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도 Apr 06. 2023

당신들의 MZ는 없다

만들어진 세대의 허상

온통 MZ로 설명되는 세상이다. 젊은 층의 현상이나 문제에 대해 무조건 MZ, 혹은 MZ세대만 갖다붙이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새다. 신입사원이 이해하기 힘들면 ‘MZ직장인’, 청년을 위한 정책은 ‘MZ 정책’, 유명한 장소는 ‘MZ 핫플’...... 일일이 나열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MZ는 거의 모든 일에 만능 키워드로 작용한다.


도대체 MZ란 누구인가.


2000년대 초반에 성인이 된 밀레니얼 세대(1981년생~1996년생)와 스마트폰 네이티브인 Z세대(1997년생~2012년생)를 결합한 것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18년 11월 출판한 <트렌드 MZ 2019>에서 등장한 이 말은 각종 미디어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며 널리 퍼졌다. 하지만 각 세대 내에서도 많게는 15년 차이가 나는데 두 세대를 합쳐놓으니 양끝 출생자끼리는 30년 넘게 차이가 난다. 부모자식 정도의 나이 차이가 나는 사람들을 같은 MZ로 분류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부터 우선 묻고 싶다. 이것이 소위 ‘MZ세대론’의 첫 번째 문제점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18년부터 펴낸 트렌드북. 최신판에서는 MZ를 폐기하고 Z세대로 대체했다.



또, 아래의 글을 읽어보자.

극단적으로 불안정한 고용시장과 근본적으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킨 첨단기술에 노출된 계층으로서 성(性)에 대해서도 차별적 가치관을 두지 않고, 정부나 거대 기업들의 약속을 신뢰하지 않는 특징을 가지며, 사회공통의 문제보다는 개인적으로 어떻게 살아가는가의 방법에 더 큰 의미를 두는 세대다.
[네이버 지식백과] X세대(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X세대에 대한 설명이지만 이를 MZ세대에 대한 설명으로 치환해도 말이 된다. 밀레니얼로 바꿔도 마찬가지이며, Z세대에 적용해도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새로운 세대는 언제나 불안을 품고 있으며, 기성세대와는 차별화된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가진다. 조직에 대한 충성이나 사회에 대한 소속감은 시간이 지나야 생성되는 것이므로 젊은 세대들은 언제나 기성세대보다 조직 및 사회에 대해서 연결고리가 약한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MZ세대론은 이것을 MZ의 현상으로 포장하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용어가 있으면 마케팅에서든 언론에서든 유용하기 때문이다. 젊은 층을 공략하는 데 MZ라는 용어 하나면 되니 편리하다.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현상에 대해 ‘MZ는 다 그래’라는 말 한 마디면 모든 것이 수긍되니 설명도 필요 없다. 심지어 상당수 미디어에서 사용하는 MZ는 밀레니얼-Z세대의 결합이라는 원래의 취지와는 상관없이 그저 20대에서 30대 초반을 있어 보이게 하는 용어로 이용된다. MZ는 그저 새로운 세대를 억지로 설명하기 위한 편의주의적인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MZ세대론이 가진 문제는 세대의 동질성을 지나치게 확신한 나머지 개별성에 대해 고민조차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앞서 얘기한 X세대를 예로 들어 보자.


당시 광고와 방송에서 X세대로 지칭하던 70년대 초반생들은 과연 자신을 X세대로 인식했을까? 미디어가 쓰임새 있게 꾸며놓은 X세대와 일부 젊은 층의 모습들이 대다수 20대들에게 공감을 얻었을까?


아니, MZ까지 갈 것도 없다. 동갑내기 사람들은 비슷한 가치관과 행동양식을 가지는가?

<출처 : Adobe Stock>


2023년을 살고 있는 같은 나이의 비슷한 교육을 받은 사람들끼리도 가치관과 행동양식은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고, 누군가는 여전히 오래된 것들을 좋아한다. 어느 세대나 반항적 기질이 있는 사람들이 있고, 보다 순응하는 사람들이 있다. 같은 20대라도 대학생과 직장인의 고민은 다르며, 직장인이라도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과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람의 상황이 다르다. 20대에도 꼰대가 있고, 70대에도 혁신가가 있다. 출생 연도로 모든 특징을 설명해 버리려는 시도가 별자리 운세나 사주와 무엇이 다른가.



물론 사회현상을 연구하는 데 있어 세대 구분이 필요할 수는 있다. 하지만 모든 현상을 MZ로 퉁쳐서 설명하고 해결하려는 마케팅, 언론, 정치계의 태도는 게으르고 무책임하다. 제대로 된 고민과 이해 없이 MZ라는 용어에 무임승차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면 그것은 어떤 특정 세대가 ‘짜잔’ 하고 등장해서가 아니다. 오랫동안 축적된 여러 사람의 시도가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특정 방향으로 조금씩 움직이다 보면 그것이 어느 순간 커다란 흐름이 되는 것이다.

<출처 : Adobe Stock>

정체불명의 세대에 현혹되어 그것을 남발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또 미래의 어느 순간, 새로운 세대를 향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 임의적으로 세대를 구분하고 세대의 특징을 단정하며 세대의 동질감을 과대평가하는 것. 지금 MZ에 하듯이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충동구매를 피하는 4가지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