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echan Aug 31. 2023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책생각)

겨우 5살에 자신의 가족들로부터 학대받고 질타받은 제제는 스스로 죽지 않았다. 물론 제제는 죽을 만큼 상처받았고 힘들었다, 그러나 제제는 죽지 않았다. 많은 이유가 있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의 뽀르뚜가는 사고로 죽었지만 뽀르뚜가가 남기고 간 사랑은 제제가 버리지 않고 간직했기 때문이다.

‘나의 사랑하는 뽀르뚜까, 언제라도 당신이 나타나서 제게 그림 딱지와 구슬을 주실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나의 사랑하는 보르뚜까, 제게 사랑을 가르쳐 주신 분은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구슬과 그림 딱지를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사랑 없는 삶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제제가 나중에 뽀르뚜까에게 쓴 편지를 보면, 제제가 그래도 꽤 괜찮은 어른으로 컸다는 생각이 든다,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그는 어른이 되어서도 뽀르뚜가를 그리워하고 있지만, 그 그리움의 자리에 다른 것 대신, 본인이 뽀르뚜까에게 받았던 짧고 강력했던 그 사랑을 다른 아이들에게 나눠줌으로 채우면서 살아간다.


한 사람의 인생을 성공이냐 실패냐라고 나누기는 쉽지 않겠지만, 누군가가 ’사랑’의 자리에 한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다면 그 한 사람의 인생은 꽤나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뽀르뚜가는 불행의 사고로 일찍 죽음을 맞이했으나 제제라는 한 아이의 비어있는 사랑의 자리를 그가 채워주었기에 그의 인생은 그가 산 세월의 수나 부와 상관없이 꽤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은 ‘만남’과 ‘사랑’일 것이다. 제제는 뽀르뚜까와의 ‘만남’을 통해 ‘사랑’을 받았다. 사랑이란 게 거창한 것이 아니다, 제제가 어른이 되어서도 그가 받았던 그림딱지와 구슬을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처럼.


사랑이 필요한 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만남’이다. 그러나 사랑을 주는 자에게 필요한 것은 ‘발견’이다. 만남은 쉽지만 발견은 쉽지 않기에 사랑을 준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일 수 있다.


거창하게는 못 살아도, 적어도 구슬과 그림 딱지정도는 발견해 줄 수 있으면서 살고 싶다. 그러다 언젠가 나라는 사람을 생각하며 누군가가 나를 사랑의 자리 속에서 그리워해준다면 그게 사실은 가장 근사한 일 아닐까? 그렇게 살고 싶다.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 살아가고 있는 자리에서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망가진 여행가방 (헤아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