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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개미 Feb 05. 2024

루이스 멘도를 그렸다.

<문도 멘도 : 판타스틱 시티 라이프> 전시를 보고 와서

 <문도 멘도: 판타스틱 시티 라이프> 전시를 보러 그라운드 시소 서촌에 다녀왔다. 전시를 보기 전까지 루이스 멘도에 대해서 전혀 아는 것이 없었다. 그는 도쿄에서 활동하고 있는 스페인 출신의 일러스트 작가로 유럽에서 오랫동안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다가 일러스트 작가로 전업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을 보면 일본의 만화 스타일과 유럽의 일러스트 감성이 동시에 느껴졌다. 그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지만 그림 스타일이 취향에 맞아서 전시를 보고 싶었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그에 관한 짧은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었다. 영상을 통해 루이스 멘도라는 사람이 어떻게 생겼고, 어떤 말투와 어떤 바이브를 가졌는지, 그가 그림을 그리는 방식과 철학이 어떤지를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또 그의 작업실이 어떤 모습인지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저렇게 작은 공간에서 넓고 방대한 세상을 창작해냈다는 것이 신기하고 인상 깊었다.


루이스 멘도의 노트 작업물.

 루이스 멘도는 매일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그에게 그림을 그리는 것은 그의 정체성 그 자체이자 삶의 즐거움이라고 느껴졌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그림으로 남기고 있었다. 그가 사랑한 도시, 그가 사랑한 공간, 그가 좋아하는 책과 영화 등 그 모든 것이 그의 손 끝에서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되었다. 그 과정이 경이롭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삶이 부러웠다.


 집으로 돌아와 오랜만에 아이패드를 켰다. 어떤 그림을 그릴까 고민하다가 루이스 멘도 인물 드로잉을 그려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사진을 눈으로 보고 감으로 그림을 그렸는데 머리보다 몸이 작게 그려져서 비율이 맞지 않았다. 마음에 들지 않아 레이어를 새로 만든 뒤 아예 사진을 밑에 깔고 덧칠하듯이 다시 한번 그렸다. 이번에는 비율은 잘 맞는 그림이 되었지만 얼굴이 밋밋하고 개성없게 표현되었다. 역시 한번에 잘 되는 일은 드물다. 그래서 처음 그린 얼굴과 두번째 그림의 몸을 합치는 작업을 했다. 그래서 아래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그린 루이스 멘도

<문도 멘도: 판타스틱 시티 라이프>는 내가 그림을 다시 적극적으로 그릴 수 있게 된 고마운 전시였다. 루이스 멘도 작가의 열정이 내 안에 무언가를 일깨운 것 같았다. 새해가 된지도 얼마 안되었고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그림을 꾸준히 그려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면서 느끼거나 깨달은 것들을 글로 적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글도 써봤다. 루이스 멘도의 루틴이 나에게 전염된 것 같았다. 나도 내가 좋은 것들을 세상에 조금씩 남겨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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