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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 Feb 22. 2022

기나긴 방학의 끝이 보인다

52주 채식주의자 11

1년 365일 엄격한 채식 식단을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일주일에 딱 하루만 채식 지향의 음식을 해 먹으며 건강한 생활 습관을 만들어 가자. 당장 실행할 수 있고, 오래 지속가능한 실천만이 삶을 바꿀 수 있다 믿기 때문이다. 지난 화요일은 <52일 채식주의자>의 열두 번째 그린 데이였다.

2월 말, 기나긴 겨울 방학의 끝.

에너지가 고갈된 느낌이 든다.

다음 주에 개학하면 조금 나아지려나.

코로나 확진자가 10만이 넘은 오늘

개학 이후 무슨 일이 벌어질까 두려우면서도

개학을 안 하면 엄마인 내가 더 못 버틸 것 같기도 하다.

다른 엄마들도 다 나와 같은 기분일까.


브런치도 방학하려다 간신히 먹고 산 이야기만 정리해 본다.


The 12th Green Day

아이들이 잠시 개학을 했다. 어쩐 일로 큰애 작은애가 같은 날 등교를 했다. 2월 중 단 하루,  단비처럼 허락된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아침에는 커피와 초코파이를 먹고, 점심으로 고구마를 먹었다. 원래는 고구마와 천리향을 먹을 계획이었으나 고구마 개를 먹고 끝냈다. 혼자 먹는 식사는 한없이 단촐해도 문제가 안 된다. 단촐하게 먹을수록 오히려 더 좋다.


정말 큰 맘 먹고 잡채를 했다. 버섯, 계란, 야채만 넣고도 충분히 맛있을 줄 알았는데, 큰애는 계란과 당면만 조금 집어 먹고, 작은애는 손도 데지 않았다. 맛이 없단다. 일부러 직접 만들었는데 반응이 안 좋으니 힘이 빠진. 된장국도 비슷한 반응. 손 가는 반찬 하나 없이 아이들은 꾸역꾸역 간신히 저녁을 먹었다.


The 13th Green Day

정월대보름 아침이었지만 "부럼"은 없었다. 이렇게 조금씩 명절이나 의례가 사라져 간다. 모두가 기억하고 의식적으로 챙기지 않는다면 오랜 시간 전통이란 이름으로 이어지던 것들이 하나씩 사라지게 될 것이다. 과거는 생각보다 쉽게 잊혀지고, 문화는 쉽게 빈곤해진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려야 하나. 어떤 것들이 남을지 생각하는 아침이었다.


나물 패키지 2종 (일반 비빔밥 나물과 보름 나물)과 오곡밥

점심은 간단히 차려 먹고 저녁엔 팥찰밥을 해서 나물에 비벼 먹기로 했다. 나물은 반찬가게의 도움을 받고 찰밥은 직접 해 먹으려고 동네 마트에 갔는데 찹쌀이 다 나갔다고 한다. 결국 오곡밥도 반찬가게에서 사왔는데 4인분 간신히 될 양이 무려 만육천이나 됐다. 단골 반찬가게인데 물가 상승 탓인지 가격이 점점 오른다. 하, 요즘 정말 다 오르는구나.

보름 나물은 비빔밥 나물과는 색깔부터 확연히 차이가 난다. 뭔가 칙칙하고 슴슴한 분위기다. 부페식으로 차려 각자 원하는 만큼만 넣으라 했더니, 나물이 많이 남았다. 내 입맛에도 보름 나물 패키지는 그닥이었다.


The 14th Green Day

채식 데이인데 점심으로 라면을 먹었다. 양심상 사진은 찍지 않았다. 밥 때를 놓쳤는데 반찬할 힘이 없었다. 밥은 간신히 씻어 앉혔는데 채식 반찬으로 딱히 할 요리가 없었다. 샤브샤브 재료가 있긴 했지만 고기 안 들어간 샤브샤브는 재료 낭비인 것 같아 내일 저녁을 위해 아끼기로 했다. 결국 라면을 끓였다.

저녁은 요즘 애들이 좋아하는 두부샐러드를 만들었다. 위에 너겟처럼 보이는 토핑이 풀무원에서 나온 두부너겟과 두부스틱이다. 두부너겟은 고형질두부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치킨하고 식감이 거의 비슷하다. 두부스틱은 모양은 치즈스틱하고 똑같지만 속에 든 두부가 치즈처럼 쫀득하진 않다. 애들에게는 두부너겟이 반응이 더 좋았다. 치킨샐러드처럼 보이는 두부샐러드는 앞으로도 자주 해 먹을 것 같다.


커버 이미지 출처 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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