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너무 다른 근무환경, 수도권과 비수도권
[경남사람 서울 상경기]
경남 탈출의 결심이 서자마자 한 행동은 구인구직 사이트에 [서울]과 [경기도] 탭을 추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놀라움으로 내 입이 벌어지는 데까진 게시물 2~3개면 충분했다.
*4대보험
*간식 무제한 제공
*애완동물(강아지, 고양이) 동반 가능
*전세자금대출 지원
*출퇴근 유류비 지원
*연마다 종합 건강검진
*본인 및 가족 생일 출근 없음
*매년 성과에 따라 연봉 협상
......
아, 수도권 거주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 저 위의 문구들은 경남 출신 청년에겐 말도 안 되는 것이란 걸 말이다.
복지는 전자레인지와 회사 사장 사모가 가끔 가져오는 순대, 떡볶이가 전부며 그들의 머릿속엔 '써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히 생각해야지'라는 개념만이 장착되어 있다.
27세 경남 청년이 더욱 놀랐던 건 이런 게시물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서울을 소재로 하는 기업들은 '복지 대마왕'이 꿈인 것처럼 상상도 못 한 낙원을 경쟁하고 있었고, 경남에서 지친 내 청운(靑雲)의 꿈은 다시 한번 커지기 시작했다.
당장 서울로 올라가서 저기 올라온 낙원의 면접을 모두 보고 싶었으나 일단 이력서를 쓰는 게 먼저였다. 특히, 고양이를 데리고 출퇴근한다는 말을 본 이상 자기소개서를 쓰는 내 손 끝은 그 어느 때보다 떨릴 수밖에 없었다.
안녕하...(백스페이스)
젊은 패기와 강인한 정...(백스페이스)
그렇다. 내가 가고 싶은 괜찮은 기업들은 [학력사항]란이 빠진 신개념 이력서를 요구했다.
심지어 사진과 나이도 없이 이름과 500자 이내의 자기소개만을 요구하는 곳도 있었기에 이전처럼 같은 이력서를 제목만 바꿔 보내는 것은 불가능했고, 난 일일이 다른 이력서를 몇 날 밤을 새며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땡복 자기소개서.pdf를 80장쯤 보낸 이후, 마침내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