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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ki Feb 28. 2024

아 또 시작이네...

나는 93년생 대구에서 태어난 아주 평범하면서 평범하지 않은 촌놈이다. 그냥 이 이야기에서 나는 창이라고 불릴 것이다. 나는 대구 어느 한 촌동네에 태어난 기독교 집안의 2남 1녀 중 막내이며, 내 위에 5살 차이의 형과 8살 차이의 누나가 있으며, 부모님이 살아계신다.

뭐 이 이야기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사실 내가 이 이야기를 하면서 일대기가 될 것인지 아니면 마케팅이 될 것인지 그냥 브런치에 흘러가는 이야기 중 하나일지 아무도 모른다.

내 또라이 같은 친구가 이야기하듯이 운명이 정해져 있어서 내가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하여서 내가 노력하면 또 모를까. 그게 아닌 이상 내가 부지런이 많이 써서 대박칠 것은 절대 아닐 것이다.

그냥 이건 내가 한풀이하고 싶고, 내가 이렇게 가게 된 이야기를 그냥 쓰고 싶어서 쓰는 것이다.

과연 이 행보가 어떻게 될지 누가 또 알랴.

시골 촌놈이 알고 보니 대지주가 될지. 그러면 어마어마한 행보겠지만, 일단 그건 아무도 모를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 꿈은 불로소득자가 되는 것이다.

건물주나 그런 거 말고 진짜 완벽한 불로소득자.

건물주들도 보니까 되게 바쁘더라고. 차라리 그런 거 말고 숨만 쉬어도 돈이 따박 따박 들어오는 파이어족의 계획처럼 계획 잘 세워서 놀고먹고 자려고.

집에서 그냥 짱 박혀서 가만히 있는 것도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다.

뭐 무튼 이 이야기들을 써가기에 앞서 왜 이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 써보려고 한다.

때는 바야흐로 내가 영국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고 있을 때 이야기이다.

워킹홀리데이에 오고 나서 이만큼 내 워라밸이 잘 맞을 수 있는 경우도 없을 정도로 행복한 순간이었다.

먹고 자고 놀고 유튜브보고 친구 만나고, 가끔 맥주 마시고. 외국이니까 쉬는 날에는 절대 일과 관련된 문자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이 얼마나 좋은가.

오늘도 평화롭게 잘 지내고 있는 데, 가족 단톡방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스마트 팜과 관련한 사업계획. pdf'

형이 올렸다.

나는 '응?' 이 생각부터 먼저 들었다.

당연히 오만 생각이 다 들지 갑자기 뜬금없이 저런 걸 올리니, 하지만 사실은 뜬금없는 게 아니었다. 사실 예전부터 아빠가 이야기했던 것을 슬슬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그냥 나는 해당 안될 것 같으니 그냥 무시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아빠가 그렇게 하고 그냥 지나간 적이 많기 때문이다.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아빠 이야기가 좀 싫을 때는 '시간 내서 알아볼게요.' 하면 아빠도 까먹으신다.

하지만 형이 이것에 손을 대면 말이 달라진다.

형은 최소한 머릿속에 시뮬레이션을 몇 번 돌려보고 손익을 어느 정도 따져서 실행하기 때문이다.

나는 생각했다. '아 이거 진짜 하려나 보네...'

사실 빠지고 싶었다. 나는 농사가 싫었다.

부모님이 예전부터 닭을 키우고, 농사를 지으셔서 나는 그 혜택을 보고 자란 거긴 한데.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새벽 6시부터 일이라고? 그냥 날 죽여줘...

나는 그래서 서비스직을 택한 나...

F&B 중에서 바텐더라는 직업을 택해서 애매한 경력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저런 정보들도 듣고, 술! 여자! 쾌락에 좋지 않은가!

라고 생각은 했지만 술! 마시면 몸이 술을 잘 못 받는다. 여자! 내가 물리적인 성별만 남자지 여자애들이랑 이야기하면 언니나 다름없다. 되게 말이 많고, 고민 잘 들어주면서 이성적 매력은 1도 없는 그런 남자 있지 않는가? 그게 바로 나다. 그냥 착한 언니(오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렇게 편하게 살고 싶었는데...

그 파일이 카톡에 올라오기 전에 아빠가 카톡으로 스마트팜 이야기하길래, 아 또 시작이시네... 안 하실 거 같은데... 이 생각이 나를 지배했다. 하지만 형이 그 파일을 올리고 난 뒤에 어떤 생각이었냐 하면.

'아...

아....

아.....

진짜 하구나... 하...'

그렇다 진짜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일단 그날이 지나고 다음날 엄마한테 전화 왔다.

"창아 아빠는 가족 농업법인을 생각하고 있고, 형도 와서 할 거고, 형은 믿을 만한 사람이 있으면 참 좋겠네 하면서 네가 했으면 참 좋겠네."라고 하셨다.

이게 무슨 말이냐.

돌려서 말하셨을 뿐이지.

'너도 이제 집에 와서 가업을 이어야지.'

라는 의미이다.

이 뒤에 내가 정말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는지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

몰라 글을 쓰면서 내가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그때 이야기를 듣고 나는 '일단은 알겠다고 했다.'

내가 이런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내가 영국에 있는데 어떻게 뭐 조치를 취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뭐 그래서 일단 그렇게 어영부영 넘기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형과 아빠는 스마트 팜에 대해서 작게나마 시작하기 하셨고, 스마트팜 관련 유튜브 영상을 가족 단톡방에 올려주셨다.

그리고 한편으로 형이 대단한 게 일주일에 한 번씩 대구로 내려온다는 것이다.

왜 이게 대단하냐고 이야기하냐 하면, 형은 돌 좀 넘은 쌍둥이 아빠에 서울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한번 올 때마다 10만 원 가까이 되는 돈을 들이며, 육아와 일을 이것저것 다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걸 멀리서 멀직히 보면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또 멀리서 보면서 '와 대. 다. 나. 다' 이러고 있었기에 내 영국 생활을 만끽했다.

그러면서 나는 5년 전에 했던 산티아고 걷기를 영국에서 준비하고 있던 찰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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