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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도 Apr 24. 2023

함께 일하고 싶은 선배의 6가지 특징

이런 선배와 일하고 싶다

후배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믿기 힘들 수도 있지만, 아무리 꼰대라 불리는 선배라도 이런 고민은 한다. 익숙했던 조직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는 것은 누구에게나 부담이 되는 일이다. 작정하고 나쁜 선배가 되고 싶은 사람이 있겠는가?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타인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다만 그렇게 되는 사람과 되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내가 보기에 좋은 선배가 되기 위해 억지로 친해지려 하는 것만큼 쓸데없는 행동은 없다. 직장은 친구를 만드는 곳이 아니다. 함께 일하다가 마음이 맞으면 친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직장에서는 일하는 동료로서 서로의 필요에 얼마나 부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직장에서 좋은 선배란 좋은 사람의 동의어가 아니다. 같이 일하고 싶은 선배에 더 가깝다.



그간의 경험상, 후배의 입장에서 함께 일하고 싶은 선배는 다음과 같다.


<1> 일 잘하는 선배

어쨌든 직장이다. 일 잘하는 선배는 그 자체로 모범이 된다. 선배의 일하는 방식과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장점이다. 또 이런 선배와 일하면 좋은 프로젝트를 접할 기회가 많으니 커리어 성장에 있어서도 긍정적이다. 


<2> 직설적으로 말하는 선배

이것을 독설과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직설적으로 말하는 선배란 업무상 지시사항이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정확한 용어와 언어를 사용하는 선배다. 

가령 서울에서 부산을 빨리 가야 한다면, 최단시간 혹은 최적경로를 기반으로 이야기해 주는 것이 좋다. 괜히 고속도로는 막히니까 KTX를 탈 수도 있지만 그건 좀 비싸고, 비행기를 타는 것도 나쁜 생각은 아니지만 시간상 큰 차이가 없으니까 그래도 차로 가는 게 낫지만 가다가 피곤하면 휴게소에서 좀 쉬어도 좋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면 혼란만 부추기는 꼴이다. 

간혹 직접적으로 지적하면 상대가 상처받지 않을까 해서, 좋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으니까, 빙빙 돌려서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잠깐 상처받고 효율적으로 일을 끝내는 게 낫다. 후배에게 선배의 말이나 의도를 해석하게 하지 마라. ‘용건만 간단히, 정확하게’가 핵심이다.


<3> 양질의 피드백을 주는 선배

후배의 결과물이 선배의 눈에 미흡할 수도 있다. 신입사원이면 더더욱 기준에 미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결과물에 대해서 ‘왜 이렇게밖에 못했냐?’고 비난과 책망을 하는 건 쉽다. 선배라면 어떤 점이 부족하고,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 조언할 수 있어야 한다. 

요즘 사원들은 피드백을 못 받아들인다는 의견이 있는데 자신이 피드백을 줬는지, 평가를 했는지 돌이켜보라. 단점만 지적하기 시작하면 비난이 되기 쉽고, 다짜고짜 가르치려고 들면 반감이 들 수밖에 없다. 아무리 부족한 결과물에도 장점은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발견하도록 노력하라. ‘이런 점은 신선한 접근이라 아주 좋다. 그런데 이런 부분은 현실성이 부족하다. 프로젝트의 목적과 예산에 맞게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더 고민해 보자’는 식으로 말이다. 장점과 단점을 명확하게 분석해서 전달한다면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도 확실히 와닿을 것이다. 

이유 없이 자신의 제안이나 의견이 계속 거절당한다고 생각하면 불만사항이 쌓이기 마련이다. 선배는 후배의 입장에서 납득할 만한 피드백을 전달하고, 후배가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조언을 첨가해야 한다. 자신이 후배였을 때 무엇이 필요했는지 잘 생각해 보라.


<4> 상대방을 존중하는 선배

내가 아직 사원일 때, 모든 동료들에게 존댓말을 하는 선배가 있었다. 나이가 한참 어린 사원들은 물론 아직 대학생인 인턴들에게까지 꼬박꼬박 존댓말로 대하는 사람이었다. 당시 회사의 분위기는 꽤나 자유로운 편이어서 선배들이 강압적이거나 권위적이지는 않았고, 선배들의 말투에서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았지만 그 선배와의 만남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존댓말을 쓸 수도 있고, 반말을 쓸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존중받는다는 느낌이었다. 존댓말은 존중을 전하는 데 아주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이후 나는 여러 회사를 옮겨 다녔는데, 점점 선배가 되어갔지만 후배들에게 존댓말을 쓰는 습관은 지키도록 노력했다. 동료로서 존중받는 느낌을 받을 때 후배가 어떤 마음으로 일하게 될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5> 후배의 말을 경청하는 선

젊은 직원들의 마음을 이해하겠다고 최신 유행어나 트렌드를 줄줄이 읊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다양한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그런 것들을 알아볼 필요는 있다. 하지만 유행어 따라 한다고 소통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귀와 마음을 열고 후배들의 생각을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는가? 후배가 용기를 내서 자신의 고민사항을 이야기했을 때, ‘아직 어려서 그래’ ‘사회생활은 원래 그런 거야’로 치부해 버리면 그들은 다시는 입을 열지 않을 것이다. 업무상 고민이든, 개인적인 고민이든 누구든 진지하게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경우가 있음을 명심하자.


<6> 비겁하지 않은 선배

나의 비겁함은 위기의 순간에 드러난다. 공들여 준비한 프로젝트가 중간에 취소되거나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업무가 한계에 부딪히거나 압박을 받을 때 비로소 우리의 민낯이 드러난다.

목소리를 내야 할 때 후배들에게 이를 미루는 선배, 곤란한 일이 생겼을 때 입을 다물고 숨어버리는 선배를 믿고 의지할 후배는 없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한다면, 선배가 나서서 달아야 한다. 후배가 업무상 잘못을 했을 때, 남들과 함께 손가락질을 할 것이 아니라 방패가 되어 막아주고 함께 수습할 수 있어야 한다. 실수에 대한 피드백은 그다음이다. 

‘내가 선배니까 이렇게 해도 돼’가 아니라 ‘내가 선배니까 이렇게 해줘야지’가 장착된 선배라면 언제든 함께 일하고 싶을 것이다.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 일이다. 선배들은 좋은 사람처럼 보이려고 애쓸 필요 없다. 그저 자신의 일에 충실하고, 후배들을 존중하며 비겁해지지 않으면 된다. 무엇보다 자신이 신입사원이었을 때, 후배였을 때 무엇이 좋았고, 무엇이 싫었는지를 떠올려 보자.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시간이 지나도 기본적으로 변하지 않는다. 


후배들이 나의 후배인 것은 우연일 뿐이다. 지금 그 후배가 몇 년 후 어떻게 성장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더라도 웃으며 인사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건 무조건적인 호의가 아니라 깔끔한 업무관계와 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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