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쿠팡맨으로 보내는 하루.
뒤늦게 알게 된 진실이었지만
당시 부산에 여성쿠친이 (쿠팡맨, 쿠팡친구)
많이 근무하던 곳이 부산 기장에 있는 5 캠프였다고 했다.
(아주머니 2분과 나 포함 3명..?)
처음 내가 지원했던 1 캠프에서는
여자화장실도 없었을 만큼
여성쿠친을 받아주기 힘들다며
나를 머나먼 5 캠프로 보낸 것이었다.
쬐~~ 끔
억울하긴 했지만
어쨌거나 그렇게 기장 5 캠프에서 근무하게 됐다.
우리가 흔히 '쿠팡맨'으로 알고 있는 쿠팡친구는
입사 후 교육기간이 끝나면 바로 배송에 투입되게 된다.
본격적으로 배송에 투입되면
8-9명 정도 있는 한 그룹에 배정이 되는데,
이는 한 배에 탄 거라 생각하면 된다.
예상했던 것보다 배송이 늦어지거나
배송이 어려운 구역으로 가서 원래 물량을 다 못해내면
팀원들끼리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마치 전우 같은 느낌이랄까!
먼저, 오전에 출근하면 하루 동안 나의 짝이 되어줄
쿠팡 폰과 보조배터리를 챙긴다.
배터리가 가득인 아이로
먼저 챙겨가는 게 유리하다는 거!
늦으면 다 뺏기고 만다. ㅠㅠ
그런 다음 로켓배송 앱을 켜서
본인이 가게 될 배송구역들과 가구수/물량수를
미리 확인해 둔다.
그런 다음 컨베이어 벨트로 와서
벨트에 밀려오는 물품들을 보며
재빠르게 자기 담당구역의 물량들을
골라내 카트에 옮기는데
순식간에 지나가기 때문에
본인 담당구역의 알파벳과 숫자를
잘 봐야 한답니다.
캠프마다 배송 100% 를 책정하는
가구 수나 물량기준이 다르다.
주문하는 가구 수와 물량이
많은 지역을 끼고 있는 캠프일수록,
그리고 직원들이 물량을 잘 쳐낼수록,
이 기준이 높아지게 된다.
내가 다닐 당시의 5 캠프의 100% 물량기준은
135-140 가구였는데,
지금은 160-180 가구로
더 높아졌다고 하던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와우!
자, 컨베이어에서 모든 물품을 옮겨 실었다면
배송물품이 가득 쌓인 카트 3-4개 를 이끌고
배정받은 탑차로 끌고 온다.
카트 하나당 최소 50kg 이상의 무게이기 때문에
카트를 자주 끌다 보면 어느샌가 손바닥과 손가락 마디에 굳은살이 배기기 십상이었다.
나는 남자들에 비해 체력적인 면에서 열세였기에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서
남들보다 조금 더 일찍,
그리고 빠르게 빠르게 움직이는 편을 택했다.
자 이렇게 탑차까지 끌고 오면,
이러한 쿠팡카 내부를
배송물품으로 채워야 하는데
바로 이 '적재과정'이 너무나 중요하다.
물건을 얼마나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느냐는
얼마나 빨리 물량을 치느냐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
가장 마지막으로 가는 배송지의 물건부터
맨 안쪽에 적재한 다음,
옆 슬라이드를 열어 무거운 물건들을
사이드에 적재했다.
아무래도 무거울수록 안쪽에 있으면
꺼내기 어려우니까 말이다.
그렇게 120-130 가구의
물량들을 채우고 나면
이렇게 탑차가 꽉 차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예쁘게 정리해도
운전하면서 탑차가 꿀렁거리다 보면
다 쏟아지게 되니 마음을 비우고 탈것.ㅎㅎ
자 그렇게 적재가 끝나면 탑차에 올라탄다.
그리고 출발하기 전에 로켓배송 앱에서
배송 동선을 짜기 시작한다.
지도에 랜덤으로 흩어져 있는 구역들을
최단 동선으로 짜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일방통행 구역과 좁은 골목, 언덕,
주차불가 지역, 체력 등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선을 짜고 나면 '배송완료 예상시간'을 고려하여
고객에게 배송시간 문자를 보내게 된다.

배송을 가게 되면
아파트 단지부터 빌라, 주택, 골목길, 식당,
학교, 학원, 카페, 스튜디오 등 다양한 곳을 가게 된다.
덕분에 이렇게 풍경이 좋은 곳도 발견하게 되고
예상치 못하게 어려운 구역도 만나게 된다.
특히나 이 지역은 대문을 열면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좁은 계단을 올라가야만
문이 나오는 곳이 많아서
무거운 물건을 들고 올라가기
너무 힘들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렇게 차 한 대가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주차하기 힘든 지역도 나오고
지금 생각해 보면 아주 다양한 배송구역이 있었다.
지도와 도로명 주소를 따라 배송지에 도착하면
갓길이나 아파트 주차구역,
또는 경비실아저씨와 암묵적으로 협의한 구역에
재빠르게 쿠팡카를 주차하고
해당되는 물건을 적재된 물량 속에서
재빠르게 찾아내 작은 카트에 옮겨 담은 뒤
집 앞으로 이!
배송은 정확함과 스피드가 생명이기에
엘베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전략을 짜둔다.

이 아파트는 1호-14호는 왼쪽 편에 있고
15-30 호는 오른쪽에 있으니 문이 열리면
바~~ 로 이 쪽으로 뛴다!
여기는 항상 낮은 층에서 사람들이 많이 타니
위층부터 뿌순다!
이런 거 ㅋㅋㅋㅋ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자동으로 닫히는 순간까지 최대한 빠르게
배송지에 물품을 놔둔다.
그리고 쿠팡맨은 배송을 하고 나면
고객에게 물건을 배송했다는 인증숏을 보내야 하기에
발 빠른 스피드를 겸비한
스샷도 가능해야 한다.
실제로 막 뛰어다니다 보면 안타깝게도
사진이 흔들리거나 엉뚱하게 찍히기도 한다.
그렇게 위층부터 차례대로 내려오면서
빠르게 빠르게 배송을 찍고 나오면
나의 경우, 오전 1시간 반 만에
배정받은 구역 50%를 쳤냈었다.
물~론 난이도 중 정도의 구역을 많이 껴서 말이다.
정신없이 땀을 닦아가며 배송하던 당시,
자주 가는 구역의 어느 빌라 경비실 아저씨는
내가 저렇게 쿠팡카에 매달려
물건을 꺼내고 있으면
밖에 나오셔서 손 흔들며 인사해주시곤 했다.
힘들까 좌 김밥도 주시던
고마운 경비아저씨!

사실 나 같은 경우 배송을 하다 보면
밥을 먹을 시간도 아껴가며 배송을 해야
남자 쿠팡맨의 물량을 쳐낼 수 있었기에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우유와 초콜릿 같이
간단하게 먹을 것을 사서
다음 배송지로 이동하면서 끼니를 때우곤 했다.
그렇게 늦은 밤까지
마지막 물량을 배송하고 나면
뿌듯한 마음으로 빈 쿠팡카를 운전해서
캠프로 복귀하게 된다.
캠프로 복귀해도
할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배송 나가면서 회수한 반품 상품들을 정리하고
쿠팡카도 정리하고
다른 동료들이 무사히 다 돌아왔는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든 것이 정리되고
쿠팡폰과 보조배터리를 원래대로 갖다 놓으면
밤 9시가 된다.
드디어 퇴근!
누군가는 이 일이 단순히 알바나
하찮은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는 쿠팡을 통해 얻은 게 참 많아서
개인적으로 고맙고 귀한 시간이었다.
이 일을 통해
나의 선택에 따른 현실을 피하지 않고
두 어깨에 짊어지는 법,
그리고 내 앞에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상황이 펼쳐졌을 때
빠르게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발밑의 영역부터
차근차근해나가는 것임을.
이러한 인생의 지혜들을 배울 수 있었기에
저는 스물아홉의 청춘에 이런 값진 경험을 한 것을
정말 감사했었다.
아마 평범하게 병원을 다니고 있었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시간이었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