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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wn Jul 01. 2024

제주에서 산호춤을 추다

코치의 일주일

지난 한 주 가장 강렬하게 남아있는 기억은 바로 제주에서의 경험이다. 아주 오래전 정은혜 작가님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제주에 간 적이 있다. 오름에 올라 바람을 느끼고, 그림을 그려보는 프로그램이었다. 바람을 느끼고 소리를 듣고 손을 움직이며 그림을 그리던 그날의 기억이 참 좋은 느낌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이번에 정은혜 작가님이 하시는 '에코오롯'이라는 단체에서 <산호의 춤>이라는 제목의 생태예술워크숍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신청을 했다. IDG 모임에도 함께 가자고 소개를 했는데 함께 일하는 H선생님, 그리고 코칭고객으로 인연이 된  Y님이 참가신청을 하셨다. 


어떻게 보면 평일 3일을 뺀다는 것은 크게 마음의 여유를 낸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중요한 일정이 없더라도 마음의 여유를 내기는 쉽지 않으니까. 하지만 네팔에 가기 전부터 신청을 해두어서인지 제주행은 예정대로 진행되었고, 3일간의 제주로의 여정을 출발하게 되었다. 


산호와 만나기


<산호의 춤> 첫날에는 생명체로써 산호에 대해 공부하고, 기후변화 시대에 산호가 겪고 있는 위기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잘 모르는 분야의 강의가 지루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새로운 생명체와 해양 세계에 대해 배우는 것이 꽤나 흥미로웠다. 그리고 코바늘을 하나 뜨는 것부터 배워 산호뜨개를 했는데, 산호의 모양이 되려면 아직도 멀고 먼 뜨개질 실력이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손을 움직이며, 같은 조에 있는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그다지 생산적이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네팔에서 나는 가끔 기다리는 시간이 힘들다 느껴질 때가 있었다. 식당에서도 카페에서도 한국에 비해 기다림의 시간은 길다. 길에서 허비하는 시간,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되거나 예상치 못한 교통상황으로 누군가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 그렇게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올라오고는 했다. 하지만 이렇게 산호뜨개라는 딱히 어떤 쓸모가 있지 않은 것을 뜨고 있다 보니, 그동안 얼마나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것만을 추구하며 살았나 싶은 생각이 올라왔다.


이튿날에는 산호심리검사도 했다. 나는 '말미잘' 유형이 나왔고, 다른 말미잘들과의 교류를 통해 우리가 왜 말미잘인지 인식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연소 참가자였던 Y님도 같은 유형이었는데 아이의 시선으로 나눠주는 사례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에 온 유학생인 F는 유일하게 해파리형이었는데, 정말 빛을 뿜어대는 발광 해파리와 꼭 닮아 신기하기만 했다. 


그리고 우리는 산호춤을 췄다. 처음부터 춤이라고 하기에는 작은 움직임에 가까웠지만 작은 움직임들이 이어지고 이어져 우리는 산호춤을 추게 되었다. 동그랗게 원을 만들고, 손을 잡고, 풀어지지 않을 것처럼 꼬였다가 어느새 스르르 풀리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는 바다에 나가 산호춤을 췄다. 자연 안에서 우리의 작은 몸짓들은 점점 산호와 닮아갔다. 산호의 춤을 추는 우리는 혼자이며 함께였고, 자유로웠고, 아름다웠다.  


내 안의 감각을 깨우고, 사람들과 자연과 연결되고, 창조성을 발휘했던 제주에서의 시간들. 


이 시간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사진은 산호춤과는 관계없는 서우봉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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