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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냥이 Nov 21. 2023

남편 친구와 동거, 괜찮습니까?

잠은 따로 잤습니다만...!??

때로는 기억이 사라지기도 한다.




사람의 기억은 참으로 경이롭다. 모든 일을 기억하면 사람이 죽는다고 어디선가 들은 것도 같은데,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뇌의 용량은 한정적이고, 받아들인 정보를 모두 기억한다면 머리에서 열이 펄펄 날 것도 같다. 내 뇌도 나를 살리려고 기억을 지웠나 보다. 오늘 문득 오래전 전남편 친구들(?)과 살았던 5년이 떠올랐다. 


오. 마이. 갓!!  5년이라니!!


첫 번째 친구와의 동거는 첫째가 돌을 지날 무렵에 시작되었다. 우리 집에서 잠을 자는 날은 한 달에 한 번 정도였으니 '동거'라는 단어를 쓰기엔 2% 부족한 면이 있지만, 모든 생활을 공유했으니 동거가 아니라고도 할 수 없다. 


그때 전남편은 컴퓨터를 조립하고 수리하는 가게를 하고 있었다. 가게에는 낮잠을 잘 수 있는 작은 방이 있었다. 컵 정도 씻을 수 있는 작은 싱크와 휴대용 버너, 냄비등 간단한 살림도 있었다. 어느 날 찾아온 전남편의 친구는 며칠 신세 좀 지자고 했고, 우린 편히 쉬다 가라고 환영했다. 그렇게 시작된 동거는 3년이 넘도록 이어졌다. 


우리는 밥을 같이 먹고, 외식도 같이 하고, 소풍도 함께 갔다. 전남편은 친구에게 가게를 맡겨두고 평일 낚시를 다녔고, 오후 늦게야 출근했다. 밤새 게임을 하거나, 밤낚시를 다니는 남편을 보면 우리 집에 와 있는 친구가 더 불편해졌다. 도대체 이 남자는 언제나 정신을 차릴지 모르는데, 친구 때문에 더 심해지는 것 같았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나는 요즘 그 유명한 T다. 그것도 아주 극강의 T이다. 그 친구 때문에 남편이 더 게을러진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란 걸 나는 처음부터 알았다. 인정하기 싫었을 뿐. 3년 즘 지날 무렵엔 정도 들고, 덕분에 가게도 돌아가고 고마웠던 마음이 진심이다. 도무지 정신 차리지 않는 남편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으니 어떻게든 다른 곳에 살게 하고 싶었을 뿐이다. 미안합니다. 멍뭉 오라버니.





그 방은 첫 번째 손님이 떠난 후에도 비어있지 못했다. 이런저런 사정이 생긴 전남편의 지인들이 그곳에 살았다. 사업이 힘들어져 찾아오신 형님, 일자리를 잃은 친구, 갈 곳 없는 동생들이 나타났다. 아이 데리고 가게 한 번 편하게 못하는 게 불편했다. 그래도 사정이 있는 그들이 불쌍해서 나는 잘 지내려 무던히 애썼던 것 같다. 


얼마 전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넌 그 착한 병을 고쳐야 해!!" 


착한 뒤에 병이 왜 붙냐 싶지만, 맞는 말이다. 내 마음이 그러고 싶어서 베푸는 친절이 아니라면 '병' 맞다. '불편하지만', 뒤에 거절 못하는 이유를 갖다 붙인다. 안된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내가 '착한 병'에 걸린 건 오래전 왕따를 경험했던 기억 때문이다. 학습지 과제를 대신해 달라던 친구의 요구를 거절한 그날 이후, 친구들은 나와 밥을 먹지 않았다.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혼자 먹는 어색함과 수치심을 한 달 넘도록 견뎌야 했다. 어떤 날은 책상과 의자에 물감이 범벅되어 있었다. 단 한 번의 '싫어'로 겪어야 했던 힘듬은 지독한 외로움을 경험하게 했고, 트라우마가 되었다. 


나는 지금도 'no'라는 말이 쉽지 않다. 쉽지 않다는 말은 할 때는 한다는 말이다. 내가 내 운명을 바꿨을 때, 나는 내 탓이 아닌 일에 더 이상 책임지지 않기로 했다. 부당한 상황에 "싫은데요!"라고 말할 때의 그 짜릿함을 이제는 안다. 나는 내가 한 일만 책임지기로 했다. 편하다.



내가 이혼한 네 번째 이유, 작은 불만과 서운함을 열심히 모았더니 한 방에 터졌다. 펑!!!



++++ 다녀온 언니의 생각  ++++

싫은 건, 싫다고 말하세요. 작은 불만이 모여 폭탄이 될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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