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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월 Nov 23. 2024

사과 편지

  오늘은 가볍게 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왠지 편안한 분위기로 말해야 머릿속의 이야기가 그나마 잘 나올 것 같아서 이런 말투로 전해드리는 데 혹시 불편하시다면 죄송해요.


  오늘 되게 귀한 분을 만났어요. 물론 첫인상은 '뭐 하는 사람이지' 느낌이었지만요. 제가 아니라 다른 분들도 자기가 하던 일에 대해 낯선 사람이 갑자기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라고 하면 발끈하시잖아요? 그런 비슷한 거예요. 그 분께서 제가 묻어놓고 시선 돌리던 문제들을 하나하나 지적해 주시던데, 읽다 보니 뭐라 할 말이 없어지더라고요. 제가 모자란 부분들이었어요. 제가 잘못한 일이었죠. 제가 무관심했어요. 제가 게을렀죠. 모두 맞는 말이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고칠 수 있는 일들이었죠.


  저는 저 자신을 여태 기만하고 있었어요.

  '어떻게든 잘 되겠지!', '이래도 괜찮겠지!' 하는 생각으로요. 사실은 전혀 괜찮지 않은걸요. 저를 믿어주시는 분들과 제게 관심을 주시는 분들, 그리고 저 자신에게까지도. 그런 상황이었던 제게 있어서 그분은 은인이죠. 제가 딱 봐도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게 보였다곤 해도 굳이 쓴소리를 귀한 시간을 내어서 해주셨는걸요. 또 혹시 알아요? 그 말을 들은 제가 당신이 뭔데 그런 소리나 하고 있냐, 당신 일이나 잘해라 뭐 이딴 식으로 문전박대해 버릴 수도 있는데 말이죠. 굳이 그 스트레스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위험까지 안고 그렇게 쓴소리를 해준 건 정말 감사하다고 생각되어요. 누군가 보면 그냥 말 몇 마디, 귀찮은 잔소리 조금 한 것뿐일지도 모르지만 제겐 제가 다시금 제대로 된 삶의 궤도로 올라갈 수 있게 자신을 희생해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해요.


  뭐랄까, 그동안 제가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오히려 너무 과해서 독이 되고 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저는 혼자 지내는 걸 좋아해요. 일에서도 마찬가지고요. 눈치 안 보고 저 편한 대로 할 수 있고, 자유도 보장되죠. 나는 멋지다고, 잘한다고 생각하던게 내 머리 위의 누군가에 의해 세상의 빛을 보기도 전에 유산될 일이 없단 말이죠! 얼마나 좋은가요?

  그리고 그 말은 반대로, 제가 아무리 맨땅에 머리를 찧고 있어도, [결과물]이 아니라 [배설물]을 쏟아내고 있어도 아무도 말릴 사람이 없단 거죠. 그 뒤는 뻔한 이야기죠. 귀 막고 눈 감고 지 가고 싶은 대로만가는 사람에게 정해진 결말은 넘어지거나 부딪치거나, 혹은 떨어지거나. 그리고 전 까마득한 낭떠러지를 향해 눈 감고 귀 막고 당당히 걸어가던 중이었죠.


  조금, 하기 싫은 것도 노력해야겠어요.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가 아니라 '해야 한다.' 에요. 그리고 계속 노력하다가 나중에 잘하게 된다면 좋아하는 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될 수 없어요. 설령 혼자서 아득바득 무언가가 되었다고 한들 그걸 알아채 주는 사람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나도 이렇게 살아있다고, 이렇게 잘 살아있다고 외쳐본들 아무도 모른다면 상자 속 고양이처럼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한 존재일 뿐이에요.

  쓸데없이 말이 길어진 것 같은데 으음… 요약하면 그렇네요. 그동안 죄송했어요. 그리고, 이제는 조금씩이라도 고쳐볼게요. 저는 당신이 필요하고, 당신을 원하는걸요. 원하기도 하고, 심지어 필요한데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다는 건 염치고 없고 생각도 없다는 거잖아요. 이제는 잘해 볼게요.

  바로 용서해 줄 거로 생각하진 않아요.

  받아들여 주실 때까지 계속 노력할게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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