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후회
후회 없이 살다 죽고 싶다는 말. 보통 흔히 사람들 입에 오르는 말이다. 그러나 막상 실천하기는 어렵기 마련이라 더욱더 회자 되는 말이 아닐까 싶다. 후회 없이 사는 삶이란 무엇일까. 후회의 사전적 의미는 “이전의 잘못을 깨치고 뉘우친다”이다. 후회 없이 산다는 말은 이전의 잘 못을 깨우치지 않고 산다는 말일까? 과연 그게 좋은 말일까 라는 의구심이 피어오른다. 잘 못을 깨우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내가 있었을지도 의문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부모님 아래서 옳은 일과 옳지 못 한 일, 잘한 일과 잘못 한 일을 배우며 성장한다. 이 과정에는 스스로 잘못을 깨치고 뉘우쳐서 다음에 다시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도록 하는 것도 포함된다. 그러므로 후회를 해야 다음 발전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살면서 후회를 계속해왔다. “학생 때 공부 좀 열심히 할걸” 또는 “그때 좀 더 놀걸” 같은 으레 하는 후회도 있지만, 나의 인생에 자양분이 된 후회도 있었다. 하나를 소개하자면, 영어공부이다. 학생 때는 영어에 흥미가 없었다. 그래서 수능 영어 이후로 그나마 붙잡고 있던 것도 손을 놓아버렸다. 심지어 대학을 가니 더는 영어공부를 안 해도 돼서 홀가분하기까지 했다. 그러다 대학 2학년 때, 우연히 뉴욕에 갈 기회가 생겼다. 뉴욕에 사는 사촌 언니가 초대로 혼자 뉴욕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런 기회를 놓쳤다가는 후회할 거 같아서 말이다. 그래서 다녀와서 후회가 없을 줄 알았다.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귀국 후 영어공부에 대한 후회가 생겼다. 주중에는 언니는 일을 나가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주로 혼자 다녔는데 언어의 장벽이 생각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간단한 영어공부도 안 했으니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당연했다. 어린아이처럼 쩔쩔매며 다녔다. 그 당시의 후회가 두고두고 남아서 몇 년 뒤 영어 회화 학원을 등록한 계기가 되었다. 나비효과처럼 작은 날갯짓이 날씨 변화를 일으키듯, 여행하면서 부딪혔던 난감했던 순간들이 머릿속에 남아 영어공부에 대한 후회를 만들었고, 그 후회의 조각들이 모여 실천하고 노력하게끔 만들어 주었다. 덕분에 영어 회화도 배우고 학원을 다니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각양각색의 직업들과 내가 겪어보지 못한 경험을 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 중에는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친구들도 있었다. 그들의 경험담을 들으면서 워킹홀리데이에 흥미를 느끼게 됐고 호주 워킹홀리데이까지 다녀오게 되었다.
“우리의 소중한 삶을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어야 하는가에 대해 우리는 끊임없이 숙고해야 한다.”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_유성호
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부득이하게 돌아가시는 분들을 뵙게 된다. 그럴 때면 나는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하는가, 어떠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가? 라는 고뇌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고 내가 통찰력이 좋아서 이렇다 할 뾰족한 생각이 떠오르는 건 아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살자고 다짐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죽는 날까지 후회하다 살 것 같다. 나의 후회들을 돌이켜 보면서 후회에 대한 아쉬움 없도록 노력하며 죽음을 준비하고 나의 이야기를 내가 마무리 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