다. 우선 1시부터 2시까지 1시간 동안 신생아 세정법, 보습법, 세탁법 따위를 강의해 줬다.


강의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신생아는 최소 생후 6개월 까지는 화학성분을 피하는 게 좋다. 씻기는 것도 물로만 씻겨도 되고 보습도 굳이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혹시나 피부가 갈라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순한 제품으로 최소한으로 해주는 게 좋다. 신생아 옷은 어른 옷과 같이 세탁해도 된다. 다만 섬유유연제는 쓰지 않도록 하고 아기옷을 빨기 전에 세탁조 청소를 반드시 해줘야 한다.


시중에 판매하는 물티슈에는 화학성분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에 아기 피부를 닦을 때 절대 쓰지 말고, 건티슈나 거즈에 물을 적셔서 닦아주는 게 좋다. 대략 이런 내용. 그러면서 특정 브랜드의 건식 물티슈를 홍보했다. 강의가 끝나고 잠깐 상조회사에서 나온 영업자가 투입하더니 상조 보험 홍보를 했다. 산모 교육을 들으러 왔는데 상조 보험 홍보라니 매우 생뚱맞게 느껴졌다.


보험회사 홍보를 듣고 있자니 뭔가 아차 싶어졌다. 경품이고 뭐고 지금 도망갈까 이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이왕 온 거 조금 더 버티고 앉아있어 보기로 했다. 그리고 1부 행사가 끝났다. 진행자로부터 2부 행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쉬는 시간을 가지거나, 강의실 바로 옆 사무실에 있는 협력업체 부스에 가서 홍보를 듣고 사은품을 받아오라는 안내를 받았다.


1부 행사가 끝나고 곧바로 협력업체 부스로 향했다. 만삭 및 아기 사진 촬영 스튜디오, 산후도우미 회사, 교구 및 도서 출판 회사, 태아보험회사, 산부인과 병원, 그리고 1부 행사에서 먼저 홍보했던 상조회사까지, 총 6군데의 협력업체 부스가 있었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 6군데의 협력업체 부스와 그에 따른 영업자들과 30명의 산모들이 빼곡히 차있으니 꽤 시끄럽고 정신이 없었다. 우선 자리가 비는 데로 가서 그 회사의 제품 홍보를 들었다. 홍보를 들어야 도장을 받을 수 있고, 도장 6개를 모두 받아야지 안내 데스크에 가서 사은품을 수령할 수 있으며, 2부에서 경품 행사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일단 내가 다니는 산부인과 병원 부스에 먼저 갔다.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하고 특정 게시물에 좋아요 버튼을 눌러주는 조건으로 기저귀 샘플과 본 병원에서 출간한 출산수기집과 음료수 1팩을 받았다.


두 번째로 태아보험 부스에 갔다. 태아보험은 이미 주수가 한참 지나기도 했고 그전부터 한참을 고민해 보고 가입을 하지 않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굳이 가입하지도 않을 보험 설명을 듣자니 너무 피곤했다. 사실 몇 달 전에 베이비페어에 가서도 태아보험 설명을 듣긴 했다. 이미 아는 내용을 또 듣는 것도 고역이었다. 일단 도장을 받아야 하니 설명을 듣긴 들어야 했다. 보험을 가입하지 않기도 했고, 특별히 돌아오는 게 없었다.


사실 이 부스는 기존에 태아보험에 가입된 사람들이 보험증권을 가지고 가면 그 보험을 점검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스라고 했다. 나는 기존에 가입된 보험이 없으니 가입 권유 쪽으로 상담이 진행됐다. 어쨌든 도장만 받았다. 아, 혹시나 생각 바뀌면 연락 달라고 명함도 하나 받았다. 여기서 시간을 어마어마하게 보낸 것 같다. 일어서는데 진이 다 빠졌다. 경품이고 뭐고 여기서 그만 나갈까 고민했지만 여기까지 들은 게 아까워서라도 더 들어보기로 했다.


세 번째로 만삭 및 아기 사진 촬영 스튜디오 부스에 갔다. 만삭 사진을 촬영할 생각이 있냐고 묻기에 없다고 하니까 깔끔하게 그냥 도장만 찍어주고 보냈다. 입구에서 받았던 신청서를 다시 돌려달라고 하기에 돌려줬다. 돈 드는 게 아니라 회사 홍보차 무료 체험 행사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는데도 별로 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들었다. 웨딩 준비 때 겪은 내 경험상, 무료라고 해서 가보면 분명히 뭔가 추가 결제를 요구할 것만 같았다. 만삭 사진 따위, 셀프로도 충분하다.


네 번째로 산후도우미 회사 부스에 갔다. 산후도우미 회사 관계자에 의하면 출산예정일 40일 전부터 출산 후 30일 이전까지 보건소에 문의하면 산후도우미 지원대상에 해당하는지 그 여부를 확인하고 신청할 수 있다고 했다. 특별한 호객행위는 하지 않았고 우선 때가 되면 보건소에 연락부터 해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회사 팸플릿과 함께 아기손수건인가 뭔가를 하나 챙겨주길래 받고, 도장도 받았다.


다섯 번째로 상조보험회사 부스에 갔다. 상조보험에 전혀 들 생각도 없고 설명을 들어봐도 전혀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 뭐라더라. 일단 가입 신청서를 작성하면 아기 침대, 카시트 따위의 고가의 경품을 무조건 준다고 했고, 집에 가서 생각이 바뀌면 계약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취소하더라도 경품은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안 해도 되냐고 하니까 알겠다며 도장만 찍어줬다. 그러면서 설명 들은 김에 받아가라면서 건티슈를 하나 챙겨줬다.


마지막 여섯 번째로 교구 및 도서 출판 회사 부스에 갔다. 집으로 영유아 소식지를 보내준다면서 개인정보를 요구하길래 반신반의하며 일단 적어줬다. 영유아 교구 및 도서 세트에 대한 설명을 듣는데 살 생각이 전혀 안 들어서 그런가 조금 지루하고 피곤했다. 요즘 어린이 도서관도 동네마다 있고, 장난감 도서관도 잘 돼있는 데다가, 공동육아 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으니 굳이 이런 교구나 도서에 돈을 쓸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마무리하고 자리를 떠야 하니, 집에 가서 생각을 해보겠다고 했다. 어린이 돗자리와 키재기자를 받고 도장을 받았다.


여섯 군데 협력업체의 도장을 모두 받은 종이를 들고 안내 데스크에 가니 확인 후 몇 가지 경품을 나눠줬다. 아기신발과 선물팩을 받았다. 선물팩을 열어보니 기저귀 샘플 2개, 세제 샘플 2종, 아기 로션, 크림, 오일 샘플 2세트, 또 다른 브랜드의 아기 로션, 과일 채소 세정용 칼슘파우더가 들어있었다. 몇 가지 이벤트에 더 참여하면 경품을 더 준다면서 간단하니 웬만하면 참여하라길래 알겠다고 했다. 건식 물티슈 회사의 카카오톡 친구추가를 하는 조건으로 건식 물티슈와 정제수를, 또 무슨 브랜드와 마켓 카카오톡 소식 알림을 받는 조건으로 아기베개를 경품으로 받았다.


여기까지 한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지친다. 경품도 받을 만큼 받았고 이제 집에 가도 괜찮을 것 같다. 안내 데스크에 있는 직원에게 이제 집에 가도 되냐니까, 아유 집에 가시면 안 되죠! 경품 받아가셔야죠! 유모차도 주는데요! 하고 완강하게 나오길래 거기에 설득돼서 다시 조용히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경품행사는 그리 길지 않게 한 시간 이내로 끝났고, 큰 선물은 못 받았지만, 제비 뽑기에 당첨돼서 꽤 대용량의 아기 세제를 하나 챙겨 올 수 있었다.


그 밖에 몇 가지 이벤트가 더 있었다. 산모교육 현장 인증샷 이벤트에 참여하면 전원에서 세제 2종 세트를 주고, 개중 베스트 후기를 올린 사람에게는 침구세트, 워터랩, 실리콘젖병, 신발 따위를 준다고 했다. 또 후기 작성자 중 한 명을 추첨하여 선물팩도 준다고 했다. 여기서 더 이상 뭘 받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더 이상의 이벤트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뭐 어쨌든 무료로 신생아 세정, 보습, 세탁법 따위에 대해 들을 수도 있었고, 수중에 들어온 물건들도 있고, 경험 삼아 잘 다녀온 것 같기는 하다마는, 행사장까지 이동하는데 드는 시간과 교통비와 수고스러움과 행사장에서 이런저런 회사의 홍보를 들으며 사람들과 부대끼며 받는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두 번은 가기 싫다.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래도 일단 오늘은 잘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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