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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 Jun 10. 2024

좋아하는 것, 좋아지는 것,
좋아하게 된 것.

사람의 감정이란 참 신기하다. 분명 나만의 기호가 확실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상대의 말 한마디로 인해서 좋아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여느 때처럼 저녁을 먹고 신랑이랑 동네 산책을 하고 있었다. 초여름에 접어들어 곳곳엔 풀내음이 가득했다. 

- 나는 이 풀내음들이 좋아. 어릴 때 추억이 떠오르거든.

신랑이 문뜩 말했다. 그러고는 킁킁 냄새를 맡더니 기분 좋은 듯 씩- 웃었다. 평소 오가던 가로수길이었지만 특별하게 생각한 적은 없던 길이었다. 그 한마디에 괜히 같이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 이런 풀내음이 있었나? 풋풋하니 좋네.

심심한 감상평을 내뱉고 말았었다. 이후로 같은 길을 혼자 걸을 때마다 심호흡하며

'그래, 이런 풀내음이 났었지. 이 냄새가 좋다고 했었지. 무슨 추억이었을까.' 

라며 곱씹어 맡아본다. 그러곤 나무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찾아보니 플라타너스라는 나무였다. 세계 각지에서 가로수로 사랑받는 나무일 정도로 굉장히 흔한 나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평소에 특별히 의식하진 않았지만 일상 속에서 봐왔던 흔하디 흔한 나무였다. 나무 한 번 보고, 냄새 한 번 맡고 지나가 본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맡다 보니 점점 그 냄새가 좋아졌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알아가고, 스며들어 가듯이 같이 좋아하게 되고 좋아하게 된 것. 나 혼자였더라면 무심코 지나쳤을 것들을 알아가고 감정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것. 스스로에 대해 다 알고 있다 착각했던 내 세계가 넓어지는 것. 그것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살아가고픈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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