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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wn Oct 17. 2023

Good news, check your mail!

스웨덴 다이어리

추석연휴 첫날, 느지막하게 눈을 떴는데 홍콩의 N이 보내온 메시지가 있었다. 


“Good news, check your mail.”


그리고 메일을 열어보니 서밋의 티켓이 100% 지원된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다. 독일의 한 기관에서 서밋 참가자를 지원해 주는 2명 중 한 명이 내가 된 것이다. 기다렸던 소식이었는데 기쁘기보다는 얼떨떨했다. 서밋에 참석하려면 열흘 후에는 비행기를 타야 한다. 




만약 스웨덴에 간다면? 


지원사업을 내놓은 것의 면접이 돌아오는 주에 예정되어 있다. 면접 날짜는 아직 나오지 않았고, 날짜에 따라 하루 정도 돌아오는 일정을 조율해야 할지도 모른다. 마침 추석연휴기간이 겹쳐 기관에 대략의 날짜나 요일을 문의하기가 어려워 연휴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친한 친구의 결혼식이 스웨덴에서 행사가 마무리되는 다음날에 있다. 친구의 결혼식날이 비행기 타는 날이 될 터이니 스웨덴에 간다면 절친한 친구의 결혼식 참석을 못한다. 친구가 이해는 할 수 있겠지만 서운하겠지. 미안함이 든다. 


현지에서의 경비를 지원받는다고 해도 일단 스웨덴은 항공편수도 많지 않고, 물가도 비싸다. 생각보다 많은 돈을 써야 할 거고, 지금 나에게 목돈이 나가는 것은 경제적으로 꽤 부담이 된다. ‘그럼에도 스웨덴을 가는 것이 맞을까?’라는 마음의 목소리가 들린다. 간다고 무언가 엄청난 특별한 경험을 할까? 다녀와서 그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자꾸 비용 대비 효과를 따지고 싶어 하는 마음이 올라온다. 


그렇게 가고 싶다고 생각했으면서 불가능할 것 같던 문이 열렸는데도 주저하는 마음이 올라오는 것은 왜일까. 




Dancing in this moment!


퇴사를 하고 나는 그런 모습을 떠올렸다. 다양한 문화권의 외국 사람들에게 코칭을 하고 있는 모습. “Dancing in this moment(지금 여기에서 춤추기)”를 실현하고 있는 모습. 좀 더 자유롭게 살고 있는 나를,  더 많은 연결을 만들어내고 있는 나의 모습을 말이다. 코칭을 받으며 과거의 나의 자원이나 경험을 꺼내보는 질문들에서는 아시아 포럼의 운영진으로 아시아의 친구들과 교류하던 내 모습을 떠올렸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소통하고, 연결감을 느끼는 모습. 아마 과거의 내 모습 중 그 시절의 내가 자유롭다고 느껴졌나 보다. 


생각해 보니 스웨덴에 가는 것은 그런 이미지를 실현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아직 경제적으로 자유롭거나 퇴사 후 자립을 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온갖 불확실성과 불안정함을 껴안고 그래도 하고 싶은 모습에 조금씩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내 모습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한다. 





결국, 연휴 내 고민을 하다가 어느 순간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함께 일하는 팀장님께 연락을 드려 사정을 말씀드렸다. 연휴가 끝나자마자 기관에 문의를 하고, 출발과 도착 날짜를 정했다. 하지만 항공권을 구입하려던 그때, 연휴 동안 봐두었던 항공편은 오십만 원쯤 더 올라버렸다. 하루 이틀쯤 일정을 조정해 늦게 돌아오면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면접 일정으로 그것도 불가능하다. 행사 전 이틀쯤 일찍 출발해 이탈리아에 사는 친구를 만나고 스웨덴에 갈까 싶은 생각도 했지만 이미 시간이 너무 없다. 


결국 나는 출발 3일 전, 행사에 일정을 맞춰 항공권을 구입했다. 갈 때는 하루 중국을 경유하고, 올 때는 독일과 중국을 거쳐 오는 쉽지 않은 여정이다. 도착 다음 날 바로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프로그램이 끝난 후 하루 자유시간이 있는 일정으로 최대한 일정을 맞춰보았다. 


그래도 어렵던 결정을 끝내고 항공권을 사고 나니 정말 스웨덴에 가는 것 같다. 가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정말 가게 될 줄은 몰랐기에 설레기도 하는 반면, 짧은 시간 이것저것 준비해야 하는 상황 때문인지 분주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곳에서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나는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가게 될까. 



Fotografiska Museum Stockholm 가는 길 / 2023-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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