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게걸스럽게 먹고 일단 씻었다.
너무 피곤했지만, 부모님한테 보이스톡을 걸었다.
-보이스 톡 알람이 울린다-
엄마가 받았다.
"어, 창아 잘 프랑스 도착했니?"
"어... 아니? 아까 이야기했잖아 런던 비행기가 안 뜬다고"
짜증이 섞일 법도 했지만 그러지 않고 오히려 차분해졌다.
아마 씻고 나서 체력이 없어서 그저 더 이상 힘을 낭비하기 싫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아 맞다 맞다. 그래서 어디야?"
형식적으로 묻는 이야기지만 왠지 이 한마디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듯했다.
걱정과 안부 그리고 감정은 괜찮은지.
그래서 나는 모든 이야기를 했는 듯했다.
"아, 지금 런던 적당한 숙소 잡아서 예약했어요. 뭐 일단 다른 비행기 편 빨리 예약하고 해야죠. 그리고 뭐 밥도 먹었고, 와서 씻고 엄마한테 전화하네요. 어우 디다 디."
왠지 모르겠지만 저 질문에는 존댓말을 했다.
나 스스로가 냉정해지고 객관적으로 내가 나 스스로를 돌봐야 하는 것 같았다.
"아~ 그래? 잘했네~ 그럼 있는 동안 뭐 할 거야?"
엄마의 질문이 뭔가 계획이 있는지 묻는 느낌이었다.
그와 동시에 그냥 형식적인 질문이 아닌가 싶었다.
"그냥, 계획에 없는 휴일이니 걷기 전에 푹 쉬어야죠."
그냥 그렇게 이야기하고 끊고 싶었다.
그런 내 맘을 아는지 엄마는 이야기를 듣고 끊자고 이야기하고 마무리했다.
그리곤 노트북을 켰다.
"하... 이게 뭐냐..." 하면서 이것저것 예약을 바꾸고, 계획을 새로 짜고 얼마나 걸을지 고민했다.
그러면서 인스타와 Whatsapp이라는 SNS에는 불이 났다.
다들 나에게 질문이었다.
"괜찮나?, 어디임?, 뭐 할 거임?"
대략 이런 뉘앙스들의 메시지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지금 상황에 대한 인터넷 뉴스기사 링크를 보냈다.
그리고 몇몇의 사람과는 같이 만나서 놀자고 했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즐기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어떻게든 되겠지.'
이 생각을 가지고 나니 진정이 되었다.
그러니 나는 블로그를 켜고 있는 나 스스로를 봤다.
이걸 돈으로 생각하는 나를 본 것이다.
이런 일을 누가 또 겪어보겠는가? 하면서 말이다.
내가 유튜브를 했었으면 이미 이건 난리 났을 정도라고 생각했다.
누가 산티아고를 2번째로 갈 생각을 했으며, 그 일정에 누가 이렇게 비행기 캔슬이 되겠는가?!
이 생각이 말이다.
그래서 블로그를 열어서 글을 적었다.
지금 이렇게 된 상황에 된 것에 대해서 말이다.
그래서 바로 적었다.
제목은 '영국에서 파리 가기(Feat. 인생 처음의 캔슬)'
그렇게 글을 쓰면서 인터넷으로 다른 창을 열었다.
그리고 주소창에 자연스럽게 instagram이라는 단어를 친다.
아무것도 오지 않은 애꿎은 메시지 창만 한번 클릭해 본다.
그리고 다시 블로그 창으로 돌아와서 글을 쓰는데, 갑자기 instagram의 창이 깜빡깜빡거린다.
친구가 내 인스타 스토리를 보고 연락을 한 것이다.
"야, 내일 뭐 할 거임?"
친구의 한마디였다.
"몰라, 왜? 놀아주게?"
아까 보냈던 이야기들과는 조금 다르게 약속을 잡으려 했다.
"그래! 어차피 나 내일 쉼"
"오키, 그럼 내일 오후쯤에 보세. 커피 사줌"
그렇게 나는 약속과 주변의 걱정을 잠재운 다음
방에서 노트북으로 이것저것 하고, 침대에 몸을 맡겼다.
나 '창' 참으로 평범한 삶인 줄 알았는데 버라이어티 한 삶을 보내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