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불변의 법칙 (모건하우젤)‘
오늘날보다 작은 집도 만족스러웠다.
나뿐 아니라 남들도 그 정도 되는 집에 살았기 때문이다.
의료서비스가 부족해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나뿐 아니라 이웃 사람도 같은 상황이니까.
물려받은 옷을 입어도 괜찮았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사니까.
휴가를 캠핑으로 보내도 충분했다.
남들도 다 그렇게 하니까.
그것이 1950년대가 다른 시대와 달랐던 점이다.
따라서 오늘날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소득은 더 적었지만
사람들은 만족했다. 남들도 역시 그만큼 벌었기 때문이다.
- 책 ‘불변의 법칙’ (모건하우젤) -
미국 사람들이 1950년대가 좋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1950년대가 더 좋았다거나 더 공정했다거나 더 문명적인 발전을 이루던 시대도 아니었다. 다만 당시는 기대치가 쉽게 높아지지 않는 시대였다. 주변에 나보다 훨씬 더 잘 사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전부는 아니지만 대다수의 미국인이 풍족한 삶을 살았을 뿐 아니라 자신과 주변이 들을 비교해도 그 풍족함의 수준이 비슷했다. 그것이 1950년대가 다른 시대와 달랐던 점이라고 이 책에서는 말한다.
객관적인 부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며,
대개는 자신의 주변 사람들과
비교하기 마련이다.
‘남들은 뭘 갖고 있지?
남들은 무엇을 하지?
나도 저걸 가져야 하는데.
나도 저걸 해야 하는데.’
- 책 ‘불변의 법칙’ (모건하우젤) -
처음 내가 원룸으로 이사 와서 자취를 시작하던 날, 나만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매일매일이 행복했고 작디작은 원룸이지만 단 하나의 창으로 비치는 멋진 고층 뷰에 홀려서 좁은 공간의 아쉬움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바람에 펄럭이고 있는 빨래들을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고, 내가 벌어들이는 수입은 많지 않았지만 나 하나 건사하고 살아가는 것에 기쁨을 누리며, ‘나 참 인생을 잘 살아가고 있구나’를 매번 느꼈다. 그런데 2-3년이 지나자 이 원룸으로 만족하던 행복은 나에게서 사라지고 자꾸만 더 크고 넓은 곳으로의 갈망이 생기게 되었다. 나와 비슷하게 또는 나보다 적게 일한 동료들이 살고 있는 집을 보고 나서부터였다. 물론 나에게는 집대신 차가 있었고 남들이 돈을 모을 동안 다양한 삶의 도전을 하며 돈을 저축하는 대신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경험을 축적했다. 그럼에도 나는 자꾸만 나와 함께 지내고 있는 동료들과 무의식적으로 비교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이제는 원룸의 통 창문으로 보이는 전망에 황홀하지 않고, 그토록 갖고 싶어서 안달 났던 내 차에도 감사함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우리는 수입을 늘리고 기술을 쌓고 미래 예측능력을 키우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현실을 바꾸는 데에는 힘을 쏟으면서 기대치를 관리하는 데에는 그만큼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마치 기대치를 낮추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한 기대와 가치를 낮추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내가 가진 것에 비해,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에 비해 비현실적으로 높은 기대치 때문에 자신의 삶을 경제적인 노예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지금 우리가 현실이 아닐까. 물론 시간이 지나도 기대치가 같은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느끼는 내 모습을 돌아봤을 때, 물질적 소유물을 지키기 위해 온갖 대책을 세우지만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소홀하게 대하는 날들이 더 많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가격표가 달려있지 않은 시력이나 인간관계, 자유 같은 것들의 진짜 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금전거래가 이뤄지는 품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삶의 모든 조건이 좋아지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의 기대치도 똑같이 빨리 높아지는 탓에 결코 만족하지 못하는 삶이라면 너무 안쓰럽고 딱한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삶을 살아갈 때에도 내가 가진 것을 늘리는 것만큼이나 나의 기대치를 조절하며 그 누구도 아닌 나만의 행복 지점을 찾아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행복한 삶을 위한 제1의 원칙은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라는 말이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 삶에 대한 기대를 버리라는 말과 같이 들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느끼는 것은, 기대치를 낮추라는 것은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고자 행복으로 꾹꾹 눌러 담아도 모자란 귀한 하루하루를 나 자신을 몰아세우며 보내지 말라는 뜻으로 다가온다. 그렇게 허겁지겁 아등바등하며 살지 않아도 나는 가치 있고 귀한 사람이니까. 기대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게 되면 감사한 일이고, 아니라고 해도 괜찮은 소중한 삶이니까.
우리는 우리가 자신과 세상을 위해
발전하기를 원한다고 생각하지만
대개의 경우 사실이 아니다.
정말로 원하는 것은 기대한 것과
실제 결과의 차이를 경험하는 일이다.
즉, 우리는 기대한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었을 때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낀다.
- 책 ‘불변의 법칙’ (모건하우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