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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도 Apr 10. 2023

형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사람들

[리뷰] <용감한 형사들2>과 <국가수사본부>

영화나 드라마 속 형사들의 모습은 종종 극단적이다.


강박적일 정도로 정의롭거나 부패했거나, 거대한 범죄나 음모에 맞서 외롭게 싸우는 영웅이거나 무능하거나다. 극적 효과를 위해서 극적인 캐릭터가 필요한 것은 이해하지만, 때문에 형사를 만날 일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형사는 왜곡된 이미지로 각인된다.




E채널 <용감한 형사들2>의 인기는 그동안 사람들이 진짜 형사들의 이야기에 목말랐음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이 시리즈는 넷플릭스를 비롯해 각종 OTT에서 인기를 얻으며 계획됐던 방송보다 12회를 연장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형사들은 스토리텔러다.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검거했던 형사들이 직접 출연하여 사건의 경위 및 수사 과정, 검거 및 송치에 이르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사건을 처음 접했을 당시 형사들의 심정,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범인과의 두뇌싸움, 결정적 증거를 발견했을 때의 환희 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시청자들은 형사들의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며 피해자를 안타까워하고, 가해자를 향해 분노를 터뜨리기도 한다.


고정출연자인 4인은 각각의 역할에 충실하다. 전문가 패널이라 할 수 있는 권일용 교수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간중간에 일반인이 이해하기 힘든 용어나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해 해설해 준다. 이 상황에서는 왜 이렇게 하면 안 되고, 형사들이 이렇게 한 이유는 나중에 이렇게 하기 위해서라는 등 실제 형사들의 업무상 맞닥뜨리는 난관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한다. 안정환이 범죄자에 대한 원초적 분노를 표출함으로써 시청자들의 마음의 소리를 드러낸다면, 송은이는 한순간 삶이 파괴되어 버린 피해자에 대한 강한 연민을 보여준다. 이이경은 이들 사이에서 대체로 차분함을 유지하며 이야기가 끝까지 진행되도록 중심을 잡는다.


출연하는 형사들은 특정한 타입에 고정되어 있지 않다. 어떤 형사는 매서운 눈빛과 강인한 인상으로 범인을 제압하지만 어떤 형사는 순한 얼굴과 부드러운 말투로 다가간다. 범죄가 다양한 만큼 그것에 접근하는 형사들의 방식도 다양하며 수사기법도 날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형사라는 직업에 임하는 그들의 태도를 보면, 상당히 든든하고 믿음직하다.




대표적인 시사 프로그램 중 하나인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출신의 배정훈 PD가 연출한 Wavve <국가수사본부>는 보다 날것의 현장을 담아낸다. 이 시리즈 역시 매주 사건별로 서로 다른 경찰서 형사들이 출연한다.


다큐멘터리를 표방하는 <국가수사본부>는 형사들의 일상을 카메라로 빠르게 쫓아간다. 신고전화 혹은 제보로 수사는 시작되고, 형사들은 때로는 발로 뛰며 때로는 밤새 기다리며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애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와 달리 현실의 수사는 호쾌한 액션과 운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CCTV를 하나하나 확인하고, 일일이 목격자를 탐문하고, 용의자가 나올 때까지 차 안에서 잠복하고, 증거를 잡기 위해 몇 시간이나 체포를 대기하는 일들은 얼핏 보기에 멋져 보이는 일은 아니다.


<용감한 형사들2>가 완결된 사건을 기승전결로 구성하여 이야기한다면, <국가수사본부>는 진행하는 사건들의 순간순간을 보여준다. 수사와 검거과정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며 사건 뒤 숨어 있는 사연이나 배경보다도 형사들이 하는 ‘일’에 집중한다. 또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혹은 위험한지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강조하지 않는다. 대신 형사라는 직업에 대해 진심으로 임하는 형사들의 모습을 담담히 카메라에 담을 뿐이다.


그 구성과 형식의 차이 때문에 <용감한 형사들2>과 <국가수사본부>를 보고 난 후의 감상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인상적인 사건들을 모아서 상세히 풀어내는 <용감한 형사들2>을 보다 보면 ‘이렇게까지 나쁜 놈들이 있어?’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범죄자를 쫓아 일상의 공간을 종횡무진하는 <국가수사본부>를 보면 ‘나쁜 놈들이 이렇게 우리 주변 가까이에 있어?’라는 생각이 든다. 언론에서 보여주지 않는 범죄들이 참으로 많다는 깨달음과 동시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는 형사들에 대한 감사함도 든다.




형사라는 직업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형사를 만난 적이 없고, 그래서 미디어에서 소비된 이미지로만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평생 형사를 만날 일이 없을 수도 있지만, 우리 동네를 탐문하는 형사들이 내 옆을 스쳐 지나갈 수도 있다. 보이든 보이지 않든 그들은 늘 우리의 이웃 중 한 사람일 것이다.


그러므로 진짜 형사들의 모습에 관심을 가져보자. 그들이 특별한 슈퍼히어로가 아니라 형사라는 직업을 선택했다는 것, 그리고 그 직업에 매일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조금은 안전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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